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덜 차린 롯데월드에, 우는 시민들

엘리트(롯데월드 경영진)의 치명적 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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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현(intellect)등록 2006.03.28 11:56
정치철학인가 정치사상시간에 들었던 이야기였던가.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은 엘리트정치를 역설했다.
이데아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상정치를 해야 하고 왕을 앉히긴 앉혀야겠는데 아무나 왕이 되면 안되고 철인(哲人)이 왕이 되어 통치를 해야 그 나라가 이데아의 이상을 실현할 수 있다고 주장했던 내용들이 그것이다. 물론 어패가 없지 않겠지만 대강 쉽게 풀이하면 플라톤의 정치는 엘리트 정치였던 것이다.

엘리트정치, 그렇다면 정치행위를 통해서 객체가 되는 일반국민은 엘리트가 아닌 다중집단을 의미하는 것인가?
오늘날의 대의정치를 엘리트정치인가 아닌가 약간의 논란과 학설이 있다고 보지만 적어도 플라톤이 주장했던 엘리트정치가 오늘날 시행되고 있는 엘리트정치였는지는 조금 의문이 든다.

몇일 전, 롯데월드가 큰 사고를 쳤다. 사고를 친 것도 문제인데 사고가 나고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내용들이 더욱 가관이다.
놀이기구를 타다가 사람이 죽었는데 예전에 롯데월드에서 근무를 했던 직원의 입에서는 "사고가 나도 외부에 알리지 마라고 했다."는 충격적인 증언이 나왔기 때문이다.

혹시 롯데그룹에 위에서 언급했던 "엘리트"라는 호칭을 사용할 수 있을까? 롯데그룹은 엘리트인가? 학식등의 지식과 지혜의 잣대로는 엘리트라고 하기가 좀 애매하지만 적어도 롯데의 경영주와 상위임원진은 엘리트라고 불러도 큰 어패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자. 그럼 일단 논거가 조금 희박하고 논증자체가 잇닿지 않는 면이 없지 않지만 어설픈 과정을 통해서 롯데그룹의 경영진, 조금 더 아래로 내려가서 롯데월드를 좌지우지하는 경영진들을 엘리트라고 단정지어보자. 지금부터 그들을 비웃을 준비를 해두어도 좋을 것 같다.

봄의 향기가 솔솔 올라오는 지난 일요일, 롯데월드가 또 한 건의 Hit를 기록했다.
일전의 사고로 인해서 시민들의 우려와 안좋은 인식을 만회하고자 오늘부터 31일까지 롯데월드는 "무료입장"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관객들을 받기로 했다. 어제까지의 기사를 보면 적어도 그러한 방침에 대해서 비난을 하고 있는 네티즌들을 향해서 "안타깝다" 또는 "오해를 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일관하는 롯데월드 관계자의 말은 코메디에 가까운 것이었다.

일단 사고를 쳤고, 그래서 사람이 죽었고 이제 다시 사고안나게끔 튼튼히 정비를 했으니까 와서 사고가 나는지 안나는지 한 번 타보실래요? 당연히 타는 비용은 무료로 제공됩니다!
조금 어패가 있을 수도 있지만 어린아이들의 시각으로 글을 써보면 위와 크게 틀리지는 않을 것이다. 발상자체부터 잘못된 롯데월드의 그릇된 심보가 오늘 시민들을 또 한번 울리게 하는 빌미가 된 것이다.

이미 결과는 예상된 시나리오라고 해도 틀리지 않는다. 공짜로 입장을 하도록 하겠다는데 시민들(국민들)이 어찌 안가고 싶겠는가? 냉철한 이성없이 감정적으로 정보 한 번 읽어내고 그 전날 일찍 잠들어서 부랴부랴 새벽같이 롯데월드로 모인 수만의 시민들을 일일이 나무라기에는 롯데월드의 깜짝 이벤트쇼가 너무나도 컸다.
부산에서 KTX를 타고 올라온 사람의 인터뷰가 방송에서 나오는 것을 봤는데 (개인적으로 생각하면 그 사람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일반 국민들은 엘리트가 아니라는 점이다.

엘리트이론에 대해서 부정하는 사람들이 분명 있지만 넓게 생각하면 세상은 소수의 생각과 방향, 그리고 정책과 힘에 의해서 움직이고 있는 것은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이다.
성공이라는 것이 그러한 자리에 들어가고자 100m선에서 출발해서 앞만 보고 달려가는 그런 시나리오가 아닌가? 물론 그렇게 말하면 너 나빠! 라고도 말할 수 있겠지만 현실감각을 딱 갖다 놓고 이야기 하면 이에 대한 내용에 반기를 그것도 제대로 들 사람은 없다.

경찰과 소방서관계자들도 아침부터 아니 새벽부터 바빴을 것이다. 주의를 주었지만 롯데월드는 그것마저 무시했고 시민들을 받아들였다. 급기야 정한 인원인 3만 5천명이 넘자 위의 사진과 같이 롯데월드는 문을 닫았고 그 과정에서 들어가지 못한 시민들 몇 사람이 부상하는 사고가 일어나고야 만 것이다.

롯데월드는 무료개장행사계획을 앞두고 주변의 유치원을 돌아 다니면서까지 홍보를 했다고 한다. 오늘의 일을 정말 알고 진행시킨 것인지(설령 그럴리야 없겠지만 혹시 고의가 있다면 그것은 범죄다)모르고 한 것인지.. 정말 엘리트의 실수치고는 그 피해가 짭짤했다.

엘리트의 치명적 실수.. 너무 거창하게 이야기 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사람이 다치고, 못들어간 사람이 울고, 어린 아이가 부모의 손을 놓쳐서 고아가 되어 버리고 여기저기에서 잃어버린 물건들과 쓰레기에 그야말로 롯데월드는 대박을 터뜨린 것이다.
방송에서 보니 롯데월드는 시민들의 의식이 낮다면서 오히려 큰 소리를 치고 있었는데 이 정도면 엘리트의 실수라고 부르는 것이 너무 잘못된 것인가?

롯데월드에 입장하려고 새벽같이 나온 시민들에게 "너 왜그렇게 머리가 나빠? 오늘 사람들 많이 몰릴거라는 생각은 안했어?"라고 얘기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 이야기이다. 오라고 한 사람이 누군데 그럼 롯데월드를 이용할 권리가 시민들에게는 없다는 얘기인지. 결국 이 모든 책임은 롯데월드에게 귀속되는 것임에 분명하다. 경찰과 소방서등의 관계자의 주의를 묵살했다면 형사책임까지 발생할지도 모를 일이다.

얼마전에 잠실에 제2 롯데월드를 건설한다고, 에펠탑 모양의 조감도를 공개해서 국민들에게 "촌놈들 때벗기기"를 시도했던 롯데그룹
이미 어제였던 월요일에 각 방송과 언론사들이 온통 롯데월드 사건으로 기사를 채웠다. 그렇다면 이제 롯데는 과연 어떻게 대응을 할 것인지?
그 엘리트의 대응이 주목된다.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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