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씰룩 씰룩, 치료가 만만찮네

환자 불편 무시하는 병원, 이대로 안 돼.

검토 완료

황종원(semanto)등록 2006.06.14 19:31

보톡스 주사를 맞은 쪽은 눈깔 사탕 크기 만큼 커진다. 양쪽 균형이 맞으려면 보톡수 주사를 맞아야 하나 그 또한 절차가 까답롭다. ⓒ 황종원


주사를 맞지 않은 눈은 뱁새눈 그대로니 아무리 길에서 만난 남남들이라도 한 번쯤 돌아보면서 이상하다는 표정을 짓게 마련이다.
여자는 되나 남자는 안 된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멋모르고 한 쪽에 사탕 눈알로 두어 달을 그러고 다녔다. 그것 또한 얼마나 큰 스트레스였는지.
(의사 선생, 당신이 안면 경련이 생겨서 주사를 맞았을 때 한쪽 눈만 눈깔사탕을 매달고 다닐 수 있겠소.)
내 마음 속에서 툴툴대는 말을 의사가 들었나 보다.
왼쪽에 주사를 놓아준다.
툭툭툭
보톡수 주사액은 항생제 주사를 맞듯이 주사기를 주욱 살 속에 푹 담길 정도로 놓는 것이 아니다.
마치 벌침 놓듯이 주사액이 아까워 죽겠다는 듯이 놓아 준다.
" 선생님, 오른 쪽 입가에도 놔주셔야지요. "
" 아까는 괜찮다고 했잖아요. "
( 이보게 의사 양반. 지금 당장은 증세가 쉬고 있으나 경련은 때 없이 나는 것이고 차드를 펼쳐 놓는 것은 폼인가. 주사약값을 다 냈으면 적정량을 놔 줘야 하는 것이지. 왜 빼려들어. )
의사는 다시 오른 쪽 입가에 놓아준다.
병원의 의사는 마치 법정의 법관 같다.
법정 아래 사람을 고려하는 것이 아니고 제 생각 제 편의대로 처리한다.
침묵하는 권리는 병원의 진료실에서 보호를 받지 못한다.
내 돈 내고 정당한 치료마저 받기가 이렇게 마음 고통을 겪어야 한다.
치료하는 의사도 연륜이 있는 의사의 태도는 건방지고 고압적이다.
의료 경험이 적은 의사가 좀 순수하고 순박하고 환자를 배려하려 애를 조금은 써준다.
종합병원에 올 때마다 이런 치료를 자신의 증세에 따라 날짜를 변경하며 갈 수 있는 병원을 찾아갈 궁리를 한다.
그러면서 다른 작은 병원은 주사료를 뻥 튀길지 모른다는 불신감에다가 그 주사액이 적정용량을 놓아줄까 하는 불신으로 병원을 옮기지도 못한다.
진료실을 나왔다.
육십은 넘은 한 여인이 얼굴 양쪽에 솜을 대고 걷고 있다.
남편인 듯 한 남자가 여인에게 묻는다.
" 양쪽 다 맞았어?"
여인이 고개를 끄덕인다.
필시 그 여인도 처음 보톡스를 맞을 때는 한 쪽에만 눈깔사탕을 매달고 보내면서 얼마나 많은 말을 들었을까.
이게 바로 동병 상린이다.
이 병의 시작은 직장 생활이었다.
내가 맡은 재건축 재개발 수주와 분양에다가 관리에 따른 업무 피로는 늘 머리를 쓰게 만들었다.
병을 얻고 나온 뒤 나는 이렇게 병원 출입을 한다.
이런 병은 공상으로 인한 치료는 안 되는가.
당치 않은 생각도 해 본다.

비오는 날 오후에 나는 안면 경련이 없는 세상을 꿈꾸면서 거리로 다시 나선다.
친구 대신 병을 달고 살아야하는 나이가 조금씩 서러워진다.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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