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싫어서 한나라를 찍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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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연(prin202)등록 2006.05.31 10:33
이제 몇 시간 후면 제4차 지방선거가 시작된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40%에 달한다고 한다. 그리고 한나라당이 좋아서가 아니라 열린우리당이 싫어서 한나라 당을 찍는다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나는 열린우리당과 노무현 대통령이 도대체 뭘 그렇게 잘못했는지 모르겠다. 아니, 잘못한 게 있다. 검찰과 기업, 언론과의 밀월관계를 깨고, 과감하게 썩은 뿌리를 잘라내기 시작한 것이 잘못인가 보다. 기득권을 받아왔다가 찬밥신세가 된 언론과 대기업들은 힘을 합해 노 대통령을 공격했다. 그리고 그들은 한나라당에 힘을 실어줬다.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은 보수 거대야당과 중앙 언론사들, 그리고 대기업들의 공격의 대상이 됐다. 그래서 노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오리처럼 뒤뚱뒤뚱해야 했다.

언론사들은 대기업에 특혜를 주고, 재산세를 높이면 '우리나라 자본이 해외로 다 빠져나간다', '기업하기 힘든 나라', '중국으로 가는 기업들'등의 기사를 써댔다.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의 정책을 사사건건 반대하고, 거기에 언론사와 거대자본도 힘을 보탰다. 뭔가를 하려고 해도 거대야당이 방해하고, 말 실수를 조금만 해도 언론에 몰매를 맞았다.

과거에는 언론과 기업이 여당과의 밀월관계를 갖고, 이권을 나눠가졌다. 여당이 뭘하든 기업이 막대한 정치자금을 제공하고, 언론은 여당에 아첨했다.

지금의 언론과 기업은 여당의 적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언론의 말에 눈 멀고, 귀 멀었다.

도대체 여당이 뭘 잘못했나 냉정히 생각해 보자. 우리나라 경제는 세계 10위권에 올라섰다. '한류'붐이 일본과 중국, 동남아를 넘어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민주주의도 발전했다.

내가 어렸을 때, 선거철이 되면 조폭과 박수부대가 동원됐다. 아줌마들이 돈봉투를 들고 다니면서 사람들에게 나눠줬다.
알려지지 않은 검은 돈이 오가고, 정권에 아첨하는 기업은 살아남고, 그렇지 않으면 도태됐다.

대통령이 탄핵위기까지 간다는 것 하나만 봐도 하늘 위에 계시던 '대통령 각하'가 얼마나 내려왔는지 알 수 있다. 그러고 보니 대통령 각하라는 말도 요즘은 참 생경하다.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빠르게 발전해왔다. 길고 긴 군사정권을 거쳐 최초의 문민정부로 기록된 김영삼 대통령, 김대중 대통령을 거쳐 노무현 대통령이 정권을 잡으면서 이런 일들이 서서히 이루어졌다.

사방의 적들 속에서 고군분투했지만,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은 지지기반의 요구를 들어주지 못했다. 부동산 안정정책을 펼쳤다지만 집값은 올라갔고, 국가보안법을 철폐하겠다고 했지만 실패했다. 지지기반의 기대와 다르게 미국 제국주의를 도와 이라크에 지원군도 보냈다. 미군도 아직 우리나라에 있다. 청년실업을 타파하겠다지만 지금도 청년백수들이 잔뜩이다.

그래도 그들은 적어도 노력했다. 이 나라 80%의 힘과 권력에 맞서 이나마 만들어냈다.
그들이 처음부터 완벽하게 잘하길 바랬는가. 처음부터 잘 하는게 이 환경에서 가능이나 한가. 일 할 환경이나 만들어줘놓고, 일 못한다고 욕하는가.

노무현 대통령이 집권하기만 하면, 모두가 원하는 유토피아가 펼쳐질 것이라고 생각했나. 80%의 권력이 힘을 합쳐 국민들의 눈과 귀를 가리고 공격해오는데, 그들인들 힘들지 않았을까. 지금을 수직적 사회구조가 수평으로 넘어오는 과도기라 생각하고 조금 더 기다리고, 믿고 힘을 실어줘야 했던게 아닐까.

탄핵사태를 넘기고 민주당은 몰락의 길을 걸었다. 그러나 탄핵을 주도한 한나라당은 요즘도 지지율 40%대를 달리고 있다.
국회의원 선거 당시 박근혜 대표의 기자회견과 눈물 한 방울이 한나라당을 살린 것 같다. 이번에도 그녀의 피습사건은 결과적으로 한나라당에 큰 힘을 실어줬다.

나도 박근혜 대표가 좋다. 단아한 자태와 예절바른 언행, 그리고 품위는 도저히 그녀를 싫어할 수 없게 한다. 박정희 대통령은 암살됐다. 암살로 부모님을 읽고, 역사의 한켠으로 사라졌다가 다시 돌아온 그녀의 스토리가 감동스러운가. 그녀의 눈물과, 상처가 가슴아픈가. 그럴 수 있다. 나도 그렇다.

차떼기 사건, 공천 사고팔기, 수많은 부정부패로 얼룩진 수구세력도 그녀가 대표라는 사실만으로 국민들에게 받아들여졌다.
사실 한나라당이 좋아서 지지하는 사람보다는 박근혜가 좋아서 지지하는 사람이 많을 거라는 게 내 사견이다.

그렇지만 냉정해지자. 그녀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 우리의 퍼스트레이디였고, 공주님이었다. 그 시절이 어떤 때였냐면, 머리조차 마음대로 기를 수 없고, 말 한마디 마음대로 할 수 없던 시절이었다. 한마디만 잘못해도 아무도 모르게 끌려가던 때였다.

민주적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힘 없는 지도자는 싫은가. 그렇다면 검찰과 언론과 대자본에 영합한 강력한 지도자가 좋은가?

독재적인 지도자가 힘과 카리스마를 가지고 국정을 운영하고, 기득권이 더욱 큰 이득을 보기를 원하는가, 그러면 행복할 것 같은가. 보수언론과 기업에 다시 기득권을 돌려주고 싶은가. 지금까지 겨우겨우 이루어진 작은 '개혁'이 다시 허물어지는 것이 보고 싶은가.

통일정책, 독도정책은 어떻게 될 것이며, 비정규직 문제는 제대로 해결될 수 있을까.
기업가들이 기업하고 싶은 나라를 만들려면, 한나라당이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기업의 세금을 내려줘야할테고, 기업이 경영을 쉽게하려면 비정규직을 고용해야 할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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