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에 우롱 당한 'KN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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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혁(wildox)등록 2006.04.18 15:34

NCC 관계자들의 자리는 물론이고 처음엔 순서자 박경조 주교의 자리도 마련돼 있지 않았다. 마련된 것은 조용기 목사를 비롯한 김삼환, 박종순 목사의 자리뿐, 그리고 사진엔 박주교가 대치돼 있지만 이자리는 조목사의 부인을 위한 자리였다. ⓒ 장익성/에큐메니안

예배단상에는 처음부터 NCC 관계자들의 자리가 배치조차 되지 않았고 합의에도 없던 순서자도 대형교회를 배려해 이곳 저곳에 끼어 넣었다.

심지어 조용기 목사의 개인 경호원으로부터 준비위원장 김광준 신부는 폭행까지 당했으며 이를 말리던 실무자 김태현 목사도 경호원들에게 같은 일을 당했다.

"과연 공동으로 작성한 설교문을 조용기 목사가 받아들일까?"라는 문제도 결국 내용도 문맥도 무시된 체 조 목사 마음대로 설교됐다.

의미와 내용 흐름은 물론이고, 작정이라도 한 듯 작성된 공동 설교문의 내용을 180° 뒤집어버렸다.

다빈치코드와 유다복음서 반대를 서두로 양 기관이 가장 첨예한 대립을 보이고 있는 북한 문제를 거론하는가 하면 정서적으로 NCC 관계자들이 피하고 있는 김활란, 모윤숙 등 친일인사들도 존경한다며 예화로 쓰기도 했다.

한마디로 화해는 없고 공격과 보수성만 강조한 체 "내가 어떻게 하든 너희들이 어떻게 하겠는가"라는 끝장 보자는 식으로 모든 것을 무시했다.

메시지로 둔갑한 공동설교문

특히, 순서지의 공동설교문은 공동메시지로 둔갑해 마치 설교와 상관없는 것으로 둔갑했고 상임대회장도 김삼환 목사 단독으로 올라갔다.

양보와 타협 그리고 배신. 신념강한 신학자들 조차 연합사업을 위해 타협안을 내놓은 부활절 연합예배 설교문. 하지만 설교문은 어디가고 메세지로 남았다. 특히 조용기 목사는 기본적 합의마저 무시한체 일방적 설교로 끝을 맺었다. ⓒ 장익성/에큐메니안

순서에도 없는 사람이 특송을 부르는가 하면 합의에도 없는 오정현(사랑의교회)·하영조(온누리교회) 목사의 특별기도가 순서에 들어갔고, 김삼완 목사의 특별축복 기도회도 2부 순서로 마련됐다.

협의에도 없는 2부 특별기도 순서. 대형교회 목사 자리 만들기로 보여진다. 이들 모두는 논의 과정에도 없었고, 행사직전까지 NCC 준비위는 알지도 못한 상태 ⓒ 장익성/에큐메니안

형식은 한기총에게 맡기되 철저히 내용은 챙긴다는 NCC의 의도는 한기총에 철저히 우롱 속에 들러리로 전락했다.

이에 대해 김광준 신부는 "충실한 기도회로 만들기 위해 모든 것을 양보했다. 그럼에도 기본 합의마저 지켜지지 않았다"며 "이건 다음 부활절 문제가 아니라 일치하지 말자는 것과 같다"고 토로했다.

그는 "즐거운 날 씁쓸하다. 책임지고 이 일을 진행했던 만큼 NCC 일치위원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마침표로 치닫는 양 기구 연합사업

반공이데올로기와 정교 유착 그리고 대형교회 중심의 인원동원 등 한기총의 태생적 한계를 그대로 인정한 체 과연 연합이 가능할까? 라는 의문은 이번 부활절연합예배로 확연히 드러났다.

처음부터 순수한 연합일치 목적에서 출발했기 보다 (사)한국부활절연합예배위원회의 기득권 싸움을 무마시키기 위해 마련된 자리라는 점에서 시작부터 잘못된 만남이었다.

연합일치를 위해 NCC가 양보한 조용기 김삼환 카드는 결국 비수가 되어 날아왔고, 대형 행사와 보수 기득권 각인이란 한기총의 목적에 철저히 이용만 당한 것이다.

NCC 일치위원장 김광준 신부가 행사 당일에서야 순서지를 확인한 것에 반해 이미 한기총 일치위원장 손인웅 목사는 사전에 알고 있었으며 이 사실은 예배 이후 기자회견을 통해 본인이 시인함으로써 밝혀졌다.

즉 처음부터 일치엔 관심이 없고 통합된 양 기구 행사에 한기총이 주도권을 쥐고 있었다는 것만 알린 셈이다.

김광준 신부는 "앞으로 평가회를 통해 의견이 모아지겠지만 한기총과의 연합일치가 어떻게 될지 지금으로선 말할 수 없다"고 답해 이것으로 양 기구 일치는 마침표를 찍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예전만 못한 집회, 대형집회도 사향 국면

특히, 3만5천으로 추정되는(잠실경기장 7만 규모에 절반 참석) 인원동원이 여의도순복음·명성·사랑의교회 그리고 온누리교회 교인들로 대부분 채워져 실질적인 한국교회연합예배라고 볼 수도 없었다.

뿐만 아니라 2003년 시청 집회 이후 한기총이 주관하는 대형교회 인원동원 역시 전만 같지 않아, 앞으로는 교회 밖에서의 행사 역시 힘든 것 아니냐는 분석과 함께 앞으로의 대형집회는 대형 개교회 중심 행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교회협 한기총 연합예배,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파행, 무엇을 위한 예배고 무엇을 위한 연합인가 다시한번 진지한 고민이 필요할 때다 ⓒ 장익성/에큐메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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