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정치권력-재벌 견제할 것인가

갯벌의 뭇생명 어민들의 목숨 16일 대법원 판결에 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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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균(huhjk)등록 2006.03.11 21:09
‘새만금 재추진’ 공로로 감사패 받은 사람들

1999년 5월 ‘새만금사업 환경영향평가 민관공동조사단’이 구성되어 방조제 공사가 중단되고 조사활동에 들어갔다. 1년 동안의 조사활동을 마친 후에도 약 9개월 간의 논란 끝에 마침내 정부는 2001년 5월 25일 ‘새만금사업을 계속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같은 정부의 ‘새만금 강행’ 결정 직후인 2001년 7월 9일 전주코아리베라호텔에서는 '새만금사업추진전라북도범도민협의회(공동대표 송기태-당시 전주상공회의소 회장, 김삼룡)'에서 주최한 '친환경새만금개발 다짐대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정부로 하여금 새만금사업을 계속 추진토록 결정하는 데 공을 세운 유공자(?)들에게 감사패를 주었는데 그 명단은 아래와 같다.

<국회의원> 김원기 김태식 이협 정균환 장영달 강현욱 장성원 정세균 정동영 이강래
<정치인> 장세환 전 정무부지사, 김진억 전 도의회의장, 허영근 도의회의장, 박인구 도의회 운영위원장, 김종수 도의원, 임광순 한나라당 도지부장
<언론> 임병찬 전북도민일보 사장, 서창훈 전북일보 사장, 서형락 전북제일신문 사장, 최공엽 새전북신문 사장, 김조웅 전주일보 사장, 황규호 전북매일 사장, 윤대작 KBS전주방송총국장, 유희근 전주MBC 사장, 백낙천 전주방송 사장, 김용한 CBS전북본부장,
<종교인> 신삼석 기독교연대새만금협의회장(목사), 백남운 기독교사회선교협의회장(목사),
<기타> 박도식 21세기시민복지위원회 대표, 조남수 환경농업연구가, 김영두 새만금피해어민총연합회장, 편영수 피해어민 대표, 김익수 농업기반공사 새만금사업소 관리실장, 송기옥 부안군애향운동본부 사무국장, 부안군애향운동본부.

전북 국회의원 전원과 전북의 언론사 대표 전원이 총망라되었다. 여기에 관변단체와 종교단체의 영향력 있는 인사들이 끼어있다.

서민 생활 외면하는 정치인들

전북의 정치인들은 선거 때마다 전북의 발전을 앞당기는 데 자신이 최적임자라고 스스로 내세우며 ‘새만금 환상곡’을 불러왔다. 지난 2004년 4.15 총선에서 전북의 10개 선거구를 석권한 열린우리당의 김원기 의원은 "전북출신의 열린우리당 국회의원들이 똘똘 뭉쳐 새만금사업 등 도정 현안을 차질없이 수행해 나갈 것"이라며 "전북도가 새롭게 출발하고 도약하는 계기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금까지 간척사업으로 인해 살길이 막막해진 어민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거나 그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현장을 방문한 전북의 국회의원은 단 한 명도 없다. 지난 1월 14일 부안에 온 정동영 의장(당시 열린우리당 고문)도 이들을 외면한 채 새만금전시관을 찾아 "앞으로 새만금으로 전국민이 먹고살 날이 올 것"이라면서 "새만금은 전북도민의 희망이자 전국민의 희망으로 국제물류 거점기지와 국제 허브항으로 개발해 나가야 한다"며 말해 환경 문제에 대해서는 의식이 전혀 없음을 보여주었다.

한 몸통을 이룬 언론, 관변단체, 개발세력

전북의 언론사들은 약속이나 한 듯 한결같은 목소리로 전북 도민들에게 "새만금사업은 전북의 숙원사업이며 새만금사업이 전북의 발전을 가져온다"고 부각시켜왔다. 또한 새만금사업을 반대하는 목소리는 아예 보도하지 않거나 축소 보도하는 방법으로 전북 도민들의 알권리를 막아왔으며 대부분의 전북도민들이 새만금사업을 찬성토록 하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들 언론사의 소유주는 대부분 건설업자 등 전북의 상공인들이다. 언론을 앞세운 이득이 크기 때문에 인구 200만도 안되는 전라북도에 일간지가 9개나 난립하는 기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북에 정읍, 익산, 군산, 전주 네 곳의 상공회의소가 있다. 이 가운데 전주상공회의소가 규모와 영향력이 가장 크다. 이들 주위에 정치인, 관료, 학계의 일부, 관변단체들이 연결되어 있다. 또한 이들 단체에는 언론사 사장이나 상공회의소 회장 등이 총재나 이사 등으로 참여하고 있어 말이 민간단체이지 사실상 한 몸통이다. 이를 보면 전북의 정치권과 언론, 토착 상공인들, 일부 관변단체들은 튼튼한 결속을 이룬 동맹관계에 있다. 이들이 바로 새만금사업 등 전북의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세력으로 서로 감사패를 주고받고 있다.

