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선물

부모에게 제일 좋은 선물은 단 한가지뿐

검토 완료

황종원(semanto)등록 2006.05.07 16:55
어버이날이 내일이다. 우리 내외가 아이들에게 바라는 선물은? 아이들은 우리가 무엇을 좋아하는 지 알 수가 없다.

알았다고 하여도 해 줄 능력이 없다. 아이들의 능력은 길에서 파는 카네이션뿐이다.
아들이 무엇을 원하냐? 묻기는 물었다.

그 말 속에는 " 이 삼만 원 안에서 살 수 있는 것을 말해주세요." 하는 느낌을 받는다. 아들의 마음이 그렇지 않다하여도 그 이상을 바랄 것도 없다. 내가 원하는 것은 책을 살 수 있는 상품권인 줄은 아들은 지금도 모른다.

아내가 내 대신에 말한다. "우리는 물건보다 현금을 제일 좋아한단다." 아들은 돈이 없다고 돈으로는 줄 수 없다고 한다. 카드로 물건을 사서 줄 요량이었나 보다. 스물 여덟 아들은 월급 받는 직장인 답다.

딸아이는 그런 말이 없다. 차라리 침묵이 낫다. 한 푼도 제 손으로 돈 벌 일이 없는 학생이고 보니 딸애가 선물이라고 산들 그것은 바로 부모주머니에서 나오는 돈이니 길표 카네이션 하나가 좋다. 아들에게 돈을 달랜다고 얼마를 받을 것이냐. 선물을 달랜다고 결국은 아들에게 부담을 줄 따름이다.

아들이 오늘 저녁 부터 이틀간 지방 출장을 간다기에 아들에게 대접 받은 시간은 오늘 밖에 없다. 점심을 식구가 함께 먹기로했다. 사당동 뒷길에 복찌개를 잘 하는 집이 있다.

"예전에는 내가 부모님을 모시고, 롯데 백화점 한식집 이조나 중국 식당 홍보석에 자주 갔는데 이제는 아들 덕으로 점심 대접을 받는구나. "

아내나 나나 이제 양가의 부모님이 다 세상을 떠나셨다. 꽃 한 송이 들고 가면 반가워하시던 부모님 마음이 바로 이것이야 하고 나는 느낀다. 그때의 어른들의 마음은 어떠셨을까. 세상을 떠나셨지만 나는 그 마음은 지금 바로 옆에서 어머니를 통하여 들을 수 있다.

어머니께서는 늘 일기를 쓰셨다. 돌아가셨을 때 남긴 몇 권의 일기를 내가 정리를 해서 인터넷을 통하여 나 홀로 책을 만든 것이 있었다. 나는 그 책의 이름은 '내가 아플 때 나보다 더 아파한 분 울 어머니'라고 지었다. 그리고 책의 앞머리에 나는 이런 말을 썼다.

어머니께서 살아생전에 자식들이 준 회사 수첩에 일기를 쓰셨다. 어머니인들 예쁜 공책을 마다하시랴. 그러기에 딸이 준 예쁜 공책에 기쁘게 글을 올리셨다. 당신이 쓰신 일기를 자식들에게 보여주면서 잘 보라 하시던 글을 여기 모았다. 노년에는 친구가 병인지라. 자식들이 수시로 찾아뵈었어도 어머니는 친구 찾아 경로당에 가셨으나 마음은 늘 새댁이시었다. 찾는 친구는 어디에도 없고 병이 친구처럼 마실 왔다가 급기야 당신을 모시고 가고 말았으니. 울어머니. 당신은 가셨어도 여기 당신의 발자취 마다 고였던 눈물을 모았습니다.

어머니는 시를 쓰셨다.

'4월의 시'에는 어머니는

봄이 오고 가고
세월이 흐르고
아이들하고 살던 시절이 있었던가

자식이 주위에 맴돌고 있어도 홀로 사시는 어머니의 고독을 이 자식은 이제야 깨닫는다.

