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콩깍지가 언제쯤 벗겨질까?

사랑이 넘치는 부부, 못생긴 바우까지도 사랑스럽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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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향화(rulurarara)등록 2006.05.01 11:40

당신은 모르시겠지만, 저는 뵐 때마다 사랑하며 살라고, 정성을 다해 사람을 대하라고 제게 가르치십니다. ⓒ 전향화


제가 이 부부를 알기 시작한 것은 4~5년 전인것 같습니다. 가끔 맛있는 복숭아를 사겠다고, 또는 복사꽃을 보겠다고 연락하시는 분들을 이 집으로 안내합니다.
그 집에 저뿐만아니라 항상 친구며 이웃이며 다른 분들이 와 계십니다.
저도 그렇지만 다른 방문객들도 이집에 오면 닭살커플 두 부부에게 사랑으로 전염되고, 사랑하며 사는 부부의 모델을 보며 반성하게 되고, 무엇보다 정성스런 대접을 받는 것을 알기 때문에 늘 사람들이 드나드는 모양입니다.


복사꽃 흐드러진 골짜기를 보고 싶다는 분들이 있어 지난 토요일 이곳을 안내했습니다. 귀한 녹차와 대잎으로 만든 차를 마시며 인사를 나누고 아저씨가 산에서 뜯은 두릎을 다듬으며 "점심은 내가 지어 놓을 테니 당신은 꽃구경을 하고 오라" 하십니다.
오향리를 벗어나 골짜기 골짜기로 복사꽃이 넘쳐나는 사곡리를 향하는 차에 타니 두 남자들은 아저씨가 아주머니에게 하는 모양을 보며 배워야 한다며 반성들입니다. 이 집에 오면 반성하기는 저나 마찬가지입니다.

복사꽃 구경을 제대로 하시려면 큰 길가에서는 이런 골짝을 볼 수 없습니다. 골짜기로 들어가야 제대로 감상하실 수가 있습니다. ⓒ 전향화


작년보다 개화가 10일이상 늦어져 아직도 2~3일은 복사꽃 구경이 가능합니다. ⓒ 전향화


복사꽃도 황도꽃이 백도보다 더 붉습니다. ⓒ 전향화


자세히 보면 복사꽃보다 더 예쁜 배꽃, 그렇지만 흰빛을 제대로 내지 못해 배과수원은 눈길을 끓지 못합니다. ⓒ 전향화


복사꽃 꿀을 따기 위해 양봉작업을 하는 분들... 덕분에 정력에 좋다는 벌 애벌레 볶음 맛을 보았습니다. 다음은 경상도로 이동할 계획이시라고 합니다. ⓒ 전향화


감곡면 사곡리...고목에서 피는 복사꽃은 상우리가 최고라고 합니다. ⓒ 전향화


올해 심은 묘목, 3살은 되야 복숭아를 수확할 수 있습니다. 열매는 젊은 나무에서 열린 것이 맛있다고 하는데 복사꽃 운치는 나이 많은 나무가 최고입니다. ⓒ 전향화


화사한 복사꽃 때문에 눈길 한번 제대로 받지 못하고 피고 지는 이름몰라꽃 ⓒ 전향화



몇해전 이 부부와 하루를 함께 하며 복숭아 포장 작업을 한 적이 있습니다. 땀이 흘러 다리에 감기는 바지와 날리는 복숭아 털... 아침부터 점심... 오후가 되서야 작업이 끝났는데 저는 하루를 함께 하고 나서 이 분들이 존경스러워 졌습니다.

아저씨가 작업을 하며 흥얼 거리는 노래... 이내 포장에 집중하며 노래가 끊기면 아주머니는 못다한 노래를 이어부릅니다. 이 분위기는 제가 더위와 일에 지쳐 말도 하기 기찮아지는 오후까지 계속입니다.

제 몸이 힘들면 저 힘든 것밖에는 생각하지 않는 저로서는 그렇게 아끼며 신혼처럼 사는 부부가 제 거울처럼 저의 이기적인 모습을 비추어 주었습니다.
사랑받으려고만 하는 나는 속이 텅빈 강정처럼, 메마른 우물처럼 다른 사람에게 퍼줄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지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저는 이기적이고 나 아닌 남에게 정성을 다하지 못하지만, 가끔씩 만나는 이분들은 제 그런 모습을 돌아보게 됩니다.

양처럼 생긴 못 생긴 개, 바우... 바우는 주인에게 받는 넘치는 사랑으로 행복해 보입니다. ⓒ 전향화


이 집 강아지 "바우"
아주머니는 바우는 착하고 얼마나 예쁜지 모르겠다고.. 계속 칭찬이십니다. 양처럼 생긴 이녀석은 2만원을 주고 미용을 했다는데도 여전히 못생겨 보이기는 마찬가지인데도 계속 예쁘다네요. 하긴 제가 객관적으로 보기에 평범한 아저씨를 아직도 너무 멋있다며 눈을 못 떼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사랑을 하고 못 하고, 사랑을 받고 못 받고는 결국 내 안의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상대방이 어떻게 바뀌어야 사랑스러워 지기 보다 내안에서 사랑이 넘쳐 흐른다면 못 생긴 바우도 너무나 사랑스러워 보이겠지요?
복사꽃 속에서 꽃보다 아름다운 부부를 보며 정성을 다해 사람을 대하고 사랑하자는 다짐을 해 봅니다.
두분 오래오래 사랑하며 사세요.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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