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정부인가?

- 정부의 중장기 조세개혁방안에 대한 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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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우(woo9505)등록 2006.02.08 18:23
누구를 위한 정부인가?
- 정부의 중장기 조세개혁방안에 대한 소고

2월 8일 통계청의 ‘2005년 가계수지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도시가구(6011가구)를 소득별로 20%씩 5분위로 나눌때 소득하위 20%인 저소득 빈곤가구(1분위)의 세금부담은 2004년에 비해 11.4%(2004년 1만4564원→2005년 1만6226원) 급증하였으며, 이는 전체 평균(2.8%)의 4.1배에 달하는 수준으로 전소득계층중 가장 높은 비율이다.

이를 통해 알수 있듯이 이미 이나라의 서민층은 무거운 세금으로 고통받고 있다.
더군다나 현재 정부가 수립하고 있는 중장기 조세개혁방안을 보면 정말 중장기 조세개혁방안인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의심이 들 수 밖에 없다. 과연 노무현 정부가 서민층과 중산층을 대변하는 정치세력인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글의 목적은 대처정부의 경험에 비추어 조세개혁이 가지는 의미를 되새기며 개혁이라는 타이틀로 탄생한 참여정부가 과연 누구를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진지하게 검토해보기를 촉구하고자 하는 것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개혁방안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 번째, 중산층과 서민층이 주로 혜택을 보거나 간접세 성격을 가지며 서민층과 월급쟁이들의 돈을 더 가져가는 것이 핵심이다. 부가가치세 인상, 부과대상폭 확대, 면세품목 축소와 간이과세적용 폐지, 주세와 담배세 인상, 소득공제 폐지 및 축소 등이 해당된다.
두 번째, 조세불평등의 문제로 항상 지적되어왔던 고소득 자영업자 소득파악의 의지가 없다는 것이 들어났다. 고소득 자영업자들의 소득파악을 위해 내놓은 방안이라고는 금융거래 정보를 이용해 소득 파악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 방법에 있어서 자영업자(기장 사업자)가 소득신고를 할 때 은행거래 내역을 세무당국에 제출하면 세제 혜택을 주고 그렇지 않을 경우 세금탈루 혐의가 높다고 보고 우선 관찰대상에 포함시킨다는 것이다.

얼핏 봐서도 그리 효과적인 방안이라고 보기는 힘들 듯하다. 금융거래를 안하면 그만일듯하다. 엄청난 금액을 탈세하면서도 버젓이 간판걸고 영업하는 자영업자들을 지금도 잡지 못하고 있는데 금융거래 신고하라고 해서 과연 달리질것이 무엇이 있을 것인가?

아무리 보아도 고소득 자영업자 소득파악에 대한 의지보다는 서민층의 주머니에서 더 많은 돈을 거두겠다는 것이 핵심으로 보인다. 지금도 월급쟁이 서민과 중산층들은 엄청난 반발을 하고 있다. 국가의 재정지출의 증가에 따라 세수의 추가적인 확보와 증세가 따를 수 밖에 없다는 것은 인정할 수 있다. 하지만 최소한 국민들에게 공평하게 세금을 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지만 그 증세논리도 이해되어질 수 있을 것이다.

대처정부의 인두세 도입과 실패의 경험

이번 중장기 조세개혁방안에 대한 논란과 국민들이 반발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대처정부의 인두세 도입과 그 실패의 사례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대처정부가 지방세제를 개혁하기 위해 도입하였던 지역주민부담금(인두세 Poll Tax)가 결국 실패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국민들이 불공평한 세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영국은 1960년대부터 급격히 팽창하는 지방세부담을 해결하기 위하여 지방세 개혁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었다. 당시 영국의 지방세제는 부당산 과세인 레이트가 17세기에 탄생된 이후 유일한 세원이었으며, 과세대상은 부동산 점유자로서 과세표준은 임대가격이다. 2차 대전 전에는 지방세입의 주요한 세입원이었으나 전후 급격히 저하되어 1953년에 지방세입에서 국고보조금의 비율이 레이트를 초과하기 시작하며 지방재정 개혁의 필요성이 제기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 하에서 대처 정부는 ‘선택과 부담’의 원칙 하에 행정서비스의 수혜자가 비용을 부담함으로써 인두세 성격을 띤 지역주민부담금(스코틀랜드에서는 1989년 4월부터, 잉글랜드와 웨일즈에서는 1990년 4월부터 시행)으로 지방정부의 재정책임을 제고할 것으로 기대하였다. 지역주민부담금의 실시는 ‘균일과세’와 ‘지방재정의 책임제고’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새로운 세금인 지역주민부담금 도입에 대한 저항을 피하기 위해 세제감면 규정 및 분할납부, 안전망(safe nets), 세율 상한선(Capping)의 규정 등의 보조장치를 가지고 시행되었다.
극히 소수만 분할납부가 허용되었던 레이트와는 달리 분할납부가 원칙으로 시행되었으며, 감면대상 또한 확대되었다. 특히 학생과 저소득자는 80%까지 감면해 주었다. 그리고, 안전망을 도입하여 세수입의 증가가 예상되는 지방정부에게는 1990-1991 회계연도에 일정 부분의 이상의 수입증가를 억제하고 손실예상 지방정부는 손실방지 안전장치를 마련하였다.

