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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hnic Food is All the Vogue

검토 완료

민은실(hsta22)등록 2006.02.03 14:58

톰양꿍&푸팟퐁카리 ⓒ 민은실

아침부터 비가 내리고 있었다. 전 날까지만 하더라도 붉은 태양이 이글거리는 참에 거리로 나설 용기가 생기질 않았는데 말이다. 큰일이다. 아침부터 내리는 비 때문에 팡아만에서 배를 타려던 계획이 무산될 참이다. 하지만 여기서 그칠 소냐. 무리하게 강행해서라도 팡아만의 절경을 보고야 말 것이라고 결심하고 배를 탔다. 양 옆으로 드리워진 나무들은 어깨 죽지를 축축 늘이고 있었다. 언뜻 보면 비쩍 마른 장승배기가 긴 팔로 붙잡을 것 같은 모양이다.

비옷을 입었지만, 추적추적 내리는 빗물에 이미 옷은 다 젖어 있었다. 20분 남짓 갔을까, 오른편의 기암절벽 아래 수상가옥들이 보였다. 특유의 향신료 향이 솔솔 풍긴다. ‘저기서 점심이나 먹어야 겠다.’는 생각에 잠시 내렸다. 앞으로 펼쳐진 비가 흩날리는 팡아만의 모습과 태국 음식이라니…. 꽤 괜찮은 시간이라고 읊조렸다.

에피타이저로 나온 음식은 태국의 스프라고 하는 톰양꿍(Tom Yam Kung)이었다. 새우를 주재료로 한 탕 요리인데, 레몬그라스와 갈랑가, 라임잎, 칠리 페스트 등 6~7가지의 향신료와 시원한 해물을 사용해 국물 맛을 냈다. 첫 맛은 새콤달콤하고 끝 맛은 몹시 매웠다. 늦여름인데다 비가 오고 있어 몸에 한기가 느껴졌는데 뜨거운 보글보글 끓는 톰양꿍을 먹으니 한결 속이 따뜻해지는 것 같았다.

발목까지 오는 초록색 태국 전통 의상을 입은 언니가 메인 요리를 들고 왔다. 담백한 향이 입맛을 자극했다. 부드러운 껍질의 게 볶음 요리로 껍질째 즐기는 푸팟퐁카리(Poo Phad Pong Kar)는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청 고추와 홍고추의 쌉소름한 맛과 코코넛의 달콤함이 묘하게 뒤섞여 담백한 맛을 만들어 낸 것. 매혹적인 향신료의 향에 취하고 이름 모를 채소의 풋풋함에 넋을 빼앗겼다. 후식으로는 열대과일, 람부탄을 먹었다. 입 안 가득 달콤한 맛이 퍼졌다.

끓이고 튀기고 볶고 조리고 굽는 것을 눈앞에서 볼 수 있는 팡아만 수상가옥 음식점. 언뜻 보기엔 꾸밈이 없어 소박해 보이지만 종류는 화려했다. 활기차면서도 넉넉함이 넘쳐났다. 비릿할 것 같은 음식에서 매콤함과 담백함이라는 형용할 수 없는 맛도 느꼈다. 무엇보다 부슬비가 내리는 그 풍경 속에서의 여유로운 점심은 낭만, 그 자체였다.

외국 음식에 대한 체험과 이국적 감성 소비를 자극하는 에스닉 푸드가 2006년도에 인기를 끌 것이라는 소식은 그래서 더 반가운지도 모르겠다. 이국적인 맛을 내면서도 우리 입맛에 거부감을 주는 느끼함이 없다는 점, 넉넉한 채소와 몸에 좋은 각종 허브 향이 가미된 건강식이어서 웰빙 콘셉트와도 맞아 떨어진다는 점 때문이다. 태국음식을 비롯해 멕시코, 터키 음식도 아직은 생소하지만 속속 생겨나는 만큼 다양한 음식들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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