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록 대추분교는 빼앗겼지만, 평화의 땅 평택을 지키기 위한 촛불은 꺼지지 않을 것이다. ⓒ 전대기련
촛불시위 참가자, 성한 곳이 없었다
지난 4일 오후 3시경, 대추리 인근 본정 농협 삼거리에는 국방부와 경찰의 대추분교 침탈과정 중 부상을 입고 밖으로 나온 사람들과 뒤늦게 합류한 민주노총 조합원, 민주노동당, 대학생 등 150여명이 모였다. 마을로 진입하는 입구에는 전경 3백여명이 가로막고 있었다.
민주노총이 주최한 '강제침탈 규탄대회'에 모인 사람들은 강제침탈을 자행한 국방부와 경찰, 노무현 정부에 대한 강력한 비판과 함께 '제2의 광주를 만들어 낸' 미국에 대한 분노로 들끓었다.
민주노총 조준호 위원장은 "미국이 들어온 지 60년이 됐다. 지긋지긋하다. 우리 땅은 우리가 지키자"며 말문을 열었다. 시위에 참석한 사람들은 "미국이 원하는 것은 전쟁이다"며 주한미군기지 평택이전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금속노조 김철욱 수석부위원장은 "현 정권은 미국이 내놓으라 하면 다 내놓고 있다"며 "평택을 지켜내고 주한미군 몰아내자"고 호소했다.
150여명의 참석자들 중 절반 이상의 참석자들은 '성한 곳'이 없었다. 이미 머리에 붕대를 감고 있는 사람들, 얼굴에 반창고를 붙인 사람들, 연탄재가 묻어있는 옷을 입은 사람들의 모습으로 대추분교 안의 상황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가늠할 수 있었다. 마치 한바탕 전쟁을 치른 사람들의 모습이다.
숙명여대 총학생회장 박정희양은 "국방부는 국민을 기만했고, 노무현 정부는 이런 사태를 알면서도 시행한 것이라면 생각이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손가락에 심한 부상을 입은 사람, 코뼈가 부러진 사람 등 현재 부상자가 너무나 많다. 이는 정상적인 인간이라면 저지를 수 없는 일이다"며 분노했다.
▲ '강제침탈규탄 촛불집회' 옆으로 전경차량이 지나가고 있다. ⓒ 전대기련
"미군이 물러날 때까지, 다시 시작이다"
이후 간이 화장실과 군수물품을 실은 것으로 보이는 군용 차량의 대추분교 진입을 저지하려는 시위 참석자들과 전경들 사이에 몇 번의 충돌이 있은 후 오후 7시 10분경부터 본정농협 삼거리에선 60여명이 모인 가운데 '대추리 강제침탈 규탄 촛불집회'가 시작됐다.
조준호 위원장은 "제 나라 국민에게 깡패, 경찰, 군대를 투입하는 나라는 도대체 누구의 나라입니까. 우리는 미군의 수구가 돼 전쟁의 미치광이에게 다 내어주는 것"이라며 "미군이 물러날 때까지, 평택이 민주의 땅이 될 때까지 투쟁합시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날 촛불집회는 오후 8시30분경 모두 정리됐다. 한편 범대위는 5일 오후 2시부터 주민들과 함께 범국민규탄대회를 열고 미군기지 이전과 경찰의 폭력 진압에 대해 항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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