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섭과 국가보안법

반쪽에 불과한 국가 보안법...

검토 완료

장용진(ohngbear)등록 2006.02.08 14:32
십 수년전쯤으로 생각된다. 새로산 pc에 2400bps급의 모뎀이 달려 있다보니 처음으로 pc통신이라는 것을 했던 것 같다.
지금은 이름이 바뀌어 버린 '하이텔'이라는 곳이 내 주된 놀이터였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텍스트로만 가득한 그 곳에 무슨 재미라고 하루에도 몇 번씩 들락거렸는지, 웃음이 난다.

내가 김완섭이라는 사람을 처음 안 것도 그때였다. 당시 '하이텔'의 '큰마을'이라는 곳에는 가끔 소동아닌 소동이 일었는데, 주로 어이없는 주장이나 욕설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요즘 같으면 '악플'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드는데, 그런 악플을 가장 많이 몰고 다닌 사람이 바로 김완섭이었다.

'모든 여성은 본질적으로 창녀이며, 결혼 역시 매매춘의 일종이다. 게다가 결혼제도는 자유롭게 유통되야 할 "성"이라는 상품을 독점상태에 매어 두는 것이기에 폐지돼야 한다'는 것이 김완섭의 주장이었고, 이것은 후일 '창녀론'이라는 이름으로 책이 되기도 했다.

한편, 김완섭은 당시 사이버 공간의 전반적인 흐름이었던 '진보적 성향'에 적대적이기도 했다. 극우 분자로써의 자질을 그때부터 보였다고 해도 될 것 같은데... 다른 네티즌들이(나를 포함해서) 엄청난 비난을 퍼부었지만, 참 꿋꿋하게 떠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여기에는 조선일보의 지원도 한 몫했다. 김완섭은 한때 그의 '창녀론' 때문에 하이텔로부터 이용정지를 당하기도 했는데, 조선일보는 이를 '만기출소'라고까지 하면서 만평에서 소개했다. 주사파를 때려 잡는 '김완섭'을 그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한동안 김완섭은 일본쪽에서 책을 내면서, 돈을 벌어들였던 모양이다. '창녀론'이라는 책도 상당한 수익이 됐을 것이라고 하던데, 환율과 물가를 고려한다면 일본쪽 수익과 비교하긴 어려울 것 같다.

한동안 사이버 공간보다는 책 파는데 재미를 붙이고 있던 김완섭이 최근 다시 사이버 공간을 시끄럽게 하고 있는 모양이다.
자신을 비난한 '악플'에 대한 고발을 했다고 하는데, 우스운 것은 그가 '고소를 한 이유' 가운데에는 '가족들이 보기 때문'이라는 내용도 포함됐다는 것이다.

'결혼은 본질적으로 매매춘이며, 시장에서 자유롭게 유통되야 할 "성"을 독점하는 것이다'라고 하던 그가 '가족들의 눈' 때문에 '악플'을 고소했다니 실소가 터진다. 결혼이 매매춘이면, 가족은 매매춘의 산물이며, '성을 독점하는 제도적 제한'인데 말이다.

여하튼 김완섭의 글을 보면서 많은 네티즌들이 분기탱천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내 주변의 어떤 사람은 '김완섭'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처벌해야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독립운동을 존재의미로 삼았던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은 것이 대한민국인데, 독립운동을 '테러'라고 규정짓는 행위는 대한민국의 근간을 부정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독도가 일본 땅'이라니... 대한민국의 영토를 외국에 할양하라는 주장이야말로 '매국행위'가 아니냐는 주장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주장에 동의하리라 생각한다. 나 역시도 감성적으로 동의한다.
그런데, 결론적으로 국가보안법으로 김완섭을 처벌하기는 어렵다.

국가보안법은 북한이라는 단체와 사회주의자를 통제대상으로 삼는 법이다. 거의 모든 법 조항에는 '반국가 단체를 이롭게 하는 것을 알면서'라는 말이 붙어 있을 정도다.
그런데, 일본은 '반국가 단체'가 아니다. 오히려, 대한민국과 자유무역 협정을 논의하고 있고, 무비자 입국이 가능한 '우방국'에 가깝다.
어디 그 뿐이겠나?
한반도에서 전쟁이 난다면, 한반도로 공급될 전쟁물자는 모두 일본을 거쳐서 오게 될 것이다.

그러니, 일본에 유리한 주장을 했다고 해서...국가보안법 위반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형법 상 내란, 외환죄에도 해당할 가능성도 적다.

보다 정확히 표현한다면, 일본이 군사력을 동원해 대한민국 영토에 대한 공격을 하지 않는 이상, 김완섭을 처벌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서슬이 퍼렇다는 국가보안법의 실체가 이렇다.

국가보안법 존치론자들은 독일 연방 헌법법원의 판례 가운데, 이른바 '투쟁적 민주주의'론을 논거로 내세운다.
서독 헌법법원은 이 이론에 근거해, 두개의 정당을 해산시켰다.
하나는 서독 공산당이었고, 하나는 신나찌 정당이다.

통독이된 지금도 독일은 신나찌 정당은 여전히 불법으로 보고 있다.
즉, 투쟁적 민주주의라는 것은 극좌파만 투쟁의 대상으로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극우 분자도 마찬가지의 위협세력
으로 보고 있다는 점인데...
우리의 경우, '독일제' 투쟁적 민주주의의 절반만 받아들여서, 좌파에 대해서만 통제하려고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고 보니, 김완섭 같은 극우 반민족 행위자에 대해서는 아무런 통제를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어떤 사람은 김완섭의 행위가 그다지 위협이 아니라고 주장할런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김완섭이 '한국이 독도를 강탈했다'라고 주장하는 것이, 일본 자위대의 군사행동을 정당화하는 빌미를 줄수 있다
는 점에서 결코 작은 것은 아니다.
게다가, 사이버 공간을 통해 은근히 세력을 키워가고 있는 '신 친일파'의 존재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지금,
국가 보안법을 비롯한 우리의 '공안법률'에 대한 균형잡힌 시각에 기반한 검토가 필요할 때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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