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가족도 지하철 승객입니다

[주장] 시민을 무시한 파업, 무엇을 위한 투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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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용진(windbreak6)등록 2006.03.03 09:59
서울의 기온이 영하를 기록했던 2일, 명색이 ‘시민의 발’이라던 지하철이 끙끙댔다. 지하철 내부는 사람들로 포화상태가 됐고 사람들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 퇴근시간에 맞은 이 불쾌한 시추에이션이 벌어지던 순간에도 그래 철도를 책임진다는 노조라는 사람들은 고작 파업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한다면 다인가. 그들에게 시민은 더 이상 모셔야 할 고객이 아니라 자신들의 논리를 정당화 하기위한 담보에 불과한 모양이다. 그러지 않고서는 도저히 발생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시장경제를 이념으로 삼은 국가에서 ‘이익’을 취하는 행위는 경우에 따라선 특정 가치에 선행할 수 있다. 거듭 강조하지만, ‘경우’에 따라서 만이라고 했다. 그런데 만약, 경우를 무시한 채 독선(獨善)으로 치닫게 되면 이익추구는 이기주의로 변질되고 만다. 그 본질을 훼손하는 거다.

불행히도 오늘(2일)의 지하철(1, 3, 4호선) 안에서 시민들은 이익추구로 둔갑한 이기주의를 확실하게 목도했다. 영문도 모른 사람들에겐 그 낯선 풍경이 도저히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물론 그런 상황을 야기한 원인을 모를 리 없겠지만 심리는 이미 분노로 끓어오르고 있었을 것이다. 단언하건데, 오늘의 경험은 쉽게 잊혀 지지 않을 것 같다.

예상은 했지만 막상 현실로 파고 들어온 그 상황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짜증났다. 미처 적응하기도 전에 순식간에 지하철 안을 덮어버린 사람들로 내부는 송곳 하나 꽂을 틈도 없이 숨이 막혔다. 거기에다 시끄럽게 울리는 기내 방송에서는 사람들의 심리적 불편함은 아랑곳 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자기 할 말’만 쏟아졌다.

“후속 열차가 금방 오니 다음에 타주세요” 라는 말만 되풀이 하면서 정작 그 어투는 심히 불쾌한 모양이었다. 적반하장(賊反荷杖)이란 말이 아마 이런 상황을 두고 생긴 말이 아닐까? 그렇다면 그 기관사에게 묻는다. 오늘 급한 약속이 있고, 지하철은 타야한다. 그런데 파업으로 인해 지하철 운행이 매끄럽지 못하다. 어떻게 할 것인가?

정부에서는 이번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강경하게 대처해 나갈 조짐이다. 이미 불법으로 간주된 만큼 이번 파업의 성격은 도를 넘어도 한참 넘어섰다는 판단에서 그런 결정을 내렸을 것이다. 하긴 막강 노조의 눈과 귀에는 앞으로 취해질 조치가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 하나만 알아두었으면 한다. 서울에는 천 만 명이 넘는 인구가 밀집해 있다. 시민들의 주 이동수단인 지하철이 마비되면 어떤 일이 발생할지는 누구보다 자신들이 더 잘 알 것이라 믿는다. 모든 위험을 감수하고서 벌인 파업이라 그만큼 절박했을 것이란 것쯤은 이미 설득력을 잃었다. 지하철 내부에서 들린 시민들의 원성(怨聲)은 분노의 차원을 넘어서 증오로 까지 비쳐졌다.

파업. 재고(再考)해봐야 할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 많은 문제 중에서 가장 심각하고 절실한 문제는 파업을 하는 입장이 있다면 그로인해 ‘피해’를 보는 입장도 반드시 있다는 사실이다. 이젠 ‘권력노조’, ‘막강노조’ 따위의 수사는 더 이상 시민들을 자극하지도 못한다.

그만큼 우리는 연례행사처럼 진행되어 온 무수히 많은 파업들에 면역이 됐고 익숙하기 까지 하다. 그렇지만 정말 ‘정’이 뚝 떨어지는 이유는 왜 그들로 인해 무고한 시민들, 특히 나이가 많으신 어르신들까지 애꿎은 피해자로 만들어야 하는가이다. 자기들은 집단행동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고 하지만, 시민들이 받은 경제적, 정신적 피해는 누구에게 보상받고 호소한단 말인가.

이익도 좋고, 파업도 좋다. 그러나 정말 자신들의 의견과 문제를 호소하고 싶다면 당당히 협상 테이블에 앉아서 진지하게 토론하고 대안을 강구하면 그만이다. 그리고 제발 한가하게 앉아서 파업이나 하고 있을 작정이면 최소한 ‘고객을 먼저 생각하는’ 따위의 낯간지러운 말은 운운 안했으면 한다. 그게 그래도 덜 가식적으로 보인다.

파업 참가자들이 목청 높여 파업을 옹호하고 있을 때, 그 시간에 지하철 안에서 자신의 가족이 겪었을 불편함을 한번이라도 생각해봤으면 한다. 무엇을 위한 파업인가? 대답은 그 가족에게 직접 듣는 편이 낫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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