이와 같은 보조적 안전장치를 함께 시행하였으나 그 부작용은 심각하였다.

첫 번째, 지역주민부담금의 역진성으로 인해 대처수상은 의원들로부터 거센 저항을 받게되었다. 윤택한 지방정부는 조세부담이 경감되고 오히려 경제사정이 열악한 지방정부는 조세부담이 증가하는 지역주민부담금의 역진성이 발생하게 된다.

두 번째, 안전망제도의 도입으로 인해 보수당이 지배하는 지방정부로부터 노동당이 지배하는 지방정부로 재원이 이전됨에 따라 보수당으로부터 심한 반발이 야기되었다. 안전망제도는 야기될 가능성이 있는 중산층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하여 마련되었으나 오히려 보수당 의원들의 반발을 야기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세 번째, 지방정부 차원에서 지역주민부담금이 저소득자에게 조세부담을 가중시키는 역진성이 발생하였다. 고액의 레이트를 부담하였던 세대일수록 지역주민부담금의 부담률은 적었고, 레이트의 부담률이 적은 가계 중 성인의 수가 많을수록 지역주민부담금의 부담이 증가하여 소득에 대한 역진성이 두드러지게 되어버린 것이다.

네 번째, 세수에 대한 중앙정부의 예상치와 달리 지방정부가 결정한 지역주민부담금의 수치는 과세표준의 설정차이에 의해 큰 차이가 생겨났다. 지방정부가 인플레영향, 징세비용, 탈세율 등을 고려하여 중앙정부가 예상한 것보다 고율의 지방세를 부과되었다.

마지막으로, 지역주민부담금의 도입으로 오히려 지방정부의 재정부담이 감소하고, 중앙정부의 재정원조금이 증액되었다. 따라서 지역주민부담이 의도하였던 지방정부의 책임성 제고라는 목표는 실패하게되고 대처 정부에게 큰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와 같은 부작용들 중에서도 지역주민부담금의 역진성이 대처수상에게 정치적으로 커다란 타격을 주었으며 마침내 지역주민부담금제는 도입 3년만에 폐지되었다.
‘선택과 부담’이라는 원칙 하에 채택되었던 지역주민부담금은 대처수상의 보수이념을 구현하는 정책으로서 대처정부 보수적 개혁의 핵심정책이었다. 그만큼 중요한 정책이었음에도 이론적 검토에만 치중하여, 시행 후 부작용을 전혀 예측하지 못하였으며, 국민적 동의를 얻는데 실패하여 결국 수상교체의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조세개혁은 공평하게

이상과 같은 대처정부 당시 영국의 인두세의 도입과 폐지의 과정을 통해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이론적인 측면에서 완벽한 제도라 할지라도, 현실적 문제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심각한 부작용을 가져오게 되며, 국민의 정치적 지지를 수반하지 못할 경우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즉 이상과 현실간의 괴리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이루어진 개혁은 결국 개혁의 퇴보와 국민적 고통을 수반할 수 밖에 없다. 잘못된 진단을 통해 설정된 수술은 성공하였으나 결국 환자는 사망하는 결과와 동일한 것이다.

정부가 말하는 조세개혁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무엇을 위한 것인지 다시 한번 진지하게 검토해보기를 촉구한다. 지금 국민들은 이 정부의 개혁이 관료들의 행정논리, 경제논리에 포로가 되어 이미 실종되어버린게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 국민들에게 고통분담을 요구하기 이전에 개혁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탄생한 현 정부가 과연 누구를 위한 개혁을 하고 있는지 진지한 성찰을 요구한다.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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