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막힌 무장지대를 후손들에게 그대로 물려줄 것인가?

국토 분단, 동족상잔의 비극은 이제 끝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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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협(sanluh)등록 2006.03.19 12:10
휴전선 일대의 우리땅을 30여 차례 혼자 찾아서 걸었다.주로 연천, 포천, 철원, 화천 일대다. 60여 년간 국토 분단과 동족상잔으로 파괴되고,병들어 신음하고 있는 땅이다.철조망, 지뢰밭, 민통선, 무장한 초소,사격장의 포성이 연상되어 ; 동족들에게 외면당하고 누구도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공포의 땅이다.

70대 중반이 되자, 죽기 전에 우리땅을 싫컨 밟아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일었다. 아니,형제가 중병이 들어 수 십년 동안 병석에서 고통을 겪고 있는데도,말 못할 사정으로 문병 한번 못한 죄책감 같은 것이 나의 등을 떠밀었다고나 할까

국토지리원 발행 5만 분지 일의 지도, 시, 군 발행의 관광안내 지도, 시내,시외버스 시간표를 꼼꼼히 챙기고, 배낭에 도시락,더운 물,과일 등을 준비했다.

나는 하루에 10키로에서 20키로 이내의 거리를 혼자 천천히 걸었다. 맑고 아름다운 산천에 넋을 잃기도 하고,중화기 사격 훈련으로 포탄에 맞은 산이 깨어져서, 엉엉 앓고 있는듯 하여 가슴이 아프기도 했다.

한 시간에 차가 열 대도 안 다니는 포장된 도로는 혼자 걷기에 좋았다.최상급의 땅,물,햇볕,공기(불가에서 말하는 4대)는 내 몸에 건강한 기운을 공급하고, 몸에 불필요한 것들(땀,오줌,똥)을 배설시켜 주었다. 가슴은 따듯하고 머리가 맑아졌다.
나는 '민족사의 과거와 미래'를 생각하며 걸었다.


감악산(파주),고대산,금학산,지장산(연천,포천,철원 일대),명성산,왕방산,국사봉(연천,포천,동두천 일대),광덕산,상해봉(포천,철원,환천 일대),복계산,복주산(철원,화천 일대),두류산,해산,용화산(화천)에 올라, 멀리 휴전선 북쪽의 산하를 바라보았다.

포장된 지방도를 따라,여우고개,난유고개,산안고개,약사령(포천,철원)을 넘고,회목현,하오현,수피령,말고개(철원,화천),만산령,명지현(화천)을 쉬엄 쉬엄 넘었다.평화의 땜으로 가는 길에 해산터널도 걸어서 통과했다.늦가을에도 계곡의 찬물에 목욕을 하니,전신의 피로가 가셨다.

봄날 ; 초목이 우거진 두류산(화천) 공짜기는 무릉도원을 연상하게 했다. 여름날 ; 만산령고개(화천)의 싱싱한 초목의 향기와 기운은 지친 팔다리에 새로운 활력을 충전하여 주었다. 가을날 ; 황금 물결치는 철원평야는 착한 농민들에게 고마운 애정을 갖게 했다. 겨울날 ; 눈 덮힌 철원 들판의 오리,독수리,두루미 떼들은 남북을 자유롭게 날아서,사람보다 훨씬 자유를 햐유하는 것을 깨닫게 했다.


남대천(철원)과 영평천(포천)이 한탄강으로 흘러 들고,또 연천 남계리에서 임진강과 합치는 것을 보았다.금강산에서 시작한 강물이 평화의 땜을 거쳐,설악산에서 발원한 파로호,춘천호와 합하여 큰물이 되는 것에서 ; 하늘이 우리 민족에게 주는 계시를 읽었다.

그런데 ; 백마고지 전투전적비(철원)를 비롯한 여러 곳의 전적비와 위령탑에 새겨진 전사한 참전용사들의 이름은 너무도 가슴을 아프게 했다.금성지구 전투전적비,대성산 전투전적비,사창지구 전투전적비,파로호 평화수호의 탑, 비목공원 위령탑(화천),도솔산 전투전적비,피의 능선 전투전적비(양구)에서는 동족상잔의 한과 통곡 소리가 아직도 들리는 듯하였다.

마을 뒤동산,산기슭,산마루 고지에는 철벽같은 콩크리트 참호가 설치되었고,교통호,비상도로가 산을 갈기갈기 찢어 놓았다.좀 넓찍한 계곡에는 작전부대가 자리하고 있다.걱종 중화기 부대,작전 훈련장, 유격훈련장,개인화기,중화기 사격장,탄약고가 철치되고,착검한 초병이 길을 막고 있다.

차도 옆이나 화무지 벌판에 지뢰지대 경고판,간첩시고 안내판,민간인 출입금지 경고문이 사람들의 마음을 긴장하여 떨게 한다.이곳 주민들의 반공안보 정신은 완벽하다.민통선 안 마을에서 북쪽의 산봉우리 이름을 물어도 이상한 눈으로 흘겨 본다.학교 교정에는 반공 소년 이승복 어린이의 동상이 서있다.

아직도 냉전성역이 주민들의 생각을 얼어붙게 하고 있다. 남북이 화해 협력하여,동족이 서로를 인정하고 상생하는 민족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는 이때,동족상잔의 전 책임은 북쪽에 있다거나,북쪽사회의 모든 것은 다 부정해야 하는 것이라는 무서운 편견을 벗어나야 한다.이것은 북쪽도 마찬가지다.

휴전선은 국경이 아니다. 우리 민족의 슬기와 힘으로 철폐해야 하고, 할수 있는 비극의 역사다.일제 36년에도 없었던 이 비극의 민족 분단,동족상쟁의 역사를 우리 세대에 끝장내야 한다.

봄이 오고 있다 .산천초목이 서로 상생하여 꽃 피고 새가 노래하는 위대한 교향곡이 삼천리 금수강산에 울려 퍼질 것이다. 냉전 이데올로기에 찌든 우리의 마음을 바꾸고,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자.

그리하여 이 기막한 동족상잔의 무장지대를 걷어내고 평화지대로 만들자.그때 나는 배낭 하나 둘러 메고 북쪽 산하를 마음껏 쏘다니다가 인생을 마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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