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현장]장하진 장관, 성매매단속 현장을 가다

성매매 사실 부인, 단속인원 부족 등 어려움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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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현석(bc703)등록 2006.05.23 15:42

1층에 설치된 CCTV로 보이는 내외부 모습을 지켜보는 장하진 장관과 김해경 서울청 여성청소년계장, 홍태욱 경찰청 여성청소년과장. ⓒ 백현석



잠시 후 성매매 단속을 위해 인근 주차장에 대기 중인 여경기동대원들을 만난 장하진 장관은 “고생이 많으십니다. 성매매단속에 방해가 될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입니다”라며, 수사관들을 격려했다.

이어 장 장관은 “주변에서는 경찰이 현장 단속을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한다. 성매매 현장과 단속 과정에서 오는 어려움 등을 직접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고 이번 단속에 동행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이날, 단속대상이 된 휴게텔은 개업한지 4달이 밖에 되지 않은 소위, “시설이 좋다”고 소문이 난 업소. 경찰은 사전 압수수색영장까지 발부받아 여자형사 4명, 남자형사 6명 등 총 11명의 서울경찰청 여경기동대 내근 수사 직원까지 모두 동원되어 단속에 나섰다.

김해경 계장은 “한번 단속을 하게 되면 현장에서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내근 수사관까지 모두 동원되어 단속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잠시 후, 미리 손님으로 위장해 업소에 들어간 형사들로부터 대기하는 손님이 많다는 전화가 걸려왔다. 순간, 대기 하던 형사들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단속 직전까지 성매매, 방안에는 흔적들 가득

상황이 급박해지자, 장하진 장관 일행은 3조로 현장에 투입되어 단속과정에 직접 참여하게 되었다.

성매매를 실시하는 방안에는 성매매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증거물들이 흩어져 있다. ⓒ 백현석

장 장관 일행이 업소를 들어섰을 때 이미 1층은 기다리던 손님들이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었고, 대기실인 2층에는 업소 종업원으로 보이는 남자들이 형사들에게 정황을 설명 중이었다.

카운터 앞에는 9대의 CCTV에서 각 층의 복도와 업소 앞으로 지나가는 행인 들의 모습까지 그대로 보여 지고 있었다.

이 업소는 1층이 카운터, 2층이 손님대기실, 3층과 4층이 성매매장소로 이용되는 곳으로 4층에서는 방문을 걸어 잠그고, 단속을 거부하는 성매매여성과 손님의 방을 경찰이 강제로 문을 열고 있었다.

“문, 여세요. 압수수색영장이 있습니다. 단속에 협조하세요.”
형사들의 경고 음성에도 방안은 적막감만 흘렀다. 강제로 방문을 열려고 하자, “지금 문 열거예요. 조금만 기다려요”하는 다급한 여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시간이 지나도 문을 열지 않자, 강제로 문을 연 형사들이 급습한 방안 조금 전까지 성매매가 이루어졌는지, 흐트러진 침대와 손님으로 보이는 남자가 급하게 샤워를 하고 있었다.

장하진 장관은 아무 말 없이 이런 장면을 그대로 지켜보았고, 현장에 함께한 홍태욱 경찰청 여성청소년과장이 장하진 장관을 아래층으로 안내했다.

3층에서는 이미 한방에 성매매여성으로 보이는 여성들이 3-4명 모여 여형사의 조사에 응하고 있었다. 조사를 맡은 여형사가 성매매의 물증을 감춘 곳을 알려달라고 하자, “콘돔 같은 것은 없다”고 항변했다.

김해경 서울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계장은 “단속을 하게 되면, 사전에 성매매여성들은 콘돔을 삼키거나, 변기에 넣고 물을 내리라는 교육을 받게 된다”며 “계속해서 오리발을 내밀기 때문에 수사에 어려움이 많다”고 현장 단속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장하진 장관은 “단속현장을 직접 보니, 단속 경찰관들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것 같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문을 걸어 잠그고 단속을 거부하던 한 남성이 있는 방에 강제로 문을 열고 들어간 경찰이 성매매의 흔적을 조사하고 있다. ⓒ 백현석


단속에 들어 간지 40여분이 지나자 연락을 받았는지, 업소 사장으로 보이는 한 남자가 찾아왔고, 이로서 이날 단속은 마무리가 되어가는 듯 했다.


장 장관, 성매매방지를 위해 전 부처 협력 강조

장하진 장관은 “(경찰관들이)너무 고생하는 것 같다. 생각했던 것보다 단속이 더 힘든 것 같다”며 “현장에서 고생하는 경찰 가족들을 보고나니, 성매매방지를 위한 노력은 비단, 여성가족부 뿐만 아니라 모든 부처의 협력이 필요로 하는 것을 더욱 절실히 느꼈다”고 단속 참여 감회를 밝혔다.

홍태욱 경찰청 여성청소년과장은 “단속 때에는 현장수사를 신속하게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인원이 부족하다보니 조사시간도 길어진다”면서 “관할 경찰서도 인원이 부족해 효율적인 단속이 어려운 실정”이라며 인원보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조사시간이 길어지자 여경기동대 대원들을 뒤로한 채 단속현장을 떠나는 장하진 장관의 얼굴에는 여러 가지 생각이 지나가는 듯 보였다.

휴게텔 같은 신종 성매매업소의 경우, 자유업종으로 분류되어 있어 행정기관에 등록이나 신고할 필요도 없고, 시설의 설치 기준도 마련되어 있지 않아 단속에 어려움이 많은 곳이다.

권용현 여성가족부 권익증진국장은 “휴게시설에서 이뤄지는 성매매를 단속할 수 있는 법적 근거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여성가족부는 성매매단속에 공이 많은 유공경찰에 대해 정부 표창 등 사기 진작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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