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레스트 검프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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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진언(oizzi)등록 2005.12.26 14:47
포레스트 검프를 보고나서

3일전 영화 포레스트 검프(Forrest Gump)를 봤다. 보는 동안 영화를 천천히 곱씹으며 음미했다. 그리고 많은 생각을 해봤다.

간단히 영화에 대해 설명하자면 주인공 포레스트 검프는 약간 모자란 똘마니다. 아이큐가 75밖에 되지 않는 검프가 가진 재주는 오직 튼튼한 다리와 미련스러울 만큼 우직하고 진실한 마음이다. 검프는 비록 똑똑한 두뇌를 가지지는 못했지만 그는 세상을 왜곡 없이 바라보는 눈을 가졌다.

그래서 그런지 사사로운 욕심도 없다. 그저 달리기를 잘한 덕분에 명예를 거저 얻고, 한눈팔지 않고 군 생활 잘해서 훈장을 받는다. 또 친구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새우 잡이를 하고 백만장자가 된다. 비상하진 않지만 우직한, 꾸준한 과정에 의한 정당한 결과에서 온 그의 인생 성공은 정말 영화 같은 인생을 산 영화 안의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단지 영화안의 캐릭터로만 내게 다가오지 않았다.

비단 한국사람 뿐만은 아니겠지만, 내가 학교를 다니며 느낀 것들 중 하나는 매우 많은 사람들이 결과에만 미쳐있다는 것이다. 물론 좋은 결과가 좋은 과정 없이 탄생한다는 전제는 아니다. 하지만 결과만으로 도덕성과 양심 혹은 인간성을 찾아내기란 어려운 일이다. 겉으론 누구나 결과보단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결국 결과가 모든 걸 좌지우지한다.

과정을 평가하는 건 오직 수학 주관식 문제에서 만 찾아볼 수 있다. 이에 반하는 학생은 공부를 못하는 인간 그 하나의 꼬리표가 달리게 될 뿐이다. 처음에는 이런 시스템에 저항하던 친구들도 고등학교에 들어갈 나이가 되자, 도저히 저항할 수 없는 벽에 부딪힌 마냥 굴복하는 모습을 나는 보았다. 나 역시도 이 질문엔 쉬이 답하지 못할 것이다.

쉽게 말해서 이런 시스템의 반복은 사람을 단순하고 비도덕적인 인간으로 만든다. 전인교육을 테마로 걸고 있는 이 나라 교육은 정말 미친듯이 모순적이다. 진행과정이 없는 교육. 결과만 있는 성적표. 학생들이 한 장 쪽지시험에 목매달고, 숙제는 인터넷에서 베껴서 짜깁기 해 내고, 점수 1점의 높고 낮음에 인생을 모두 다 망쳐 버린 것 같은 기분을 들게 만든, 대한민국 대부분의 학생을 쪼잔 한 찌질이로 만들어버린 그 누군가 혹은 그 집단은 범죄를 저지른 것과 마찬가지다. 적어도 검프는 쪼잔 한 찌질이는 아니었다. 적어도 영화 안에서는.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그때그때 진실로 최선을 다했고 우연일진 몰라도 그에 과분한 결과를 얻었다. 이것이 진짜 교육 아닌가? 이것이 진정 인간이 추구해야 하는 바로 인생의 테마 아닌가 말이다. 결과가 인생을 만들어 주진 않는다. 결과는 무언가를 짧게 축약해야할 때 혹은 프로필 공백 란 에 써 넣을 때 필요한 것이다. 결과가 결국 인생을 이룬다는 착각은 위험하다. 학생들은 검프처럼 살아야만 한다. 우직한 신념과 함께 그때그때 최선을 다하는 모습. 그것이 사회가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하는 진정한 무엇 아닐까?

성과, 결과만 추구하고 인정하는 사회가 여러 문제를 낳고 있는 건 우리가 생방송으로 보고 느끼고 있다. 황우석 박사 논문조작해프닝, 천성산 터널 문제, 쌀 비준안 통과 등등 사회가 떠안고 있는 크고 작은 문제의 대다수는 사회 결과만능주의에 근본을 두고 있다.

만약 황우석 박사가 결과보다 과정을 생각해 조금만, 아주 조금만 천천히 연구를 진행 했다면, 연말연시 온 국민의 뒤통수를 때리는 잔인한 뉴스는 안 들어도 되지 않았을까. 국민들이 황교수의 결실에 행복해한 만큼 과정에 조금 관심을 두었더라면 상황이 이지경까지 오진 않았을거다.

정부가 국민의 혈세 몇 조를 들여 하는 국책사업에 자연에 미치는 환경영향평가 과정을 허접스럽게 해서 어느 스님 한 분이 근 백일 가까이 단식을 하게 만들고 또 그 단식 덕분에 국민의 혈세 몇 천억이 증발되지 않게 할 순 없었을까.

정부 혹은 국민의 대변자들 대변 같은 국회의원들이 쌀 비준안 국회 상정 전 몇 마디 생산적 대화라도 나눴더라면(소리 지르기가 아닌)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인 농민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듣고 봐야만 했을까. 과정을 중하게 안 여기고 결과만 보는 무지한 사회 앞에서 안타까운 물음을 그치기 힘들다.

국민들도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지금까지 우리는 결과에만 잣대를 들이대 옳고 그름을 판단했지, 과정에 관심을 뒀던적이 있는가? 이제 진실한 눈으로 과정을 평가하는 한 단계 높은 사회가 되어야 하겠다. IQ 75 밖에 안 되는 아니 그 보다 더 아래인 사회가 되기엔 우리나라 사람들이 너무 똑똑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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