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공생을 청산하라

교직사회의 불루오션을 위하여

검토 완료

정근영(wondam)등록 2006.03.08 19:55

소나무 가지 사이에 굴밤나무가 세싹을 틔웠다. 불안한 공생이다. 언제까지 저렇게 살아 있을 것인지 궁금하다. ⓒ 정근영



오래 전 어느 음식점에서 동료와 식사를 하다가 D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한분을 만났다. D대학교 교육대학원을 나온 동료가 그 교수를 먼저 알아보고 인사를 건네자 “아직도 교감 안됐어요.”하고 묻는다. 쉰을 넘은 나이에 아직도 평교사라니 답답해 보였는가 보다. 당시 나나 그 친구는 승진에 필요한 연수점수를 따기 위해 교원 연수원뿐만이 아니라 시내 교육대학원의 문이 닳도록 돌아다닐 적에 알게 된 교수였다. 그 뒤 천신만고 끝에 연수점수는 딸 수 있었다.

하지만 근무성적을 따지 못해 승진을 하지 못한 것이 벌써 칠팔년이나 되어 가는 것 같다. 현행 승진규정의 점수는 경력(90점), 연수성적(30점), 가산점과 근무평정(80점)이다. 칠팔년 전에 근무성적 점수만 땄어도 벌써 승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사실 근무성적은 의미가 없다. 연수성적이나 가산점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것이 바로 근무평정점수이기 때문이다.

연수는 직무연수, 자격연수 등의 점수와 현장 연구, 교육실천 사례, 학습지도, 생활지도 등의 성적이 들어 있고, 석․박사 등의 학위점수까지 포함되어 있다. 가산점에도 특수아동 지도나 수업개선 연구나 아동지도 등의 점수가 또 들어있다. 그런데 새삼스레 근무평정 점수를 따로 둔 것은 교단을 비리로 휘청 그리게 할 뿐이다.

근무성적은 그 해 성적 60%, 그 전 해 성적 40%를 반영한다. 이렇게 두해를 이어서 1등을 해야 80점 만점을 받게 된다. 자격증을 받기까지는 2년이면 되지만 승진까지 이어지게 하려면 자격증 받은 뒤로 또 2년 연속 점수를 반영하기 때문에 한두 해 더 근무성적 점수를 받아야 한다.

근무성적은 경력, 연수, 가산점 등을 합계한 점수가 많을 적에 승진점수로써 의미가 있다. 따라서 경력, 연수, 가산점 점수가 높은 교사에게 근무성적을 1등을 주는 것이 상례가 되었다. 그런데 가끔 그런 원칙이 교장에 따라서 지켜지지 않아 비난과 의혹을 사기도 한다.

98년의 일이다. 동문이 교장으로 있는 A초등학교에 부임해가니 동년배의 L교사가 교무부장으로 있었다. L씨는 두 해 동안 근무성적 1등을 받아 교감자격 연수대상자로 뽑혔다. 하지만 그는 이미 간암으로 교감 자격증을 받지도 못하고 타계하고 말았다. 교감 자격증에 목숨을 걸었지만 죽음 앞에서는 부질없는 일이었으리라.

그 뒤를 이어 내가 교무부장 직을 맡았다. 하지만 새학년도가 되니 S교사가 부임해 왔다. 나의 동문인 교장은 정년퇴임하고 S교사의 동문이 교장, 교감으로 왔다.

S교사는 두해 계속 근무성적을 받아 교감 자격연수를 받고 그 뒤 교감 승진을 하지 못하여 또 근무성적을 받아갔다. 그렇게 해서 나는 2000년까지 A초등학교에서 근무성적을 한 번도 받지 못하고 만기가 되어 다른 학교로 옮겨가야 했다. 당시의 S교사는 지금 교장 자격연수자로 선발되어 내년이면 교장을 바라보게 되었다.

대학동기인 교감인 N씨가 자기가 근무하는 학교로 오라고 했다. 그 학교를 1희망으로 내신서를 제출했는데 잘못된 것이 있다하여 되돌아 나온 서류를 다시 작성해 내면서 동문이 교장으로 있는 B초등학교와 차례를 바꾸었다.

2001년 B초등학교에서 근무성적 점수를 받기는 했으나 경쟁교사와 갈등으로 그 학교를 떠나야 했다. 본래는 경쟁교사가 근무성적 점수를 받을 수 있는 학교로 옮겨 가기로 했다가 결심을 거두고 교장에게 거칠게 항의하는 바람에 내가 그 학교를 떠나게 된 것이다.

