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관객 분들에게 내 맡기는 거죠.”

콜린 히긴스 작품(원제 : 해롤드와 모드) <19그리고80>이 여배우 시리즈의 마지막 무대로 박정자의<19그리고80>으로 우림 청담 시어터에서 막을 올렸다.

검토 완료

염종호(haewoong)등록 2006.01.10 20:28

모드 역의 박정자 님 ⓒ 염종호



2003, 2004년 두 번의 공연보다는 수월 할 것이라는 기대는 포기한 지 오래라며, 두 달 동안의 연습이 마치 전쟁터 같았다며, 그렇게 힘들여 공 들인 것이라는 것을 마치 남의 얘기하듯이 대하는 박정자 님의 표현 속에 연극에 대한 진하고도 무한한 애정이 묻어나는 듯 했다.

시작부터 올가미를 목에 매는 자살 소동으로 엄마를 놀래 키려는 해롤드와 그 놀음에 눈 하나 깜짝하지 않으며 단호히 그 소동을 잠식 시키는 엄마의 행동으로 극은 시작된다.

삶의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고 끊임없이 자살 소동을 벌이는 헤롤드는 장례식장에서 우연히 모드라는 할머니를 만나게 된다.
그렇게 시작된 만남은 묘지로, 할머니의 집으로, 커다란 나무 위로의 만남 속으로, 죽음이나 자살보다는 모드 할머니의 즐거운 삶과 그 삶을 즐기고 사랑하는 법을 조금씩 조금씩 배워가고, 또한 <19그리고80>의 사이에서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를 알아 간다.

박정자의<19그리고80>의 한 장면 ⓒ 염종호



이 작품에서 모드 역의 박정자는 마치 막 떨어지기 직전의 익을 대로 익은 빨간 사과처럼 불 같은 정열과 한 입 배어 물으면 상큼하면서도 농염한 맛이 물씬 머금어지는 듯한 연기 혼을 발산한다.

그의 말대로 오직 연기만을 위해 살아왔고, 앞으로도 연기만을 위해 살아가겠다는, 나를 찾는 관객이 있으면 있는 날까지 나는 무대에 설 것이라는 그의 말이 이 연극에서도 어김없이 되 살아남을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해롤드 역을 한 굴렁쇠 소년 윤태웅은 이제 갓 여문 새콤한 능금처럼 어딘지 낯설고 풋풋하고 설 익은 모습으로 다가오지만 그런 맛이 오히려 19살 해롤드 역을 하기에 적합한지도 모르겠다.
이제 갓 연극에 입문 했다고 할 수 있는 그였기에 이번 작품이 그에게 좀더 성숙하게 익어가는, 그래서 연극의 싱싱함으로 넘쳐 나는 그런 파란 사과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박정자의<19그리고80>의 한 장면 ⓒ 염종호



모드 : 만약 내가 꽃으로 변할 수만 있다면 난 해바라기가 되고 싶어.

해롤드 : 왜요?

모드 : 해바라기는 밝고 소박하고 그리고 키가 커서 좋아. 해롤드는?

해롤드 : 그냥… 이 꽃들 중의 하나? 다 똑 같으니까요.

모드 : 그렇지 않아. 처음 봤을 때는 다 똑 같다고 생각하게 되지. 하지만 좀더 자세히 보면 단 하나도 똑 같은 꽃은 없다는 걸 알게 돼. 사람도 마찬가지야. 나름대로 하나의 개체지.

박정자의<19그리고80>의 한 장면 ⓒ 염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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