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금속노조 대구텍 지회에서는 4월 6일부터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 금속노조 대구텍지회
한나라당 대구시장 후보가 결정되면서, 이제 대구는 본격적인 선거경쟁에 돌입했다고 할 수 있다. 정당관계자건 무소속이건 간에 모든 후보는 대구 경제살리기의 적임자가 본인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그 내용도 외자유치, 대구경북 통합 등 다양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이미 '외자 유치'를 통해 대구에서 영업중인 한 기업의 전횡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예전의 대한중석이라는 이름이 훨씬 더 낯익은 대구텍은 공기업 민영화 1호, 외국매각 1호라는 화려한 '1호'닉네임과 함께, 대구노동청에서 최초로 인정한 '불법파견 1호' 라는 오명까지 쓰고 있다.
대구텍 노동조합은 연일 부분파업과 시위를 벌이면서 △ 비정규직 철폐 △ 불법파견 해소 △ 노동탄압 분쇄 등을 외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최근 이스라엘 대사관앞에서 1인시위 까지 벌이고 있다.
외자유치와 해당 기업의 고충해결에 손발 걷고 나섰던 대구시는 해당 기업의 불탈법 행위에 대해 수수방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방노동청은 '불법파견'으로 판정한 이후, 최근 대구텍 대표를 불구속 혐의로 입건했을 뿐이다.
'외자유치, 경제 회생'이라는 화려한 슬로건 아래, 언론의 철저한 외면 속에 외로이 싸우고 있는 대구텍의 문제를 집중점검한다. 그리고 '외자유치 = 유능한 자치단체장', '기업하기 좋은 도시'라는 실속없는 공식과 구호가 보완될 수 있도록 언론이 역할해주길 바란다.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장 후보로 나서는 이들이 외자유치기업의 불탈법 전횡을 막을 수 있는 정책을 고민하고 있는지, 언론이 점검해주기 바란다.
외환위기 이후 대구텍의 화려한 경영실적
1997년 외환위기를 겪은지 10년이 가까워오고 있다. 그동안 한국사회는 많은 변화를 겪었다. 대외개방의 폭을 높이고, 4대 부문의 구조조정을 단행했으며, 그렇게 해서 이른바 국제 보편적 기준이라는 데(글로벌 스탠다드)에 우리의 몸을 두들겨 맞추어왔다.
그 과정은 그야말로 고통의 연속이었으며, 그를 통해 이제 한국의 기업들은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게 되었다. 그 가운데 많은 기업들이 해외 매각되었으며 그렇게 해서 우리는 우리의 산업과 삶을 선진화할 것을 기대했다. 대구에 소재한 오랜 공기업 대한중석(주)이 이스라엘의 이스카에 매각될 때에도 우리는 그런 것을 기대했다.
▲ <한겨레신문> 4월 8일 ⓒ 한겨레신문
대구텍은 대한중석 시절부터 일명 알짜기업이었으며 다만 민영화를 통해 인수한 거평그룹의 경영부실을 떠안아 연쇄부도를 맞았던 회사이다.
해외매각 이후에도 99년부터 매년 수백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남겨왔다. 이스라엘 기업 이스카로 매각된 이후 대략 약 2,500억원의 순이익을 남긴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대구텍은 ‘외국인투자및외자도입에관한법률(현 외국인투자촉진법)’ 조세특례 규정에 따라 국세 및 지방세를 2002년까지 100% 감면받았으며, 이후 3년 단위로 25%씩 축소되어 총 14년간 감면혜택을 받는다.
이외에도 이익배당금이나 주식매입에 따른 소득 등에 대하여 세금이 감면됨으로 기업을 통한 이익은 세금은 전혀 내지 않으며 외국인 주주에게 돌아간다.
인수 직후 대구텍의 부당노동행위
그러나 대구텍의 그런 화려한 경영실적은 선진적인 경영기법을 통해 거둔 것이라 하기에는 많은 문제가 있음에 우리는 개탄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대구텍은 매각 초기부터 문제를 드러냈었다. 정당한 조합활동을 방해하는 부당노동행위, 고용과 인사에 관한, 그리고 경영정보 공개와 노사협의회 구성 등에 관한 단체협약 무시, 노동조합의 단체교섭권 무시 등 세계 유례없는 무노조 전략을 폈었다.
반면 노동현장에서는 노동량 증대, 연장노동시간 증가, 노동통제 강화 등을 통해 한국의 노사문화를 앞장서서 후퇴시켰었다.
말하자면 이스카는 한국기업을 인수해서 한국과 서구의 가장 나쁜 경영기법만 악조합을 해서 막대한 이윤을 챙겼던 것이다. 그런 소동을 1999년 1년 동안 겪고는 지금까지 다행스럽게도 노사간 원만한 타결을 통해 안정을 찾았는가 했었다. 그러나 실망스럽게도 그게 아니었다.
탈법과 무법의 대구텍 비정규직 고용 착취
대구텍은 그 후 지금까지 비정규직의 지옥으로 변해왔던 것이다. 이미 1998년 인수 후 이스카는 직접 고용되어 있던 경비직, 운전직, 식당취사직 등을 외주화해서 간접 고용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2000년부터는 직접생산공정업무에도 다수의 무허가파견업체로부터 노동자를 파견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2001년부터는 파견업체를 '삼원산업'이라는 무허가파견업체로 단일화하고 본격적으로 직접 생산공정업무에 노동자를 파견받기 시작했다.