동문이 교장으로 있는 학교를 물색해서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한데 후배 교사 한 사람이 그 학교로 가야 한다면서 내게 양보하라고 했다. 사고내신이었던지 그 후배교사는 근무성적을 따기 위해서는 하급지인 그 학교밖에 갈 수 없다고 했다.

B초등학교 교장은 C초등학교에 근무성적 점수를 예약해 놓았으니 그 학교로 가기만 하면 승진은 틀림없다고 했다. 하지만 C초등학교 교장은 B초등학교 교사가 가겠다고 예약했다가 안온다고 해서 다른 학교 교사를 받기로 했다지 않는가. 그러면서 그 학교로 오려는 교사는 점수가 모자라 승진이 어려울 것이란 말도 전했다.

나는 C초등학교에서 교무부장을 맡았다. 그 해 여름 교장은 다른 학교로 옮겨가고 교감은 정년퇴직을 했다. 새로 교장, 교감이 부임해 오던 때 나는 할아버지 독립운동 행적자료를 찾으러 일본 후꾸오까로 가야 했다.

일본 영사관, 관계 경찰서에 미리 연락을 하고 협의된 날짜라 바꾸기 어려웠다. 개학을 하면 출근을 해야 하니 방학때 말고 시간을 낼 수도 없는 처지였다.

교장, 교감이 부임해 오는 데 교무부장이 환영을 해 주지 않아 마음이 틀어진 것인지 2001년 그 해 근무성적 점수를 받지 못했다. 이 해에만 근무성적 점수를 받으면 자격증 취득과 승진으로 곧바로 이어지게 되어 있었다. 그때는 자격증 가진 이들은 한 사람 빠짐없이 모두 승진했던 것이다.

2003년 7월 존경하는 한 친구의 도움으로 나는 2년 임기의 대통령자문 교육혁신위원이 되었다. 2년 동안 한달에 한두 번 서울로 출장을 가서 회의에 참석하고 부산으로 돌아오면 자정을 훨씬 넘긴 새벽이 되었다.

2003년 교감 자격 연수 때에는 공부를 하기위해 결석을 하려고 했지만 사무국에서 성원을 채우기 어렵다며 꼭 참석해 달라고 사정을 해서 연수원에서 책보따리를 챙겨서 서울로 가기도 했다. 그렇지만 초등학교 선생 주제에 교육혁신위원이라고 서울로 돌아다니는 것이 보기 싫었는지 2004년 근무성적을 받지 못하였다. 그 결과 2005년 승진발령을 받지 못하고 말았다. 당국자는 2005년 9월엔 어렵겠다며 2006년 3월엔 꼭 승진시켜 주겠노라 약속했다. 당국자는 그 약속을 했는지조차 잊어버리고 있는 것 같다.

2006년 3월은 물론이고 9월에도 승진이 어렵게 되어있다. 내년도 어렵다. 아니 기약을 할 수 없을 정도다. 교감 자격증 연수 대상자를 필요이상으로 너무 많이 뽑아서 그렇게 된 것이다. 교감 자격증은 필요한 인원만큼 뽑아야 한다. 사실 내가 교감자격증을 받을 적에는 필요한 인원만큼 뽑았다. 그렇지만 신설예정된 3개 학교의 개교가 다음해로 미루어짐으로써 승진에 누락되는 인원이 생긴 것이다.

승진에 꼭 필요한 인원을 뽑게 되면 교장, 교감 유고시에 승계할 인원이 없기 때문에 예비인력으로 남겨두기 위해서 더 많이 뽑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자격증을 먼저 받은 사람부터 승진을 시키면 하나도 문제가 될 것이 없다. 그런데도 필요이상의 예비인력을 뽑아서 해마다 다시 점수대로 줄을 세우게 됨으로 문제가 된것이다. 이것은 법을 위반한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법에는 자격연수 대상자를 승진에 필요한 인원만큼을 원칙으로 하면서 1.0에서 1.3배수까지 차출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 부산시 교육청의 경우 2006년 현재 자격증 소지자가 1.3배수를 초과하는 것 같다.

아무튼 자격증을 받을 때까지 최선을 다한 것이고 자격증을 받고 나면 최선의 노력을 다한 것이고 자격증을 따게 됨으로써 무장해제된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또다시 승진점수를 따라는 것은 교감 승진을 포기하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왜냐하면 자격증을 받은 뒤 점수를 딸 수 있는 것은 농어촌 근무점수가 고작인데 근무지를 그렇게 쉽게 옮길 수는 없지 않는가.

교육공무원승진규정 제43조에는 승진후보자 명부의 작성 시기를 “매년 1월 31일을 기준으로 한다.”라고 되어 있다. 이 규정에 따라서 해마다 명부를 새로 작성하게 되면 당연히 점수가 높을 수 밖에 없는 뒷해에 자격증을 받은 사람이 먼저 승진을 하게 된다.

