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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 수사' 때문에 김대중 전 대통령의 심기가 많이 불편하다.
김 전 대통령은 어제(21일) 박주선 전 의원을 만나 도청 수사에 대한 불편한 속내를 표출하면서 "6.25를 통일전쟁이라고 하고, 미국이 개입한 것은 적절치 않다고 이야기한 사람은 관용을 하고, 공산당을 잡은 사람들은 구속·엄벌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않다"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켜 노벨평화상을 받은 김 전 대통령이 임동원·신건 두 전직 국정원장의 구속 수사를 비판하면서 강정구 교수의 불구속 사례를 든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혼란스럽다. 게다가 '햇볕정책의 전도사'로 불렸던 임 전 국정원장 등을 '공산당을 잡은 사람들'이라고 지칭하면서까지 구속수사의 부당성을 강조한 것은 김 전 대통령의 '통일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어보인다.
김 전 대통령은 "(김영삼 정부 당시) 미림팀의 조직적 도청 피해자는 국민의 정부인데, 조직적 도청은 불문에 부치고 피해자만을 문제 삼는 것은 수사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했다고 한다. 김 전 대통령의 입장에선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현행 법체계상 공소시효가 지난 사건과의 형평성을 주장하는 것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김 전 대통령의 최근 불편한 심기는 그로부터 '여러분이 정치적 계승자'란 말을 들었던 열린우리당에까지 고스란히 전달되고 있다.
열린우리당 율사 출신 의원들은 두 전직 국정원장을 변호하겠다고 나섰다. 이들의 주장처럼 검찰의 도청 수사가 과도하게 부풀려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 경쟁'을 하고 있는 느낌마저 들게 한다.
또 열린우리당은 김영삼 정부 시절 도청사건을 겨냥해 국가공권력의 반인권범죄에 대한 공소시효 연장을 법제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당초 옛 국가안전기획부와 국가정보원의 불법도청 수사를 위한 특검법에 미온적이었으나, 최근 들어 태도를 바꿨다. '안기부 X파일' 사건이 터진 뒤 사실상 손을 놓고있던 특별법 처리도 서두르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반인권범죄에 대한 공소시효 연장과 특검법·특별법 처리 움직임에 대해 굳이 토를 달 필요는 없지만, 너무 속을 드러내놓고 '호남표'에 대한 정략적 구애작전을 펴는 것같아 안쓰럽기까지 하다. 또 김 전 대통령의 과도한 발언과 그의 그늘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한 여당의 모습을 보는 것 또한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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