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박사의 농간에 대통령도 감전되다

언론이 바로서지 않으면 제2, 제3의 황우석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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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종(sj0807)등록 2006.01.12 10:37
지난 10일 서울대 조사위원회 정명희 조사위원장은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 뿐만아니라 황우석 박사가 마지막 지푸라기로 여겼던 '원천기술'과 '젓가락 기술' 마저도 없거나 독창적인 기술로 볼 수 없다는 결론을 명확히 내렸다.

지난달 23일 황박사는 서울대를 떠나면서 발표한 대국민 사과성명을 우리 국민들은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 기술'은 대한민국의 기술이며 국민 여러분들께서는 이를 곧 확인하게 될 것'이라며 울먹이던 모습에서 비록 논문은 조작되었다고 밝혀졌지만 그래도 '원천기술'만은 가지고 있지나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를 갖게했다.

하지만 이번 발표로 이마져도 물거품이 되었다. 조사위원회의 최종발표를 지켜보던 국민들도 그 동안의 엄청난 충격탓인지 '원천기술'마져 없다는 발표에도 생각보다 충격은 덜한 느낌이었지만 가슴속에 스며오는 허전함까지는 숨길 수가 없었을 것이다.

<언론이 만들어낸 황우석 신화>

그렇다면 누가 이런 엄청난 황우석의 신화를 만들어 냈을까? 그것은 다름 아닌 '언론'이었다. 1999년은 소 값 폭락으로 축산농가가 거의 파탄지경에 이르는 시점에황박사의 농장에서는 '복제소 영롱이'가 태어났다. 복제소 영롱이는 침체일로의 축산가계를 구원해주기에 충분한 메가톤급 뉴스였다. 이를 계기로 그는 일약 국민적 영웅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1999년 황박사는 새천년에는 '백두산 호랑이를 복제해 우리 민족혼을 세계 만방에 떨치겠다'며 한껏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5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도 '복제 호랑이'는 감감 무소식이다. 그 당시 유력 언론들은 '백두산 호랑이 내년쯤 어흥?'이라는 제목으로 대서특필하므로써 과학에 몽매한 국민들을 현혹시켰기에 충분했다.

황박사는 명절 때면 연구원들을 시켜 농장에서 키운 소를 잡아 유력 언론인과 관료들에게 배달시켰다고 한다. 이런 위력 탓일까? 황박사는 과학의 가장 기본인 연구논문은 뒷전인 채 과학적으로 검증 되지도 않은 기술을 언론에 터뜨리면 언론은 받아쓰기에 여념이 없었고 더 나아가 추측성 기사까지 내보내며 그의 홍위병 노릇을 충실히 자임했다.

광우병이 전 세계를 강타하던 2001년 황박사는 너무나도 시의적절하게 '광우병 내성소'개발 계획을 내놓는다. 그 당시 광우병의 원인도 제대로 밝혀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광우병 내성소'를 개발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은 아마 황박사 농장의 소들도 웃을 법한 일이었는데도 우리 언론만은 황우석 신화 쓰기에 넋을 잃고 있었다.

황박사는 언론의 속성을 과학만큼이나 잘 이해하고 있었다. 황박사는 우리 사회의 주요 관심사를 언론에 터뜨려 대박을 만들어 내고, 국민들로부터 찬사를 이끌어 내는데 천부적인 감각을 지녔던 것 같다.

그러나 정작 과학적 검증과 연구논문에는 관심이 없었고, 또 다른 새로운 이슈를 찾아나서고 언론은 그 뒤를 따르기에 바빴다. '형질전환 무균돼지’나‘척수 손상 개의 재활’'환자 맞춤형 줄기세포'등이 예고된 수순은 이었던 셈이다.

<황우석의 신화에 대통령도 감전되다>

황우석의 신화 만들기에 언론이 일등공신이라면 이에 버금가는 역할을 한 것은 다름 아닌 정부였다. '대한민국 최고 과학자 1호' '24시간 상시 경호' 등 과학자에게 낮설은 최고의 권력을 부여했다.

2003. 10 서울대 수의대를 방문한 노무현 대통령은 척수 손상된 도사견의 치료장면을 화상으로 지켜보고 황박사의 브리핑을 받은 노무현 대통령은'정말 감전'되었다고 실토했다.(황박사의 연구성과에 감동과 느낌이 넘쳐서 몸이 떨려옴을 느꼈다)

대통령의 황박사에 대한 찬사의 극치인 '감전'이라는 표현은 이후 과기부를 비롯한 범 정부적으로 황박사의 지원은 파격적으로 이루어졌다. 황박사의 연구비에 엄청난 혈세를 쏟아붓고서도 정부 어느 부서, 어느 누구하나 그의 연구실적을 세밀하게 분석하거나 검증하는 곳이 없었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또한 정치인들은 어떠했나? 그를 둘러싸고 자신의 이미지 관리에 활용하려고 무진장 애를 써오지 않았던가! 지난 총선때는 여야 가릴것 없이 그를 자기당 비례대표에 끌어오려고 피티기는 일전을 치렀던 일은 이미 다 알려진 사실. 최근 학규 경기도지사는 황우석 박사를 비난하는 모든 사람은 악인이라고 까지 단정하지 않았던가!

이제 '황우석의 신화'는 막을 내렸다. 그 동안 1999년 '복제소 영롱이' 에서부터 시작되어 '2005년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에 이르기까지 우리언론이 보여준 일련의 과정은 참으로 부끄러운 것이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언론이 뼈져리게 반성하지 못하고 과거의 행태를 계속 답습한다면 언제든 제2, 제3의 황우석은 계속될 것이라는 것을 우리 언론은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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