세상에 이런 일도 있다는 말인가. 자격증은 일종의 승진 차례의 티킷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한해를 세워 놓았던 줄을 해체하고 다시 세우다니.

교육청엔 전문직 즉 장학사가 있다. 이들은 대부분 젊은이들이다. 내보다 10살 가량 나이가 적은 이들이다. 이들은 우선해서 승진시켜 준다. 아니 장학사는 이미 교감 대우를 받는 셈이니 승진이라기보다는 전직이라고 해야겠다. 지난해 9월에 이들 중 두 명만 전직하지 않았어도 나는 승진할 수 있는 서열이었다.

대통령자문 위원이 지방 교육청 장학사보다도 의미가 없다는 말인가. 전국의 장학사는 수백 명이 될 것이다. 그렇지만 교육혁신위원은 초등교원으로서는 전국에서 단 한 사람이지 않는가.

나는 초등교원가운데는 학력이 높은 편이다. 동년배인 교장이나 교감, 전문직에 견주어 결코 낮은 것은 아니다. 교육대학 2년을 나와서 한국방송통신대학에서 행정학과 국문학을 전공하여 두 개의 학사학위를 받았고 한국교원대학원에서 교육학 석사 학위를 받기도 했다.

더구나 교원대학은 교원교육의 시범 교육기관으로 교육감의 추천을 받아서 간 학교다. 나는 교원대학원을 갈 적만 해도 경찰대학이나 세무대학 등과 같이 특별한 대접을 받지 않을까 기대하기도 했다.

91년 교원대학원을 나와서 석․박사 학위를 가진 초등국어 교육을 전공한 교사들로 초등국어교육학회를 조직하여 초대 회장을 맡기도 했다. 이런 경력이 참고가 되어 교육혁신위원이 되었던 것이다. 사실 교육청에서는 초등교장회장을 교육혁신위원으로 추천하기도 했다는 말도 들렸다.

나는 여기서 학력에 걸맞는 대접도, 교육혁신위원의 경력에 걸맞는 대접도 요구하지 않는다. 다만 상례에 어긋나게 한해나 기다린 줄을 해체하고 다시 줄을 세우는 승진후보자 명부 작성의 부당함을 지적하고자 한다.

교육공무원 승진 규정 43조를 “승진후보자 명부는 자격증을 받은 순서를 우선으로 하고 작성 시기는 매년 1월 31일을 기준으로 작성한다.”로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1기 교육혁신위원회에서 2008학년도 대학입시 제도 개선안을 마련하면서 고민한 것은 수험생의 경쟁을 완화하여 사교육비를 경감하려는 것이었다. 교육부와의 협의과정을 거치면서 내신 위주의 입시제도가 되고 말았지만 본래는 내신중심이긴 하지만 6가지 경로로 입시를 치르게 하려는 것이었다. 여러 줄을 세우면 경쟁이 완화될 것이란 생각에서.

물론 학생의 경쟁도 완화할 필요가 있지만 교사의 문제로 눈길을 돌리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교단 현장은 승진을 앞에 두고 용호상박으로 으르렁 그리는 것 같다. 보직을 맡는 문제, 연수성적을 따는 문제, 가산점 문제 등 수많은 구멍에서 온갖 비리가 점철되고 있다.

교감자격증 인원도 필요한 인원만큼 뽑으면 될 것을 더 많이 뽑아서 문제를 만들어서는 안된다. 그렇더라도 자격증을 받은 순서대로 승진시켜 주면 될 것을 해마다 다시 점수를 내게 하면 교원은 서로 끝없는 경쟁상태로 내몰려서 연수원에서도 부정시험 시비가 끊이지 않게 된다.

교단은 레드 오션의 피 튀기는 경쟁의 바다가 되어서는 안된다. 서로 돕고 아이들 교육을 위하여 고민하는 블루오션의 바다가 되게 해야 한다. 상생까지는 안 되더라도 공생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자주로 가는 산에서 나무 등걸에 새싹을 틔우고 자라는 나무를 보았다.

지금 보기로는 신기하기는 하지만 그것은 공생이 아니다. 언젠가는 말라 죽고 말, 말려 죽이고 말게 될 그런 관계가 아닌가. 교직은 저렇게 불안한 공생의 마당이 아니라 글자 그대로 불루우션의 공생, 상생의 바다가 되게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같은 소나무끼리 이렇게 숲을 이루고 공생하고 상생할 수는 없을까. ⓒ 정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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