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후보로는 너무 아까운 금실씨

- 차라리 강금실이 열린우리당을 공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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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영(bits)등록 2006.03.23 10:06
소설가 조선희씨가 쓴 「강금실로 가는 다섯 가지 코드」(『인물과 사상』, 2003년 가을호)는 “노무현 정부가 강금실을 발탁한 게 아니라, 강금실이 노무 정부를 발탁한 것”이라는 말로 끝을 맺는다. 깡깐하기로 소문난 영화잡지 편집장 출신의 재야 언론인의 인물 띄우기는 격조가 있어 좋다.

그가 법무장관으로 재직하던 2004년에 찍어낸 책,『매혹의 카리스마』에 나오는 강금실의 이미지는 ‘부드러우면서 강하고, 따뜻하면서 당당한 철의 여인상’이다. 매혹의 카리스마라는 말 속에 함의되어 있듯, 강금실이 선 자리는 대중의 선망이 우러러나는 은총지위로 보인다.

나는 누구 못지않게 강금실을 매우 좋아하는 팬이다. 평검사들과 토론하는 것을 보고 <굳세어라, 금실아!>를 써서 법무부의 ‘문민화’를 내세운 강장관을 두둔하기도 했다. 물론 나 같이 뜨뜻미지근한 팬은 인기 있는 분들께는 별로 도움이 되질 않겠지만, 그의 성공을 비는 마음은 여느 정치인의 광신도(!) 못지않다고 본다. 그가 정치분야에서도 성공했으면 좋겠다. 그래야 소수자의 대명사인 여성의 지위를 크게 끌어올릴 것 아닌가.

때는 지방선거를 앞둔 서글픈 정치의 계절이다. 강금실 전 법무장관의 열린우리당 입당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들린다. 섣부른 넘겨짚기 보도가 난무하고 있다. 나는 21세기형 매혹의 '풍류정치인'을 향한 열린우리당의 시선이 눈꼴사납게 밉다. 건달정치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열린우리당이야, 강금실 변호사 같은 상큼한 인물을 끌어들여 본전치기라도 하고 싶겠지만, 정작 국민들은 한치 앞도 못나가는 그 놈의 현상유지 정치행태에 두손 들었다.


서울시장 탈환용 '강다르크'로는 너무 아까운 금실씨


열린우리당은 지금 밖으로 손을 벌릴 게 아니라 자강노선으로 총력을 기울여 국민의 심판을 받겠다는 자세를 가다듬어야 옳다. 국민을 실망시킨 열린우리당이 위로받을 때가 아니라 상심한 국민이 민의를 드러낼 적기다. 상당수 국민은 야구판만도 못한 정치판을 걷어치우고 싶은 심정일 게다. 뻔뻔스럽게 '미워도 다시 한번' 할 때는 아니다.

선거를 둘러싼 객관 현실은 좋지 않다. 행정수도를 과감하게 충청권으로 옮긴 열린우리당이 서울에서 표 받겠다고 하는 것은 좀 무모해 보인다. 무엇보다 나는 강금실을 서울시장 탈환용 '강다르크'로 이용하겠다는 여당의 실용노선이 탐탁치 않다. 지금 강금실 변호사가 열린우리당에 들어가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아주 특별하고 예외적인 금실씨'의 서울시장 출마에 대해 지인으로 알려진 고종석은 열린우리당의 '서툰 정치공학'에 놀아나지 말라는 뜻을 비쳤다.


"서울시 하나를 되찾은 것으로 생기를 얻기엔 지금 여권의 구조적 각질이 너무 두텁다. 확실한 것은, 설령 그가 이번 선거에서 이긴다 할지라도 여권이 단박 무기력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우리라는 점이다."(고종석)


더군다나 농구판을 점령했던 환상의 '허동택' 삼총사조도 아니고, '강진강'조를 편성해 수도권 필승전략 카드를 뽑아들다니! 코드합선을 우려해야 할 판이다.
강금실에게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후보자리는 독이 든 사과가 될지도 모른다. 한나라당과 연애질하는 열린우리당 후보로 강금실이 나서는 것은 "정치 코미디야, 코미디!"
행여나 실력으로 구태정당을 압도하지 못하고, 티격태격 쌈박질하면서 야당의 구린내나는 술자리 뒷조사나 벌이는 열린우리당식 낡은 정치 패러다임에 오염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당분간은 절망이 되어버린 정치판에서 강금실의 모습을 아껴두시라. 열린우리당 서울시장후보 강금실이라는 실용이 될 것이 아니라, 실없는 '용' 너머의 새로운 정치를 보라. 조선희식으로 주문한다면, 강금실이 열린우리당을 공천하라! 현실적으로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 그 어떤 긴요한 위치에서 희망을 뿜어내는 강금실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김수영의 <더러운 향로>에서 강금실의 길을 읽어낸다. 아무쪼록 '매혹의 카리스마'가 넘치는 은총의 지위에서 굳세어라, 금실아!


길이 끝이 나기 전에는/ 나의 그림자를 보이지 않으리/
적진을 돌격하는 전사와 같이/ 나무에서 떨어진 새와 같이/
적에게나 벗에게나 땅에게나/ 그리고 모든 것에서부터 나를 감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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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길로 마냥 가면/이 길로 마냥 가면 어디인지 아는가/
티끌도 아까운/더러운 것일수록 더한층 아까운/
이 길로 마냥 가면 어디인지 아는가/더러운 것 중에도 가장 더러운/
썩은 것을 찾으면서/비로소 마음 취하여 보는/이 더러운 길/



- < 김수영, 더러운 향로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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