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 정치권 지각변동의 변수 되나

[김종배의 뉴스가이드] '새시대 정치연합' 발족 앞둔 고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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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배(kjbyy)등록 2006.02.14 10:08

지난달 2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미래와 경제> 창립 발기인 총회'에서 고건 전 총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변수가 등장했다. '고건 변수'다.

<조선일보>는 오늘, 고건 전 총리가 다음달 초에 '새시대 정치연합'을 발족시킬 것이며, 열린우리당 전당대회가 끝나는 대로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국민중심당에 연합공천을 제의하는 문제를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또 연합공천이 여의치 않을 경우 '고건과 함께 하는 후보'를 선정해 개별 지원키로 했다고도 전했다.

고 전 총리와 가까운 사이인 김경재 전 민주당 의원도 오늘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조선일보> 보도내용을 확인했다. '새시대 정치연합' 발족을 위해 "6∼7명으로 구성된 준비모임" 일원이냐는 질문에 "그럴 수도 있다"고 대답한 김 전 의원은 연합공천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조선일보> 보도를 사실로 전제할 경우 가장 먼저 살펴야 하는 건 시점이다. 열린우리당 전당대회를 나흘 앞둔 시점에 '정치 연합' 구상을 언론에 알린 게 예사롭지 않다.

시점에 대한 궁금증은 당연히 열린우리당 의장 경선에 나선 김근태 후보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다. 그가 고 전 총리에 여러 차례 '러브콜'을 보냈기 때문이다.

김 후보측의 대변인인 우원식 의원은 어제 기자회견을 자청해 "대이변"이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최근 김 후보와 고건 전 총리의 대연합 회동을 계기로 당원들의 마음이 김 후보 쪽으로 쏠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고 전 총리의 행보가 김 후보측의 주장처럼 '주파수'를 맞춘 결과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더구나 고 전 총리의 발걸음은 "독자적인 정치세력화"로 나아가고 있다. 김 후보의 '러브콜'과는 일정하게 거리가 있다.

열린우리당 의장 선거에 미칠 영향은?

하지만 이런 현상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흘려버릴 수 없는 게 있다. 고 전 총리가 첫발걸음을 연합공천 쪽으로 뗀 점이 그것이다.

고 전 총리의 연합공천 움직임이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곳은 두 곳이다. 수도권과 충청지역이다. 수도권에서는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충청권에서는 열린우리당과 국민중심당이 연합하는 구도다.

이 구도가 실현될 경우 가장 크게 득을 보는 곳은 열린우리당이다. 수도권에서는 '전통적 지지표'의 복원을 통해 광역단체장 당선을 기대해볼 만하고, 충청지역에서는 한나라당의 당선을 저지할 수도 있다. 최소치로 한나라당의 압승을 저지하고, 최대치로 선거 승리(열린우리당 기준으로서의 승리다)를 노려볼 수 있다.

김 후보측이 "대이변"을 자신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구도에 대한 '믿음'이 열린우리당 대의원들에게 퍼질 경우 김 후보 지지표가 급증할 수도 있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사고의 영역에 머물러 있는 구도이고, 희망이 섞인 그림이다. 그 실현 여부는 미지수다. 정동영 후보측에선 김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가 갈수록 커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굳이 섣부르게 예측할 이유가 없다. 일반 국민 입장에선 나흘만 기다리면 된다.

예측은 불가능하다. 다만, 경우의 수에 따라 가능성을 탐지할 수 있을 뿐이다.

고건의 연합공천 실현 여부는?

고 전 총리가 구상하는 연합공천이 실현될 것인가 여부를 가리는 관건은 두 개다.

누가 열린우리당 의장이 되느냐가 첫째 관건이다. 김 후보가 의장이 된다면 고 전 후보의 연합공천 구상은 탄력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정 후보가 의장에 당선될 경우 상황은 복잡해진다. 정 후보가 연합공천에 대해 가타부타 명확하게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기 때문에 뭐라 단정하긴 어렵지만 김 후보가 의장이 되는 경우에 비해서는 추진력이 약화될 공산이 크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의장 경선결과와 연결돼 있으면서도 한편으론 독립적인 또 하나의 관건이 있다. 바로 노무현 대통령이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이 연합공천을 이뤄내기 위해선 전제조건이 실현돼야 한다. 바로 노 대통령 문제다. 민주당은 지난해 2월 전당대회서 "분당세력"과의 합당 가능성을 원천봉쇄하는 결의문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열린우리당과 손을 잡기 위해서는 당내 반발 여론을 잠재울 명분이 필요하다. 노 대통령의 탈당 또는 사과를 요구하는 이유가 이것이다.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노 대통령의 마음도 마음이려니와 의장에 선출되는 사람의 상태도 문제다. 누가 의장이 되든 당 장악력을 일거에 끌어올릴 수는 없다. 반면 지방선거는 100일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 민주당이 흡족해할 만한 카드를 내놓기 위해서는 의장이 노 대통령과 각을 세워야 할지도 모르는데 그럴 준비를 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그 뿐인가. 노 대통령과 각을 세워 얻을 수 있는 득과 고 전 총리와 연합을 해서 얻을 수 있는 득을 저울질하지 않을 수 없다. 의장 입장에선 지방선거는 관문이지 종착점이 아니다. 아울러 노 대통령의 탈당이 열린우리당의 분당으로 이어진다면 고 전 총리의 '정치 연합'은 '정치 분열'을 동반한다. 계산할 게 너무나 많다.

'최선책'과 '차선책' 사이에 선 고건

그래서일까? 고 전 총리측은 연합공천을 추진하되 이것이 여의치 않으면 '고건과 함께 하는 후보'를 선정해 개별 지원하는 '차선책'까지 세워놓았다고 한다.

고 전 총리의 '차선책'과 '최선책'에는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다. 두 방책 모두 고 전 총리를 정치의 '중심'으로 세우는 것을 궁극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거기까지 가는 길은 많이 다르다.

'최선책'은 정당간 통합을 지향하는 '구심의 정치'인 반면, 차선책은 기존 당 조직의 균열을 예고하는 '원심의 정치'다. '고건 세우기' 측면에서 '최선책'은 무난하지만 속도가 느린 반면 '차선책'은 파괴적이지만 속도가 빠르다.

장점과 단점이 공존하는 방안은 선택하는 이들을 고민스럽게 한다. 고 전 총리의 궁극목표에 동의하지 않는 이들에겐 더더욱 그렇다.

살펴야 할 요인이 쌓여가면서 정치 방정식은 2차원에서 3차원으로 올라가고 있다. '해법정치'와 '정치의 정석'이 있으면 좋으련만 그 또한 없다.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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