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보다 불륜의 사랑을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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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원(semanto)등록 2006.07.30 12:03
전화가 울린다. 전화를 받은 많은 사람 중에서 쓸쓸한 가을 목소리의 여인. 아직도 여인의 계절은 가을이다.


선생님, 오랜만예요. 힘들고 괴로운 일이 줄 나란히 섰네요.
이 마음 이 괴로움 친구하고 말 못하고 부모님께 말 못해요.
당당한 친구 씩씩한 딸로 생각이 들만큼 힘차게 살아왔답니다.

남편과 힘들게 살다가 남편의 빚을 제가 짊어지고 남편은 아이 둘 남기고 훌쩍 이혼한 뒤
열심히 살아왔어요.
여자 혼자 사니 주위에 남자들은 모이지만
친구를 바라는 제게 남자들은 여자로서 저를 늘 지켜보며 왔다가 바람처럼 가버린 뒤에 남은 제 상처가 한 둘이 아니었지요.
이제 사랑만은 않겠다고 했으나 외로울 때는 문득 제 옆을 돌아보게 되네요.
찾아 온 사람을 물리칠 수 없어서 한 사람을 사랑합니다.
이 나이 아이들이 대학교 고등학교 다니는 여자에게 오는 남자는 유부남일 수밖에요.
그이를 사랑합니다. 제가 하는 일이 힘들고 아직 남편과 헤어졌을 때 쌓인 빚에다가 그 뒤로 쌓인 빚에 저는 삶이 이다지도 힘들까요. 지금 사람은 가진 것이 많은 사람예요. 가진 사람에게 모이는 여자들이 한 둘 이겠어요. 그래도 서로 오고가는 메일 속에 다정한 마음을 보내기에 그 사람이 보내는 순정은 알겠어요.

허나 세상살이는 순정으로 괴롭기에 저는 그이가 제 살림을 들여다 보아주기를 은근하게 바랬습니다.
한번쯤 와서 보마 하였으나 차일피일 세월이 흐릅니다.
아이들 가리키는 곳을 꾸려나가는 저는 이제 선생님 월급에다가 건물 임대료를 물어줄 여력마저 없습니다.
사랑한다는 말과 함께 제 힘든 삶의 청구서를 그이에게 내밀기는 정말 낯이 뜨겁네요.
그러나 세상에 단 한 사람 아직은 힘든 제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은 그이 뿐이에요.
그이가 있는 곳은 물난리 강원도랍니다.
차 물결 사람물결 그 찻길에 저는 그이를 보러 갈 참예요.
간다는 전화를 하니 내일은 가족과 함께 경주로 여행을 간다는 군요.
그래도 갈래요.
그이에게 그이의 가족은 있어도 제게는 제 사랑입니다.
벼랑 끝에 선 제 마음을 들려줄 유일한 사람이기도 하고요.


못난 남편 바람난 남편과 헤어지면 삶이 나아지려나 하던 여인. 다들 이런 착각 속에 이혼장을 쓰며 희망에 부푸나 삶이 어찌 호락호락하랴.
주위에 모이는 사내놈들은 저마다 여자로서 대하다가 욕심을 채우고는 바람처럼 사라진다.
이러다가 늙으면 모이는 놈들도 없이 힘든 노년이 남는다.
미우나 고우나 첫 남편이 최고다. 정 싫으면 외간 남자와 연애를 걸고 고비를 넘겨라.
그 외간 남자와 로맨스라고 해보면 딴 남자 역시 남편에 비하여 얼마나 쓸모없는 놈들인지 알려니.
이런 말에 여인이 답하기를

" 그러게요. 헤어지면 홀가분할 줄 알았어요. 이제는 더 큰 짐으로 삶이 더 힘들어졌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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