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로 보는 한국 가정의 위기와 대안

전통적 가족관의 변화에 따른 제도적 보완장치 필요해

검토 완료

남해길(headnews)등록 2006.04.19 10:44

오늘날의 가족 제도의 변화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각은 확연히 두가지 입장으로 나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전통적인 가족이 해체되거나 무너지고 있다는 보수적 입장과 대안적 가족이 등장하고 있다는 진보적 입장이다. 두 입장 모두 전통적 가족제도에 분명한 변화 조짐이 있다는 사실에는 동의한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예외가 아니다.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인구주택총조사보고서」를 비롯한 몇몇 통계자료들을 보면 이런 변화의 일단을 읽을 수 있다. 이를 통해 지금 우리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하는 가족제도속의 가정위기 문제를 점검해 본다.

1인 이상이 모여 취사, 취침 등 생계를 같이 하는 생활단위를 가구라 하는데 이런 가구구조에서부터 변화를 읽을 수있다. 전체가구 중에서 혼자서 살림하는 1인 가족 가구가 1980년에 4.78%에서 2000년에는 15,52%로 증가하고, 통상 가족단위로 이루어져서 생활을 같이 하고 있는 혈연가족은 같은 시기에 93.45%에서 83.26%로 줄어들고 있다. 그리고 이 혈연가족 중에서도 부모와 미혼자녀로 이뤄진 전형적인 핵가족은 같은 시기에 56.5%에서 57.8%로 큰 변동이 없는 반면에, 부부만 사는 가족은 6.4%에서 14.8%로 증가하고 부모를 모시고 사는 직계가족은 11.0%에서 8.0%로 줄고 있다. 이런 현상은 전통적 가족과는 달리, 부모를 떠나 자녀들이 결혼하지 않거나 어떤 이유에든 혼자 사는 경우와 결혼 후에도 부모와 별도로 분가하는 경우가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가족을 형성하는데 가장 기초적인 사회적 행위는 결혼이다. 그래서 어느 사회에서든지 혼인은 사회성원 유지를 반드시 필요한 행위이다. 그래서 조선조 시대에는 가장이 딸이 30이 넘도록 시집을 보내지 않으면 처벌하는 법까지 두기도 했다. 그만큼 어느 사회에서든지 전통적으로 결혼은 반드시 해야 한다는 이념이 지배해 왔었다. 그런데 이런 혼인이념도 최근들어 변화가 나타나고 있음을 통계청의 「사회통계조사보고서」는 보여준다.

98년 조사에서 ‘결혼은 반드시 해야한다’는 응답이 33.6%였으나, 2002년에는 25.6%로 줄었다. 도시 지역만을 대상으로 했을 때는, 30.5%에서 23.2%로 줄어든 것으로 집계되었다. 특히 2002년 조사를 보면, 응답자가 30대(14.7%)와 미혼(17.5%)일 경우는 더 결혼의 필요성에 대해 부정적 태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 후에도 이혼에 대한 태도에서는, 이혼 반대에 대한 응답이 99년에 60.3%에서 2002년에는 58.4%로 줄었으며, 경우에 따라 이혼할 수 있다는 응답이 29.1%에서 32.9%로 증가하고 있다. 이혼에 대한 태도에서도 관용적으로 변하고 있음을 읽을 수 있다. 이를 반영하듯이, 인구 천명도 혼인건수를 보여주는 조혼인률이 1970년 9.2건에서 80년 10.6, 2004년에는 6.4로 줄고 있으며, 조이혼률은 같은 기간에 0.6에서 2.9로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혼인 내용에서도 초혼 구성비가 1972년 남자 94.6%, 여자 97.1%에서 2004년 남자 81.2%, 여자 78.9%로 감소하였다. 오히려 재혼 구성비는 1972년 남자 5.4%, 여자 2.9%에서 2004년 남자 18.2%, 여자 20.4%로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이 중에서도 여자 재혼은 남자보다 90년이후 높은 비중을 보여주고 있다. 결혼 초혼 평균 연령도 1981년에 남자 26.4세, 여자 23.2세에서 2004년에는 남자 30.6세, 여자 27.5세로 높아졌다.
자연히 이는 출산 기회가 줄어들고 있음을 나타낸다. 그 결과, 1991년 총 출생아 수가 718,270명에서 2004년에는 476,051명으로, 천명당 출생아수를 비율로 내는 조출산율이 같은 기간 16.6에서 9.8로 급격히 줄어들었다. 여기에는 주출산 연령대인 20세에서 34세까지의 연령대 인구가 감소하고 있으며(1990년 대비 약 20만명 감소), 주 출산영령대의 출산율도 감소하고, 혼인 인구에서도 초혼율이 1981년 대비 2004년은 17%이상 줄어들었다. 특히 20대 후반 여성이 배우자를 갖고 있는 비율도 1970년의 88.4%에서 2004년에는 54.2%로 줄어들어 출산 기회가 그만큼 적어 향후에도 출산률은 지속적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여기에 2001년부터 통계치를 잡고 있는 외국인과의 결혼 경향을 보면, 외국인 처를 맞는 경우는 2001년 10.006건에서 2005년 31.180건으로 증가했으며, 특히 재혼의 경우에는 2001년 3230건에서 13,480건으로 대폭 증가하고 있다. 동시에 외국인 남편을 맞는 경우는 같은 기간 5,228건에서 11,941건으로 늘고 있다. 이는 2005년 기준 전국 총 혼인 건수 316,375건에서 13.63%가 외국인과 혼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 더 이상 우리사회에 뿌리 깊은 단일민족에 대한 집착적 태도가 정당화될 수 없음을 보여주는 현실이기도 하다.
기존의 가족관계를 깨뜨리는 가족 해체의 직접적 원인이 되기도 하는 이혼의 경우를 보면 가족현실의 위기가 좀 더 잘 나타나는 것 같다. 이혼 건수는 인구 1000명당 이혼건수를 나타내는 조이혼률이, 1970년 0.4에서 꾸준한 증가세를 보여오다가 1996년부터 증가세가 두드러져 IMF 구제금융을 받던 시기인 1998년에는 2.5로 급격히 높아지면서 2003년 3.5를 정점으로 2004년에 다시 2.9로 떨어지고 있다. 평균 이혼연령도 남자의 경우, 1970년 36.0세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2004년 41.8세로 늘어났고, 여자의 경우도 31.0에서 38.3세로 증가하고 있다. 이혼부부의 동거기간별로 보면, 5년미만 단기 동거부부는 1981년 45.9%에서 2004년 25.2%로 줄고 있는 반면, 20년이상 장기 동거부부의 이혼 구성비는 1981년 4.8%에서 2004년 18.3%로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이다.