전북의 표심에 입이 묶인 중앙 정치인

전북애향운동본부(총재 임병찬/전북도민일보 사장), 강한전북일등도민자원봉사단체협의회(대표 송기태/전주상공회의소 회장), 새만금사업추진협의회, 새만금완공도민총연대 등과 같은 관변단체들은 상경투쟁을 하거나 궐기대회 등을 벌이기도 한다.

이들은 연간 수천억씩 국민의 혈세를 집행하는 농림부 산하 농업기반공사의 전면에 나서서 새만금 반대 목소리의 역풍을 차단하는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전북도의회는 이들 새만금사업을 찬성하는 단체에 예산을 지원할 수 있는 조례를 만들어 통과시키기도 하였다.

문규현 신부, 수경 스님, 김경일 교무, 이희운 목사 등 성직자들의 3보1배단이 경기도 과천에 들어설 무렵이던 2003년 5월 22일 전북 도청 앞에서는 '강한전북일등도민추진자원봉사자단체협의회'의 주도로 새만금논쟁종식도민총궐기대회가 열렸다.

이 날 참가한 500여명의 단체 회원들은 '새만금사업 반대행동 일삼는 환경부, 문화부, 해양수산부 장관 퇴진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는데 ‘강한전북일등도민~’ 송기태(전주상공회의소 회장), 유유순 공동대표는 "도민의 숙원사업인 새만금 사업을 중단시키려 한다면 200만 도민의 이름을 걸고 정권퇴진운동도 불사하겠다"며 중앙정부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이러한 전북 도민의 표심에 중앙무대의 정치인들은 전북에만 오면 ‘새만금 찬가’를 노래하고 서울로 올라갔다.

책임질 사람 없는 새만금사업

입법부의 수장격인 김원기 국회의장(정읍)은 지난 1월 24일 전북 도내 인사 33명을 새만금 항소심 승소와 관련해 공로가 많아 이를 격려한다며 한남동 국회의장 공관으로 초청해 만찬을 베풀었다.

이날 만찬에는 이형규 행정부지사와 정길진 도의회 의장을 비롯, 새만금완공전북도민총연대 신삼석 상임대표, 임병찬 애향운동본부총재(전북도민일보 사장) 등 시민사회단체 대표와 소송 대리인인 김학수·차종선·이석연 변호사 등 35명이 참석했다.

김 의장은 이날 자리에서 새만금사업의 착공을 불러왔던 1991년 7월의 노태우 대통령과 김대중 당시 평민당 총재와의 영수회담 뒷얘기를 하면서 “당시 원내총무로서 총재께 소외받고 고통받는 전북도의 민심을 헤아린다면 반드시 새만금사업을 따내야 한다고 진언했다”면서 “그렇게 해서 탄생한 새만금이다. 김원기는 새만금이라는 아기가 세상에 나오도록 아기를 받아낸 조산원은 된다고 자부한다”고 소개하고 “이 거대한 대역사를 전북의 새만금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새만금으로, 세계 속의 새만금으로 성공시켜야 한다”면서 “이 자리에 참석한 분들이 앞으로 더 많은 땀을 흘려주셔야 하며, 저를 비롯한 전북 정치권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그런 그가 되돌아올 자연의 앙갚음에 대해 책임질 수 있는가. 시화호의 예에서처럼 책임질 사람은 아무도 없다. 33km 방조제가 뻗어오는 동안 대통령은 4번 바뀌었고 사업 시행부처인 농림부의 장관은 14번 바뀌었다. 시행업체인 농촌진흥공사는 농업기반공사로, 올해부터는 농촌공사로 이름을 바꾸었고 공사 사장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바뀌었다. 만경강 동진강 하구를 틀어막아 생길 재앙을 누가 책임질 것인가.

정치권력 넘어선 건설재벌 사법부가 견제할 것인가

우리는 입법, 사법, 행정의 3권분립을 말한다. 그러나 한국사회에서 이들 간의 견제와 균형이 깨어진지 오래다. 재벌과 언론이 오히려 이들을 뛰어넘어서고 있다. 새만금방조제를 건설하면서 직접적인 이득을 보는 것은 건설 재벌들이다.

동아건설과 현대건설은 대규모 간척사업에 손을 대 인천과 서산에서 큰 실패를 맛보았으며 동아건설은 이로 인해 망했다. 착공 당시 경제 관료들조차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말렸던 새만금사업이 지금까지 계속될 수 있는 이유는 국책사업으로 국민의 세금으로 하는 사업이며 책임지는 구조가 없기 때문이다.

현대건설, 대우건설, 대림산업이 외곽방조제와 배수 갑문 공사를 하고 있으며 앞으로 얼마의 돈이 들어갈지, 어느 정도의 세월이 필요한지 예측조차 불가능한 내부개발이 남아있다. 사법부가 과연 정치권력을 압도하는 이들 토건세력을 견제할 수 있을까. 새만금갯벌의 뭇생명들과 1,600여척의 어선들, 그리고 어민들의 운명이 오는 16일 대법원의 결정에 달려 있다. 뿐만 아니라 자연의 생태계를 되살리며 미래를 기약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어 우리 사회가 더욱 성숙한 단계로 나아갈지 이번 판결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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