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처가는' 이 나라가 걱정스럽다

- 우리 정당정치의 정상화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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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원(dutscheong)등록 2006.05.26 20:25
‘미처가는’ 이 나라가 걱정스럽다
- 우리 정당정치의 정상화를 위하여

5.31지방선거를 앞두고 온 나라가 시끌하고 흉흉하다. 18년 박정희 군부독재정권에 의해 압살 당했던 지방자치가 어렵사리 부활되어 이제 겨우 싹을 틔워가고 있는 마당에, 그의 맏딸 박근혜 씨가 제 1야당의 대표로서 선거운동을 하다가 피습을 당했다. 이 사실은 작게는 한 여성정치인에게 가해진 야만이기도 하지만, 크게는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어쨌든, 결코 다시 일어나서 안 될 우리 정치사의 쓰라린 교훈으로 받아들여야 할 사건이다.
이번 피습이 한 사람에 의한 우발적 범행인지 아니면 정치적 음모에 의해 일어난 소위 ‘정치적 테러’인지 아직은 정확히 판단할 수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 불행한 사건을 정치적으로 악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그럴 경우, 우리 모두 함께 비인간화의 늪에 빠져 들 것이기 때문이다. 입원중인 박근혜 대표도 측근들에게 ‘정치적 오버를 하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제 1야당의 대표다운 자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방자치 선거운동 과정에서 이를 교묘히 악용하여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도모하려는 정치인들의 행태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씁쓸하고 불안하다. 좀 역겹기도 하다.
가뜩이나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인한 극심한 사회 양극화와 ‘새로운 빈곤화’ 때문에 고달프고 팍팍한 현실에서, 정파적 이익을 위해 이전투구를 벌이는 소위 정치(?)하는 사람들(politicians)의 언행은, 정치(政治)라는 것은 국민들을 편안하고 행복하게 해주어야 한다는 공익의 관점과 정치의 고유 목적에 비추어 볼 때 도무지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다는 태도다. 미움과 증오와 ‘칼부림의 정치’를 끝내자는 또 다른 여성 정치인의 대전 유세에서의 절규는 우리 사회에 또 하나의 분열과 대립과 증오의 그늘을 만들어 자신이 속한 정파의 이익을 도모하려는 간계(奸計)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선거운동기간 동안 서민들의 구체적이고 일상적인 삶의 고통을 과연 어느 후보가, 어느 정당이 더 유효한 정책을 가지고 그것을 실현할 의지와 준비를 갖추고 있는가를 판단하는 소중한 기간으로 함께 만들어 가야한다. 한 순간 ‘미신보다 더 위험한 감성’에 의한 선택 때문에 또 상당한 기간 동안 자신의 삶을 힘들게 한다면, 이는 스스로 만든 올무에 자신을 묶는 어리석음에 다름 아니다.
이번 선거운동을 계기로 각 정당들은 그간의 잘못을 국민에게 솔직하게 고백하되, 감성을 자극할 것이 아니라 당당하게 다가가야 한다. 선거 때마다 정당의 대표들이 자신들이 국민들을 위해 해놓은 업적이나 미래의 정책적 비전으로 승부를 걸지 않고, 국민들의 감성을 자극하거나 동정심에 호소하는 것은 사실 혹세무민하는 것에 진배없다.
열린우리당은 지난 대통령 탄핵사건 이후 17대 총선에서 엄청난 지지를 해 준 국민들의, 말하자면 전통적 지지층의 개혁 요구에 제대로 응답하지 못한 잘못을 솔직히 시인해야 하며, 약속했던 개혁정책을 구체적으로 언제까지 어떻게 실현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아야 한다. 지금쯤, 정부와 여당은 후보 때의 대선 공약과 인수위 때 정리한 참여정부의 혁신공약을 구체적으로 점검하고 마무리 지을 구체적 일정을 제시해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참 정치인(statesman)의 도리라고 본다. 그것만이 이번 선거와 2007년 대선에서 5년 전의 지지세를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도라고 생각한다.
한나라당은 과거 군부정권 시절의 냉전적·수구적 사고에서 탈피하여 합리적 보수로 거듭나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그간의 부패 관행과의 고리를 단호하게 끊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일관되게 보여주어야 한다. 그간의 관행과 지방자치의 비중을 고려해 볼 때, 이번 선거에도 아마 공천헌금이 부지기수일 지도 모른다. 지난 번 자체 고소한 것과 부산 등의 공천관련 문제들은 빙산의 일각일 수도 있음을 어렵잖게 짐작할 수 있다. 부정과 부패는 이 나라의 선진입국을 차단하는 최대의 걸림돌임을 명심하고 부패와의 고리를 용감하게 차단하는 길이 과거 부패정당, 차떼기 정당이란 오명을 씻을 수 있으며, 지난 17대 총선 때처럼 다시 겸허한 자세로 국민들의 곁으로 돌아와야 지지를 받는 길임이 분명하다고 본다.
국민들은 선거유세장에서 정상배들이 조장하는 이번 사건의 감성적 선동에 부화뇌동하지 말고, 어떠한 선택이 자신의 삶과 장래 우리 사회를 행복하고 따뜻하게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그리고 어느 정당, 어느 후보가 자신의 사회·경제적 조건을 개선하는데 도움을 주며, 자신의 삶의 질을 드높여 줄 수 있는가를 꼼꼼히 비교해 본 후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그간 우리 사회의 양극화와 ‘새로운 빈곤’현상에 대한 반작용으로 ‘무능보다 차라리 부정부패가 낫다’는 어처구니없는 충동에 유혹된다면, 우리 사회는 다시 한 번 지난날의 참담했던 고통의 수렁으로 또다시 빠져들 것으로 쉽게 예상된다. 제 2, 제 3의 성수대교, 삼풍백화점 사건이 터지지 말란 법이 어디 있는가.
그리고 우리 국민은 더 이상 ‘지역주의의 노예’가 되기를 거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세간의 정상배들은 국민을 주인으로 받들기는커녕 자신들의 하수인으로 대접할 것이다. 국민은 선거 때 마다 주권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농간과 대중조작(mass manipulation)의 대상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 할 것이다. 우리 국민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사리분별력과 가치로운 선택만이 분열과 증오의 우리 정치를 불식시키고, 부끄러운 현재의 우리 사회를 상생과 평화의 민주적공동체에로 그 물꼬를 돌릴 수 있을 것이다.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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