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각은 대통령의 당권 확보 위한 포석?

유시민 의원의 장관기용설, 당의장 교체 위한 시선끌기로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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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성(oskwon)등록 2006.01.04 12:28
금번개각을 둘러싸고 언론, 여론, 열린우리당내에서 말이 많다. 대개 개각의 당위와 정당성을 놓고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정치권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를 둘러싸고 일어나고 있다.

첫째 청와대가 당을 도대체 뭘로 보기에 당의장을 상의도 없이 장관직으로 앉히는가 하는 점이고, 둘째는 말많은 유시민 의원을 왜 복지부장관에 앉히냐는 것인데, 사실, 유 의원 건은 이미 연말부터 말을 흘려놓으면서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기정사실화함으로써 당내 반발기류를 가라앉히려고 했던 것 같다. 그런데 화살은 당의장 건이나, 이상수 의원 건이 아니라, 유 의원 건으로 흘러가고 있으니, 어찌보면 청와대가 의도하는 바 대로 흘러가는 듯 보인다.

하지만 좀 더 객관적으로 냉정하게 사안을 분석해보면 금번 개각은 다른 곳에 그 초점이 맞추어져 있지 않나 싶다. 사실, 유 의원이야 입각을 시키던 안 시키던 문제가 되질 않는다. 그리고 유 의원이 보건복지부장관이 아니면 안 될 이유도 딱히 없다. 그런 점에서 유 의원은 아마 개각의 근본적인 목적을 위한 시선끌기용이 아닐까 싶다. 이상스러우리만치 여유로운 유 의원의 태도도 의심을 더하고 있다.

금번 개각을 두고 정치권에서 한 목소리로 비판하는 것은 이해가는 일이다. 사실, 대통령제에서 의원을 장관에 임용하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니, 내각제인 것 같은 착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고, 장관직을 현직 의원이 맡아야 할 분명한 이유가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대통령제 하에서의 과도한 의원 겸직이 빚어낼, 민주정치의 기본 규칙인 견제와 균형의 불안정을 비판하려는 것이 아니다. 보다 현실적인 차원에서 이상수 의원처럼 범법자로 된 사람이 장관직을 하는 것에 대한 도덕적 접근이나, 한미관계의 불안정성을 초래했다고 보여지는 이종석씨에 대한 반감 또는 이해찬 총리와 여러모로 연결된 사람들이 장관직 대상자라는 것에 대한 비판과 비난은 한국정치문화의 흐름으로 보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이상수, 이해찬, 노무현이 14대 의회 때 같은 분과 위에 있었고, 이해찬의 도움으로 유 의원이 정계에 입문하였음은 알려진 바와 같고, 이종석은 용산고 동문이라 하니, 어찌보면 신문지상에 나타나는 바와 같은 비판을 듣는 것도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권력이라는 점을 감안하고 현 정권이 추구하는 바, 그리고 제1야당보다도 현격하게 떨어지는 집권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서 좀 더 나아가 생각해보면 다른 이유가 있음직도 하다.

욕먹고 싶은 권력자가 누가 있겠는가. 권력이 지향하여야 할 보편적인 사고를 굳이 버리고 다른 것을 택할 때는 다른 이유가 있을 법하지 않은가. 그렇다면 그것이 무엇인가? 하는 점을 추론하여 보는 것이 금번 개각을 바라보는 데 있어서 보다 객관적인 시각일 것이다.

권력적인 면에서 보아 금번 개각문제의 핵심은 무엇이 그리 급해서 2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의장을 장관으로 기용해야 했느냐는 것이다. 순탄하게 임기를 채우고 지나갈 당의장을 왜 갑자기 바꾸어야 할까? 이것은 분명히 석연치 않은 우여곡절이 있다는 얘기다. 지금 현재, 열린우리당 내 사정은 상당히 복잡하다. 그리고 지지율로 보아 지방선거에서의 승산은 누가 보아도 어렵다. 지방선거는 그렇다 치더라도 지방선거 이후에는 정권재창출을 위한 노력이 경주되어야 한다는 점에 동의하지 않을 열린우리당원은 없을 것이다.

정권재창출에 관한 최대의 관심자는 현정권이다. 그렇다면 누굴 당의장에 앉혀놓아야 정권이 지방선거에서 최대의 효과를 내고 더 나아가 개헌과 대선에서 좀 더 여유로울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 금번 개각의 최대 목적이 아니었나 싶다. 그래서 친노정부, 친노여당을 만들어낼 목적 하에 어느 정도 당내 반발과 반대 여론이 있더라도 분명한 친노 정부를 구성하고, 당권을 분명한 친노로 전환시키려는 것으로 보여진다. 그리고 여당내 반발 기류를 달래기 위해 노대통령은 이미 화해의 제스처를 시작하였다. 주요 당직자들을 청와대 만찬에 초대한 것이다.

당을 분명한 친노체제로 만들어 놓아야 할 필요가 있다면, 그런 목적에 합당한 당의장 후보로서의 친노 대상은 이미 드러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유 의원은 시선을 돌리기 위한 허수일 가능성이 크다. 당의장을 친노로 하기 위한 특별한 상황을 만들어야 했다는 것이다.

사실, 유 의원보다 더 효과적으로 시선을 돌릴 대상이 있겠는가. 유 의원으로 몰린 비판을 가라 앉히기 위해 2차 개각에서 여당의원들에게 장관직을 제시하는 선에서 타협이 이루어지지 않겠는가. 친노당 의장을 인정하는 대신 힘 있는 의원은 장관으로 임명하고, 유 의원은 목소리 큰 쪽의 결정으로 자리가 정해지는 것으로.

정세균 당의장의 장관직 수락과 당의장 사임은 사실, 엄청난 의미를 지니고 있는 일이다. 열린우리당 의장은 장관급이라는 공식이 만들어지고, 몇선 의원이라는 점은 크게 작용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무얼 뜻하는 것이겠는가. 그런 점을 충족시키는 친노후보가 이미 존재하고 있지 않은가. 몇 달 전에 이미 열린우리당은 친노와 당권파로 나뉠 것이라는 가정도 있지 않았던가. 유 의원의 말대로.

여전히 칼자루는 청와대 쪽이 지니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원천은 정치권력이라는 점에서 보면 노무현 대통령이라는 얘기다. 현실적으로 대통령 지지율과 여당에 대한 지지율이 회복하기 어려운 지경이라면, 그리고 대선판도로 연결될 선거가 4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면 도덕성을 넘어 현실적으로 정권의 생존을 위해 망설일 필요없이 행동에 옮긴 이유가 되지 않을까? 그리고 이러한 행동의 명분으로 선거에서의 승리와 정권의 지속성을 위한 여권의 구조조정이라는 표현도 그리 틀리지는 않을 것 같다. 상처입고 패배하는 것보다는 심한 상처를 입고서라도 승리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정치판이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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