자리다툼과 동료의식

옥정호 촬영중에

검토 완료

김정철(photoup)등록 2005.11.16 17:00

옥정호 일출 ⓒ 김정철

지난 주 토요일 전라북도 임실군 운암면에 위치한 옥정호를 다녀왔다.
옥정호에 운해가 아름답게 펼쳐진다는 소식을 듣고 있던 차에, TV영상을 촬영하는 분과 뜻이 맞아 함께 시간을 마련했다.

일과를 마치고, 금요일 밤 10시에 광주를 출발, 12시에는 운암면에 도착할 수 있었다. 운암면에서 유일한 숙박업소인 국사봉모텔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다시 아침 6시에는 촬영하기 좋은 장소로 이동했다.

이른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벌써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새벽 2시부터 카메라를 설치하고 밤을 지새웠다는 분, 서울에서 밤새 차를 운전하여 내려왔다는 분, 부산에서 온 분, 밤을 낮 삼아 열정하나로 사는 분들의 열기를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옥정호 운해 ⓒ 김정철

옥정호를 바라보니 물위로 적당히 운해가 깔려있어 촬영하기 좋은 장면이 펼쳐지고 있었다.
‘어서 좋은 자릴 잡아야지!’ 하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그리고선 촬영하기 좋은 곳을 찾아 이미 자릴 차지하고 있던 분들의 앞을 비집고 들어간 다음 카메라를 설치했다. 처음에는 이미 자리를 선점하고 있던 분들로부터 따가운 시선을 느꼈다. 늦게 와서 좋은 장소를 차지하자 주는 눈치였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 조금 시간이 지나자 먼저 온 분들과 동화되어 같은 동료의식이 형성되었다.

“지금부터 내 촬영을 방해하는 사람들은 용서할 수 없어”
이렇게 형성된 기득권은 늦게 온 사람들에게 여지없이 적용되었다.

“거기 빨간 옷 입은 아저씨 비키세요”
“이봐요! 거기는 안된다니깐요”
우리는 똑같은 목표를 가지고 우리 앞을 방해하는 사람들을 용서하지 않았다.
그리고, 일출이 시작되고 운해가 요동을 치기 시작한지 2시간이 지나자 상황은 끝이 났다.

“오늘은 참 좋은 사진을 찍었어요”
“그래 어제 비가 와서 더욱 운해가 멋이 있었던 것 같아”

집으로 향하는 내내 마음 한구석을 자리 잡고 있는 것이 있었다.
우리는 흔히 발견한다. 큰 조직이든 작은 조직이든 언제나 사람이 생활하고 모여있는 곳에서는, 누가 말을 하지 않아도 조직의 구성원인 우리가 마치 훈련이 잘 된 조직같이 행동하고 있는 모습을….
기득권을 형성하고, 이것을 용납치 않으려는 이상한 동료의식을 말이다. 내심 이러한 행동속에 살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함이 느껴지는 행로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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