어머니께서도 어머니 생각이 어찌 없으실까

'어머니 생각'이란 시에서는

창 넘어 맑은 하늘 밀려오는데
내 마음 푸른 산이 오르고 싶어
흰 구름 파도치면 바람이 일고
여울이 소리치면 어머니 생각
향긋한 고운 살 냄새 반겨주겠지

어머니께 자식 셋이 번갈아 드나들었다.
아버지께서 떠나신 뒤로 홀로 계신 세월이 병이 되시니

홀로 남아
벚꽃에 피기 시작하네
봄비가 보슬 보슬
내리는 아침
창밖에 벚꽃 바라보며
홀로 남아 외롭고 슬퍼서
하염없이 눈물 지였네

시에는 가슴에 서린 감정이 풀려 나오는 실타래 같다.
이미 짝을 맺어 품에서 떠나보낸 자식들이 주위에서 맴돈들 어머니의 고독을 덜어드릴 수는 없었던 것이다.

해마다 어버이 날에 쓰신 일기를 찾아본다.

아버지께서 병석에 눕다 돌아가신 해 1996년 5월 8일( 수)
어버이날에 아들 형제가 카네이션을 달아주고 일식집에 가서 저녁 식사를 냈다.

1997년 5월 8일 (목)
어버이날. 큰 아들이 카네이션을 사주고 큰손자가 꽃을 사오고. 작은 손자들이 꽃을 사왔다. 외손자들이 전화를 해주어 모두 모두에게 고맙다.

1998년 5월8일(금)
큰 아들이 카네이션을 사오고 큰 손자가 밤
11시쯤 오는 길에 카네이션을 사들고 들렀다. 고맙다.

2000년 5월 8일(월)
어버이날. 큰 아들이 저녁 때 와서 같이 가서 저녁을 대접을 잘 받고 왔다. 고맙다. 언제나 몸조심하고 건강 지켜라. 어제는 작은 아들 내외가 찬거리를 해가지고 왔다. 고맙다. 저녁에 외식을 하러 가자고 하기에 집에 밥을 해놓았기 때문에 집에서 먹는다고 했다. 너희들과 함께 저녁을 안 먹어서 미안하다. 딸아이는 방석 카버를 산뜻한 것으로 해서 가져다주었다. 모두 고맙다. 내 사랑하는 아들딸들아 고맙다. 건강하게 짧게 자식들에게 폐 안 끼치고 저 세상으로 가고 싶다. 모두들 고맙다. 건강 잘 지키고 조심해서 이 세상 살아가거라.

다음해에도 자식들은 어머니를 모시고 점심을 함께 하였을 것이다. 어머니의 일기는 띄엄띄엄 쓰여 있지만 정작 어버이날의 일기는 없다. 2001년 7월 16일에 어머니는 세상을 떠나셨다.

허리가 아프하셔서 동네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큰 병원에 모시고 가서 입원 열 이틀 만에 돌아가셨다. 차라리 동네 병원에 쉬엄쉬엄 다니셨으면 좀 더 세상을 사셨을 것이다. 약한 노인네에게 여러 가지 검사로 일이 이렇게 잘못되었다. 어머니가 살아계셨다면 어머니에게 용돈을 드리고, 꽃 한 송이 드리고 깔끔한 국물을 좋아하시니 일식집에 모시고 가서 사브사브로 어머니 속을 시원하게 하여드리련만.

이제 어른들은 다 떠나시고 우리가 어른이 되었다. 어른은 어른답게 해야 어른인 것을. 아이들에게 돈을 받기보다 밥상을 잘 받기보다 아이들이 별 탈 없이 바라는 것이 행복인 것이고 보니 나도 이제 어른은 어른인가보다.

아들이 우리 내외를 데리고 밥 한 그릇을 사는 바람에 다시 한 번 어머니 생각을 하고 어머니께서 쓰신 일기를 다시 보았으니 이것 또한 아들이 준 선물이 아니랴.

이렇게 자식이 부모를 대하는 마음이 대를 물리나보다. 내가 지금 자식에게 기름진 음식을 바라기보다 아들딸에게 받는 가장 좋은 선물은 아이들이 별 탈 없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다. 아프지 말고 탈나지 말고 마치 어린 아이들에게 말하듯이 '몸도 튼튼 마음도 튼튼'하게 살아주는 것이 바로 어버이날의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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