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한국인

겨울문턱에 들어서는 도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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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수(paulyu)등록 2005.12.07 14:39
이곳 도꾜에도 어느새 겨울이 찾아들고 있다.


출근길의 직장인들은 어느새 외투와 머플러로 무장하고 있었다.

거리에는 화려한 크리스마스 트리가 여기저기 등장하고 캐롤이 울려 퍼지고 있다.

그러고보니 어느새 2005년도 종착역에 도달해 있었다.


뭐라고 말못할 피로와 허무함 그리고 서글픔이 달려들었다.

이렇게 또한해가 가는구나...

올해는 내인생에 있어서 어느새 40에 들어섰다.

40대가 되었다는 믿기지 않는 상황속에서 머리를 보니 흰머리가 많이 생겼고

미간에는 가는 주름이 깊게 파져 있었다.



오늘도 일본사람들 사이에서 허덕거리며 살았다.

본질적으로는 이 땅에 속하지 않은 외국인이지만 대하고 얘기하고 고민하고 신경전을 벌이며 이들틈에서 살고 있다.

자의식이 남달리 강한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런지 어떻게 생각하면 외국에 산다고 해도 강한 자아의 틀에서 살기 때문에 남들이 겪을 수 있는 스트레스를 덜받으며 살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스트레스를 받기는 한국사회든 어디든 같을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외국에 살면서 또다른 강한 자의식이 나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내가 한국인이라는 자의식이다.


한국땅에서 태어나 한국땅에서 성장하고 살아와 한국인으로 세계를 접하고 있는 내자신을 결코 잊을 수 없는 것이다.


그것도 일본땅에서는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것이다. 한국인과 비슷하면서도 한국인과 다른, 과거의 역사로부터 결코 자유로울수 없는, 결코 무시할수도 존경할수도 없는 나라 일본의 수도에서 삶을 영위하고 있는 한국인. 이제는 그들의 많은 부분을 이해하고 존중하고 또 익숙해져 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낯선 이방인으로 언제나 고독을 느끼고 있다. 외딴 섬처럼. 기나긴 고독이다.

많은 세월을 이 땅에서 살아왔다.

일본인들의 겉발린 웃음, 약삭빠른 계산과 눈치, 조금만 빈틈만 보여도 교만해하는 마음의 움직임, 언제나 과장되고 속과는 다른 행동의 의미, 강한자앞에서는 한없이 비굴해하면서도 약자앞에서는 한없이 군림하는 모습들을 이론이 아니라 몸으로 읽게 되면 될수록 정들수 없는 땅임을 느끼고 더욱 더 외로워진다. 오히려 살면 살수록 느끼는 것은 나는 한국인이며 나에게는 어머니같은 나의 나라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외국에서의 오랜 세월은 나에게 또다른 많은 시각과 생각, 서로 다른 양상을 이해하도록 도와주었다. 그래서 나는 비교적 일본의 많은 부분을 이해하는 사람중의 한명일 것이다. 하지만 이해하면 할수록 더욱 내가 살았던 나라가 그리워진다.


많은 일본인들이 오늘도 내곁을 스쳐지나간다해도 나는 한국인으로서 내게 주어진 길을 묵묵히 걸어가야겠다. 이방의 낯선 하늘아래서이지만 나의 사랑하는 나라,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부끄러움없는 삶으로 성실하게 살아갈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자꾸 다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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