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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마을의 봄은 초고속으로 다가왔습니다.
긴 겨울 봄은 저를 내내 기다리게 하고, 애타게 하더니, 막상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세상을 봄빛으로 바꾸어 놓습니다. 눈웃음 한번에 세상이 바뀌니, 봄이란 단어 하나에 무엇이 숨어있기에 이토록 새롭고 신비로울까요.
저는 봄아이들과 보내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올해는 일학년 담임입니다. 솜털이 보송하고 장난기 가득한 열네 명의 소년 소녀들이 와글거리는 모습이 그대로 봄꽃입니다.
입학식을 끝내고 처음으로 등교한 날에 점심시간이 되어도 밥을 먹으러 급식소에 오지 않길래 가보니, 모두 교실에 앉아있었습니다.
"너희들 왜 내려오지 않니?"
"샘예, 샘이 밥먹으러 가라케야 간다아입니꺼. 우리끼리 가몬 안된다 아임니꺼."
초등학교 때 모양으로 급식소에 선생님이 앞장을 서고 저희는 뒤에 따라 가야하는 줄로 안 모양입니다.
이렇게 어리디 어린(?) 녀석들을 데리고 중학교 생활을 설명하느라 하루를 보냈습니다.
학기초 교실 환경 미화며, 반장선거를 끝내고 각종 연간 계획을 세우느라 바빴던 마음을 추스려 봅니다.
점심 때 잠시 틈을 내어 교정을 산책하였습니다.
회양목에 연두빛 작은 꽃이 짙은 향기를 뿜어냅니다. 회양목꽃은 초봄 개나리보다 먼저 고운 향기와 함께 꽃을 피우지만 사람들은 잘 모릅니다. 화단의 가장자리를 채우는 작은 나무인줄 알지만, 전 이 나무를 좋아합니다.
아직도 바람살이 매운 초봄 어디선가 붕붕거리며 벌이 날아다니는 곳에 보면 어김없이 회양목꽃이 잎과 구별되지 않게 얌전히 피어있습니다.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향기를 풍기며 겨울내 굶주린 벌레들에게 꽃가루를 나누어줍니다.
이 성자같은 나무의 꽃이 필 무렵이면 저는 기도하듯 그렇게 향기를 맡습니다. 그리고 제 마음에도 이 나무의 덕을 옮겨심고 싶어집니다.
올해 전 많이 힘든 담임을 할 것입니다.
저의 반에는 몸이 많이 아픈 두 아이와 마음이 아픈 한 아이가 있습니다.
그 아이들에게 따뜻한 바람막이가 되어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회양목 연두빛 작은 꽃을 보면서 저 나무처럼 그렇게 한 해를 보낼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를 합니다.
강마을 긴나루에 봄빛이 아름답습니다. 저는 이제 봄을 시작합니다.
아름답고 향기로운 봄되시기 바랍니다.
강마을에서 소소당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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