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막 앞에 걸린 스크린쿼터 사수 플래카드. ⓒ 장지혜
“지금은 한결 좋아진 편이죠. 투쟁을 처음 시작할 땐 2월이었는데, 정말 춥고 힘들었어요.”
14일 열린시민공원에서 만난 장동찬(48) 한국영화제작자협회 사무처장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짧은 반바지와 ‘한미FTA, 스크린쿼터 사수’라고 적힌 카키색 조끼를 입은 장 사무처장의 모습은 조금 지쳐 보였다.
광화문 열린시민공원에서 5개월 째 천막생활을 하고 있는 그는 한여름 무더위를 식혀줄 시원한 집이 그립다. 그러나 지금은 집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말한다. 처음 투쟁을 시작할 때 146일을 버티겠노라고 자신과 동료들에게 한 약속 때문이다. 장 사무처장은 “146일이 지날 때까지 건강하게 버티는 게 내 역할”이라고 웃어 보였다.
장 사무처장이 131일째 농성하고 있는 천막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비교적 깨끗해 보였다. 최근 내린 장마비와 태풍은 많은 이재민을 냈지만 장 처장에게는 오히려 도움이 됐다. 천막이 빨래나 한 듯 새집이 됐기 때문이다. 드나드는 문 위로 “스크린쿼터 사수, 한미FTA 저지”라는 글귀도 선명하다.
5평 남짓한 천막 안도 깨끗하게 정리된 편이다. 임시로 지은 천막이지만 기본적인 생활을 하는데는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입구에 있는 냉장고와 발전기를 돌려 사용하는 유선전화, 데스크톱 컴퓨터까지 갖춰져 있다. 냉장고 옆으로는 밥 먹을 때 사용하는 컵과 그릇들도 가지런히 정리돼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매일 씻는 거죠. 공원화장실을 이용하는데 아무래도 열악한 환경이다 보니 지내기가 힘들어요. 먹는 것도 각자 알아서 해결하죠. 그래서 굶는 경우도 많고….”
생활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장 처장의 얼굴에는 조금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낯선 거리에서 씻고, 먹고, 잠자는 생활이 결코 쉽지 않을 수밖에….
그래도 그는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한국정부가 절반 이상 국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국과의 FTA협상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한국영화를 지키겠다고 나선 장 처장으로선 절대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인 것이다. 장 처장이 국민들의 무관심 속에서도 좁은 천막을 지키는 이유다. 국민들의 무관심보다 그를 더 힘들게 하는 것은 정부의 고집이다.
“일반인에게는 영화가 취미겠지만 우리에게는 생업이죠. 취미와 생업이 같을 수는 없잖아요? 일반 시민들이 무관심해도 할 수 없어요. 하지만 더 화가 나는 것은 정부의 무책임한 행동들이죠.”
정부를 성토하는 그의 목소리는 거침없었다. “재정경제부에서는 상반기 최고의 성과 중 하나가 스크린쿼터 축소라고 선전하더라고요. 정말 어처구니없었어요. 이 정부는 도대체 누구를 위해 있는 정부인지….”.
14일 한미간 FTA협상은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한 채 끝났다. 정 처장으로선 일단 한 고비를 넘긴 셈이다. 하지만 언제 다시 한국 정부가 우리 시장을 내주겠다고 나설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는 그는 싸움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래도 동료들이 교대로 방문하고, 영화 관계자들의 끊임없는 발걸음이 힘을 얻는 원동력이 되죠. 약속한 146일이 지나 천막투쟁이 끝나게 되더라도 다른 방법으로 투쟁할 생각입니다.”
천막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면서 한 그의 말에서 간절한 희망이 들려왔다.
“누군가에게 간절히 바라는 게 있다면, 그것이 힘이 돼 어려움도 견딜 수 있는 법이죠. 우리에겐 스크린쿼터를 지키는 게 바로 간절히 바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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