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좀 더 봐주면 안되겠니?

<중앙일보> 지역 섹션, 기사 형식 빌린 광고 불과

검토 완료

유대근(joe0326)등록 2006.03.24 10:57
"어, 이게 뭐야? 프리미엄 강남 섹션? "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있는 학부생으로서 나는 매일 아침을 종이신문 훑는 일로 시작한다. 그런데 최근에 이 때문에 불쾌하게 하루를 시작한 경험이 있었다.

그날도 나는 평소처럼 학과 친구와 함께 각자 집에서 들고 온 조간지 <중앙일보>를 읽고 있었다. 그런데 '강남' 지역에 살고 있는 친구가 가지고 온 중앙일보의 구성이 내가 항상 보는 '경기 과천' 지역의 구성과는 조금 다른 것을 발견하였다.

'프리미엄 강남 섹션'이라는 별지(別紙)가 하나 더 끼워져 있던 것이다. 전국지인 <중앙일보>의 구성이 지면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는 것, 좀 더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지역에 따라 신문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의 양이 다르다는 것은 상식 수준에서 이해가 되지 않았다. (분명 같은 구독료를 내고 있는데 말이다.) 특히 지면이 다른 곳에 비해 강화되어 발간되는 곳이 '강남'지역이라는 상징성은 뭔가 모를 씁쓸함을 더 해주었다.

이렇듯, <중앙일보>에 대한 씁쓸함은 지역에 따라 정보를 불평등하게 받았다는 '소외감'에서 시작한 것이었으나, '프리미엄 지역' 섹션을 읽는 과정에서 더 큰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들이 말하는 '지역 섹션'은 '광고 섹션'이나 다름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기사의 가면을 쓴 광고, 무엇이 독자를 위한 것인지

<중앙일보> 프리미엄 부서에 문의한 결과 2005년 1월을 기점으로 발간되기 시작한 지역 섹션은 서울 강남, 분당, 일산 지역에만 배포되다가 지난 2005년 10월 서울 강서 지역이 포함되어 현재 4개의 지역 독자들에게만 배달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발행 취지는 '정보의 지역성 강화'에 있다고 하지만, 선정된 지역들을 살펴보면 과연 그러한 이유로 시작된 것인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고객센터의 상담원은 지역 선정 기준에 대하여 '신도시로서 광고수요가 많은 곳' 위주로 선정하였다고 했지만 이는 지역 인구의 '구매력'이 선정 기준이었다는 것의 다른 표현일 뿐이다. 이러한 증거(?!)들을 토대로 판단컨대 '지역 섹션'은 구매력 있는 지역 주민들을 상대로 한 '광고 섹션'일 뿐이라는 결론이 도출된다.

구독료로는 생산비도 뽑을 수 없는 현 신문시장의 여건을 고려할 때, 지면을 통해 광고를 하는 것에 대해 비윤리적이라고 말하긴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들이 기사 형식을 빌려 사실상의 광고를 내보냄으로써 독자들을 기만하려 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3월 14일 <중앙일보 프리미엄 강남지역> 판(8면)에는 '장이 튼튼해야 키가 쑥쑥 큰다'라는 기사가 실렸다. 일반적인 기사 양식을 따르고 있고, '광고'면이 아닌 '생활'면에 실렸다는 점, 기사의 끝에 책임기자의 이름이 명시되어 있다는 점을 볼 때 이는 분명히 <중앙일보>에서 책임을 져야 하는 기사다.

하지만, 기사의 내용을 살펴보면 이것이 '기사'인지 '광고'인지 도무지 분간하기 어려운 내용이 실려 있다. 즉, 장의 건강을 지키는 방법에 대하여 설명하는 기사 끝에서 최근 출시된 모 시리얼회사의 제품에 대하여 언급하고, 마지막에는 특정 시리얼 세트의 응모권까지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노골적인 경우도 많다. 예컨대 3월 14일 <중앙일보 프리미엄 강남지역> 판(2면) 에 실린 '그녀들만의 뷰티 천국'이라는 기사에서는 특정 여성 전용 스파 업체를 소개하였다. 약도와 전화번호를 실어주는 친절함도 잊지 않은 이 기사를 독자는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좋은 것일까?

같은 구독료, 다른 정보

물론, <지역섹션>에도 유익한 기사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연재되고 있는 '특목고 입시 전략'과 같은 기획물은 특목고를 꿈꾸는 어린 학생과 부모들에게 좋은 정보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중앙일보>에 대한 또 다른 씁쓸함은 바로 여기서 느껴진다. 좋은 교육을 받고 '특목고'를 갈 권한은 일부 지역 학생들만이 갖는 것인가?

<중앙일보>가 일방적으로 선정한 네 지역에 살지 않는 수많은 학생과 학부모는 정보에서 배제당하고 있는 것 아닌가? 인터넷 사이트를 통하여 누구나 기사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만약 정보를 얻고자 하는 부모가 컴퓨터에 익숙지 않다면 실상 기사에 대한 접근은 불가능한 것 아닌가? 또 왜 같은 구독료를 내는 독자로서 지역에 따라 정보를 구하는 데 다른 정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도 이해하기 어렵다.

공익 위한 언론, 거듭나길 빌며

신문방송학과 수업을 듣다 보면 과목을 불문하고 교수님들이 항상 강조하는 내용이 있다. 언론은 마냥 사적 이익에만 목을 맬 수 없는, 공적 역할이 기대되는 운명을 가지고 태어났다는 것이다. 너무 당연해 싫증이 날 지경인 이 진리를 그 좁은 언론 고시를 통과한 직업 언론인과 소위 '사회 지도층'이라고 불리는 언론사 경영진, 사주들은 알지 못하는 것일까?

'삼성 감싸기 식 보도'로 일관한 <중앙일보>의 안기부 X-파일 보도 태도와 '지역 섹션'이라는 가면을 쓴 '광고 섹션'의 발간 등을 보며, 3년간 중앙일보를 애독하고 있는 '유료 독자'로서 쓴웃음을 피하기 어려운 요즘이다.
ⓒ 2007 OhmyNews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