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0일 '장애인의 날' 지났으니 관심 끝?

장애인에 대한 관심, 단 하루의 이벤트로 끝내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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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현(lovewi19)등록 2006.04.21 15:05
4월 20일, 올해도 장애인의 날은 어김없이 돌아왔고 지나갔다. 방송에서는 장애인들의 생활 이야기들이 나왔고 장애를 극복한 사람들의 이야기도 함께 나왔다. 부족했지만 그래도 일년에 하루만이라도 장애인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하루가 지나면 장애인들은 다시 소외된 공간으로 내몰린다. 장애인들이 현재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진 채로 말이다.

'장애인의 날'만 왕, 그 외의 날은 찬밥?

장애인의 날인 20일, 서울 시내에서 장애인들이 다닐 수 있는 곳은 많지 않았다. 청계천 길은 여전히 좁았고, 공공시설 장애인 화장실엔 청소도구들이 잔뜩 쌓여있다. 남녀 구분이 전혀 없고 마치 건물주들도 창고처럼 생각하는 생색내기 식 화장실에서 장애인들은 불편을 느끼며 화장실을 이용해야 한다.

모 멀티플렉스 극장은 장애인을 무료입장시키고 팝콘까지 서비스하는 행사를 가졌다. 또한 장애인들이 직접 만든 영화를 상영하며 '우리는 장애인들을 위하고 있다'고 언론에 알리고 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자. 20일 서울의 모 극장에서 상영된 장애인 영화 상영시간은 오전 11시. 아무리 관심이 많아도 직장이 있는 사람은 거의 보기가 불가능한 시간이었다. 게다가 딱 1회만 상영하게 되어 있었다. 하루를 상영하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전 회 상영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관은 그런 노력 없이 생색내기 홍보만 한 셈이다.

또한 이런 행사를 해도 극장의 불편한 시설 때문에 극장을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비단 영화관뿐만이 아니다. 장애인을 위하는 행사를 한다지만 정작 장애인이 이용하기엔 불편한 시설들 때문에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장애인들이 더 많은 게 지금의 현실이다. 이나마도 장애인의 날이 지나면 유야무야 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장애인들의 현실에 눈을 돌리자

지금 장애인들은 인간답게 살기 위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활동보조인 제도화를 주장하는 장애인들은 시청 앞에서 삭발식을 가졌다. 장애인교육지원법 제정을 요구하는 장애인교육연대와 학부모들은 인권위 건물에서 단식 농성을 했다.

인간승리의 이야기 뒤에는 아직도 죄인처럼 살아야하는 장애인들의 눈물이 있다. 자신 때문에 부모와 주변 사람들이 고생하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는 장애인들, 자식이 입학을 거부당하고 학교에서 온갖 수모를 당하는 것을 자신의 죄라고 여기는 장애인 학부모들이 눈물과 함께 털어놓는 이야기들은 장애인 복지를 위해 가장 중요한 사항이지만 소수의 사람들이 주장한다는 이유만으로 묵살되고 있다. 얼마 전 김진표 교육부 장관이 장애인교욱연대의 제안에 80% 정도를 받아들이겠다고 발표한 것은 그런 면에서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작년 장애인의 날,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외치며 마포대교에서 시위를 했던 장애인들을 일부 언론들이 '나쁜 장애인'으로 묘사했던 기억이 불현듯 떠오른다. 적어도 '왜' 그랬는지만 제대로 파악해도 그런 말은 안 나올 것이다. 장애인의 날이 지나간 오늘, 이제 장애인들에 대한 관심을 한 번 더 높일 때다. 대한민국 장애인도 엄연히 대한민국 국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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