이러한 일련의 통계치는 우리사회의 전통적 가족관이 크게 변하고 있음을 반영한다고 보겠다. 결혼이나 자녀 낳기를 기피하고 혼자사는 가정이 늘어나고 이혼이 잦아지는 현실은 보수적 입장에서 본다면, 분명 사회적인 혹은 개인적인 사정으로 가정적 자원이 결손되거나, 가족의 구성원 사이에 대립이 생겨서 그 결과 가족으로서의 통일이나 조화가 파괴되어 가정생활의 목표달성이 어려워지고, 가족구성원의 생활욕구를 충족하지 못하거나, 사회적 기능장애가 나타나는 가족해체 내지는 쇠퇴 현상이다. 가족제도가 더 이상 규범과 가치를 통해 성원들을 통제하지도, 공동 목표를 위해 성원들을 조정하고 유대와 응집력을 발휘하지도 못하는 것은 가족이 건강한 제도로서의 요건을 상실한 것일 수도 있다. 이혼과 혼외 출산의 증가는 이런 상황을 알려주는 주요지표로 볼 수도 있다.
반면에 이런 가족제도 내부의 변화는 가족 영역에서도 개인의 선택과 자유의 폭이 넓어지고 자아표현의 기회가 확대되며 다양성에 대한 이해가 증가되다는 진보적 관점에서도 이해할 수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편부모가족, 동거부부 및 동성애부부와 같은 비전형적 가족들은 대안가족으로 본다면, 그 나름의 강점을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이런 관점에서 이혼의 증가는 결혼 제도를 거부하는 사람들의 증가를 의미한다기보다는 특정한 유형의 결혼, 즉 만족스럽지 못한 결혼을 끝내려는 사람들의 증가를 의미한다고도 볼 수있다. 변화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가족제도나 결혼제도 자체가 아니라, 그 제도가 설정했던 이상과 가치라는 점이다. 따라서 이혼과 재혼은 만족스럽지 못한 결혼관계를 더 나은 관계로 대체함으로써 결혼생활의 질을 한 단계 높이고 결혼제도의 존속을 가능하게 하는 기제로서 이해된다. 그 점에서 우리사회도 다양한 가족을 인정하면서 편부모가족, 1인 가구 등이 가지기 쉬운 취약점을 국가가 법, 경제적, 물질적 지원 등의 정책을 통해 보완해나가는 노력도 요구된다고 보아진다.
이렇듯이 바람직한 가족에 대한 시각은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이런 변화를 어떻게 수용하는가는 우리 모두가 풀어가야 할 문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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