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즈에 몸을 맞춘다구?? 난 옷을 내게 맞춘다!!

과감한 가위질 한번으로 나를 표현하는 유일한 옷을 만든다.

검토 완료

최지애(huruji)등록 2006.06.30 13:36
이제 본격적인 방학 시즌이다. 무엇을 하면 즐겁게 방학을 보낼 수 있을까 여러모로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영어공부? 여행? 아르바이트? 운동?? 이런 식상한 계획 말고, 새로우면서 생산적인 무언가가 없을까??


그렇다면 가위를 한번 들어보자.

뜨거웠던 월드컵 시즌, 길거리 응원을 나가본 사람들은 독특하고, 다양한 패션 스타일에 놀랐을 것이다. 화려한 색상과 과감한 노출로 다른 사람보다 튀게, 시선을 집중시키는 그 옷들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바로 리폼(Reform)이다.


리폼- 자르고, 덧대고, 붙이고, 칠하고~~

리폼이란 이미 생산되어진 옷을 고치거나, 수정을 하여 새롭게 만드는 것을 뜻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리폼’이라고 하면 패션 감각이 뛰어나고 손재주가 있는 여성들이 옷장에서 엄마가 젊었을 적 입었던 옷을 꺼내 요즘의 유행하는 옷으로 변신시키는 것 정도로 생각했다. 그러나 리폼은 이제 작은 의미에서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수선에서부터 직접 옷을 디자인하고, 제작하는 것까지 포괄한다. 그 영역도 다양해져서 옷 뿐 만 아니라 가구, 가전기기, 신발, 가방 등 마음만 먹으면 어떤 것도 색다른 모습으로 바꿀 수 있다.

원래 친환경과 자원보호 차원에서 등장한 리폼문화는 이제 지속가능한 소비형태 뿐 만 아니라 개성과 자신만의 독특한 패션 감각을 뽐내는 데에 이용되고 있다. 특히 자기표현에 적극적이고, 세상에서 하나 뿐인 자신만의 디자인을 꿈꾸는 요즘 세대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마크 제이콥스’와 같은 젊은 명품 브랜드 뿐 만 아니라 ‘장광효’와 같은 국내 유명 디자이너들도 셀프 리폼(self-reform) 의상을 컬렉션에 올리고, 매달 잡지에서도 유행 지난 옷들을 유행에 맞게 리폼하는 방법들을 소개해 주어 일반인들도 어떻게 옷을 새롭게 고칠 수 있을 지 쉽게 알 수 있다. 특히 월드컵을 통해서 누구나 손쉽게 나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지 않았는가??


가위질 한번 만으로 세상에서 하나 뿐인 옷을 만들다.


누구나 입는 기성복이나 유행하면 너도 나도 따라입는 유명 브랜드 의상은 젊음을 표출하기에는 너무 식상하다. 조그만 고치고, 손을 댄다면 ‘기존의 옷+α’ 정도가 아니라 몇 배의 가치를 창조하여 명품보다 나은 자기만의 브랜드를 가질 수 있다.
44사이즈가 열풍이라 한다. 여성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말도 안돼~~ 누가 44를 입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66사이즈에 겨우 들어가지는 자신의 허벅지를 원망해봤을 것이다. 아직도 몇 안되는 사이즈로 나누어지는 기성복의 치수에 자신의 몸을 맞출 것인가??
이제 주체적으로 자신의 몸에 완전히 피트되면서 자신만의 독특한 아이디어를 발산할 수 있는 옷을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바느질과 가위질은 여자들만의 것이라고?? 이젠 남자도 한다!

‘옷을 꿰매고, 찢고, 이런 것들은 여자들의 몫이다.’라는 구시대적 발상을 가지고 있는가?? 아마 그런 생각을 갖고 있지 않더라도 옷에 손을 댈 엄두도 못내는 남성분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디자이너 앙드레 김이나 존 갈리아노, 지아니 베르사체와 같이 유명 명품브랜드의 디자이너들은 대부분 남자다. 지난 겨울 엄청난 시청률을 기록하며 주인공들의 패션이 젊은 세대들에게 패션 아이콘으로 떠올랐던 드라마 ‘궁’에서 여자 주인공 ‘채경’이 남자 주인공 ‘신’에게 헌 컨버스 실내화에 그림을 그려 선물한 것이 방영된 후 남자들 사이에서도 ‘신발 튜닝’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리폼문화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아디다스는 이에 발 빠르게 대응하여 ‘아디칼라’를 출시했다. 흰색 아디다스 운동화와 아크릴물감, 사인펜, 스프레이로 구성된 이 제품은 다양한 도구를 이용해 1~6까지의 난이도의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고안되어졌다. 방학을 맞이하여 이대 앞에 쇼핑을 나온 대학생 이군(24,서울)은 “요즘은 남자들도 여자 못지않게 패션에 관심이 많아 청바지나 운동화 등을 스스로 꾸미는 사람이 많다. 보통 운동할 때 좀 더 활동하기 편하고, 시원하게 하기 위해 소매를 자르거나 허리선을 고치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리폼이 어렵다고 생각이 드는 남성분들은 고등학교 시절 검정 컴퓨터 사인펜으로 하얀 실내화에 그림을 그렸던 기억을 되살려본다면 용기가 날 것이다.



옷장에 쳐 박아 둔 안 입는 디자이너 못지않은 가치 창출

어차피 입지 않는 옷, 버릴 옷이라면 과감하게 가위를 꺼내 들어보자. 리폼은 수선 정도로 하찮아 보일 수도, 유명 디자이너나 할 수 있는 거창한 것으로 생각될 수도 있다. 그러나 조금만 용기를 낸다면 헌 것에 자신의 감각과 가치관을 불어 넣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몇 천 만원을 호가하는 디자이너의 옷보다 더 소중한 자신만의 옷을 만든다면 쾌감이 느껴지지 않을까?? 젊은 감각으로 헌 옷을 리폼해 본다면 값진 성취감과 함께 무분별한 소비문화를 바꾸는 계기를 마련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자신감 있게 가위를 들어보자!!

선뜻 용기가 나지 않는다면
이제 2010년까지 옷장에 잠들어 있을 공짜로 얻은 응원용 빨간티라도...
ⓒ 2007 OhmyNews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