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의 올드 앤 뉴(OLD & NEW), 내 미래를 보여줘!

‘점집’과 ‘사주카페’의 공존, 그 현장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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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헌(zestor33)등록 2006.03.08 17:25
봄은 즐기라고 있는 계절이라고 했던가.(Spring is nature's way of saying, let's party.) 신촌 거리를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의 얼굴에 봄기운이 완연하다. 오랜만에 신촌로터리에 가만히 서서 주위를 둘러봤다. 무심코 바라본 거리의 풍경에서 의외의 모습을 보았다.

‘봉산철학원’, ‘정도령’, ‘애기동자’, ‘총각도사’, ‘장군보살’ 등. 소위 ‘점집’ 간판들이 즐비했다.전통의 '미아리'라면 모를까 새로운 유행을 선도하는 젊음의 거리 신촌에도 점집이 많다니 의아했다. 방문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른 시간이라 점을 보는 사람을 만나기가 어려웠다. 겨우 만나게 된 ‘장군보살’집의 할머니는 “나는 몸이 아파서 점을 못 보지만, 저 쪽 ‘애기동자’ 가보면 사람 있을거야”라며 “찾아오는 사람은 꾸준하다”고 귀띔했다. 애기동자에 들렀다. 이곳에서 점을 보았다. 복채는 5만 원이었고 찾아오는 사람도 꽤 있다고 했다. 애기동자를 나와 ‘총각도사’로 향했다. 굿을 하는 애기동자와는 달리 일대일 대화로 점을 보는 곳이었다. 사람이 요즘 뜸하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철학원 원장은 “꾸준히 오는 사람들은 계속 온다”며 “애정운, 직업운, 금전운 등은 누구에게나 궁금한 주제 아니냐”고 말했다. 한편 ‘봉산철학원’은 예약이 밀려 있어서 방문하지 못했다.

보살집이나 철학원이 예전방식이라면, 젊은이들의 입맛에 맞는 점집도 유행이다. 이른바 ‘사주카페’다. 커피와 음료를 제공하며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사주카페는 보살집이나 철학원 보다 가격도 저렴해 젊은 층이 많이 찾는다. 신촌로터리를 따라 3대 사주카페(‘에로스’, ‘아이비’, ‘e-사주공간’)가 밀집되어 있다는 이대 앞으로 향했다.

‘e-사주공간’을 찾은 김혜린(24)씨는 “해 바뀔 때 마다 이곳에 오곤 합니다. 연애 상담하러 올 때도 있고, 진로 상담도 하곤 해요. 일반 점집보다 가격도 저렴하고, 분위기도 부드러워서 자주 오는 편이에요”라고 말했다. 실제 이곳은 3천원부터 1만2천원까지 가격대가 저렴하면서 다양했다. 이곳의 직원 박지연(24)씨는 “적성, 진로, 금전, 애정, 유학 관련 등 여러 분야 사주를 다 봅니다”라며 “특별히 ‘정통궁합사주’라는 것을 통해 사주를 애프터서비스(A/S) 해주는 것이 반응이 좋은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e-사주공간의 ‘메인술사’ 상원(29)씨는 “정확한 정보는 공개할 수 없지만, 매출액은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자신의 미래를 훔쳐보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다. 더군다나 경기침체로 불확실성이 판치는 현대에는 그 강도가 더할지도 모른다. 역동적인 거리 신촌, 바쁜 생활 와중에도 점집과 사주카페에 끊이지 않는 인파는 우리 사회의 어려운 현실을 반증(反證)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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