▲ 지난 4월 4일, 대구지역 28개 시민단체는 '대구텍, 외자기업의 사회적 책임제고와 불법파견 해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 김재훈
2005년 9월 현재, 간접 고용된 비정규직 중 불법파견으로 사용되고 있는 노동자만 전체 14개 직접 생산공정중 10개 공정에 이르고, 그 규모는 총 81명에 이르렀다.
대구텍의 이러한 고용형태는 명백히 ‘불법파견’에 해당한다. 이미 2005년 12월 23일 대구지방노동청에 의해 불법파견 판정이 내려져있다.
'하청업체(삼원산업)는 도급작업 수행과정에서 원청의 직ㆍ간접적인 관여로 노무관리상의 독립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사업경영상의 독립성도 다소 결여된 것임이 상당하여 위장도급(불법파견)으로 판단됨에 따라 파견사업주는 무허가파견 및 파견대상업무 위반에, 사용사업주는 파견대상업무 위반 및 고용의제(고용의무 부담)에 해당' 된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비정규직 근로자의 임금 수준은 같은 회사 정규직의 1/2~1/3 수준에 불과하다. 또 근로계약기간이 3개월 내지 6개월 단위로 반복 갱신되기 때문에 언제든 계약기간만료를 이유로 계약해지될 수 있는 상태에 있다. 극도의 저임금과 고용불안정 상태에 처해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우선 법률적으로 심각한 문제점을 갖는 것이다. 현행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에서는 제5조에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업무에는 파견받을 수 없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 규정을 위반할 경우 파견사업주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사용사업주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도록 되어있다. 행정적인 시정조치로서 노동부장관은 25일 이내 개선계획서를 제출하게 하고, 2개월 이내 시정토록 할 수 있다.
또 진정인이 처벌을 원할 경우⋅파견사업주와 사용사업주를 입건 조치할 수 있고, 25일 이내 개선 조치를 할 수 있다. 그래서 법률에 따라 대구지방노동청은 대구텍(주) 및 삼원산업을 상대로 2006년 1월 19일까지 불법파견 시정계획서 제출을 지시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노동청의 불법파견 판정에 대해 회사측에서는 불법파견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불법파견 시정계획서 제출 지시에 대해서는 무허가파견업체 폐쇄, 불법파견노동자에 대한 직접 고용 등의 계획은 수립하지 않고, 업무특성상 어느 한 공정만을 분리할 수 없음에도 100% 완전도급을 하겠다는 계획만을 수립하여 제출해 놓은 상태이다.
그리고 삼원산업은 불법파견 판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단기간의 근로계약갱신을 계속하고 있다. 그동안의 탈법행위와 함께 이제는 우리의 법률과 행정명령을 무시하는 무법행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대구텍의 정도(正道)경영과
행정당국의 강력한 대처를 촉구한다
▲ 지난 1월 6일 이스카자본 규탄 기자회견 ⓒ 전국금속노조 대구텍 지회
대구텍의 이러한 탈법 무법행위를 규탄하는 것이 배타적 민족주의의 발로가 아님을 분명히 밝힐 수 있다. 이미 한국에서는 국내 최고의 재벌집단의 탈법 상속행위, 부당한 내부거래 등에 대해 강도 높은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또 외환위기 이후 확대일로를 거듭해온 비정규직 고용에 대해서도 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심각하게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 선진적 경영을 통해 한국경제에 모범을 보여주기를 기대했던 외자계기업이 한국 기업들을 능가하는 탈법 무법 경영이 자행되고 있음에 개탄을 금할 길이 없다.
대구텍은 이제 지금까지 보여준 저차적인 경영행태에 대해 진지하고 심각한 반성을 해야 한다. 부단한 기술혁신을 통한 경영개선, 이른바 블루오션 전략을 통한 수익창출 등의 모범을 보여야 한다. 한국기업보다 더 나은 경영방식은 아니더라도 한국기업만큼의 정도(正道)경영은 할 것을 우리는 요구한다.
노동행정도 지금까지의 미온적인 태도를 벗어나 사태 해결 노력을 위해 좀 더 분명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 지금까지는 파견노동자 운영실태에 대한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왔다.
대구텍은 2000년부터 불법파견을 행하고 있었으나 대구지방노동청으로부터 단 한 번도 점검을 받은 사실이 없고, 이번 불법파견 판정조차도 노동조합의 진정에 의해서 밝혀진 것이다. 또 적발이 된 다음에도 법령에 의한 노동청의 권한 내지 의무를 행사하지 않고 있다.
파견법상 무허가파견업체에 대해서는 폐쇄조치를 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받고 있음에도 대구텍과 삼원산업은 파견법에서 불법으로 규정한 파견업 허가, 허용대상업무 파견, 기간 초과 금지 규정을 모두 위반하였으므로 즉시 입건조치하여야 한다.
그리고 이 기회에 법률적으로 미비한 점이 있으면 법제도를 정비하는 데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다시 회고하건대 외환위기 이후 10년에 가까운 세월이 흐른 지금 우리에게 남은 것은 높은 실업률, 수 많은 홈리스, 그리고 흘러넘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뿐이다. 이러한 근로조건의 악화 아래에서는 저임금의 불안정한 고용이 일반화됨으로써 내수부족을 벗어날 길이 없고, 또 근로자의 숙련이 축적될 수가 없기 때문에 경제발전이란 있을 수 없다.
설령 경제발전이 가능하더라도 그것은 허울 좋은 껍데기에 불과하며, 곧 국민적 저항을 면할 수가 없을 것이다. 최근 프랑스의 사태가 그 좋은 본보기이다. 대구텍의 경영개선과 행정당국의 적극적인 대처를 다시 한 번 강력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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