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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위원장인 장혜옥씨를 두고 한 동안 <조선> <중앙>이 한 동안 야단을 폈다. <조선>은 '내놓고 학생 의식화하겠다' 했다고 비난하고, <중앙>은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훈계를 해댔다.
요새 주변을 돌아보면 뚜렷한 주관 없이 인생의 목적을 도외시하면서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많다. 그저 표피적인 즐거움만을 궁극적 삶의 목표로 삼는 아이들에게 세상에 대한 깊은 이해를 위한 사회 '의식화' 교육을 한다면 좋은 일이 아닌가? 그렇다면 시대에 뒤떨어졌기보다는 시대를 앞서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사단(事端)은 <중앙>의 김종철 정책사회 데스크와의 '월요 인터뷰'였다. 김종철과의 인터뷰에서 장 위원장은 특유의 강단 있는 표현으로 자신을 주장을 당당하게 내놓았다.
김종철씨의 논지는 '부모도 강요 않는데 교사가 왜 가치관 주입'하냐는 것이었다. 그러자 장 위원장은 되려 '초심으로 돌아가 의식화 교육을 더 강화'하겠다고 했다. <조선>은 대뜸 80년대 식 대학생 의식화를 떠올린 것 같다.
전교조가 말하는 의식화 교육은 어린 학생들을 '붉은 토마토'로 숙성시키자는 게 아니다. 현실을 교과서적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올바르게 볼 수 있는 다양한 시각을 기르기 위한 '계기 수업'을 가르치겠다는 것이다.
'그걸 두고 꼭 의식화다, 가치를 집어넣는 것이 아니냐' 하면서 의심을 눈길을 보내며 이해할 성질의 것도 못된다. 물론 인터뷰 내용만 가지고도 장 위원장과 교육 철학에 관해 농도 짙게 토론할 사항이 많다.
장혜옥 위원장은 '탈레반'? 만나보니 예의바른 멋진 여성
장 위원장은 별명이 '탈레반' 일 정도로 강단을 가진 여성으로 강골의 모습만을 가진 것 인양 비춰지는 듯하다. 이건 장 위원장의 일면일 뿐이다. 그분과 직접 만나기 전까지는 나 역시 그렇게 생각했다.
우리에게 비춰진 첫 인상은 좀 삐딱했다. 사회·교육 운동의 선두에 선 전형적인 여성분이고, 텔레비전 토론 프로그램에서도 교육 현안에 관해 자신의 뚜렷한 주관을 한 치 양보 없이 조리 있게 주장하던 모습으로 강하게 우리에게 다가왔다.
개인적으로 공적인 자리를 통해 몇 번 만나고, 사적으로도 두서너 번 만나 유쾌한 시간을 가졌다. 오십대 초반이니 나보다 몇 살 연상이다. 자연적 나이 서열로 말하자면 바로 윗 누님뻘 된다.
내가 받은 인상은 줏대가 단단한 강성의 인물로 비춰지지만 그 내면의 세계는 여간 부드럽지 않은 일면도 가진 분으로 기억하고 있다. 남을 챙겨줄 줄 아는 아주 예의바른 분이다.
여름 밤 영주 부석사를 안내하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주고받으면서 참 멋진 여성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아무나하고도 잘 어울리고, 소주도 한 잔 하면서도 전혀 자세를 흩트리지 않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소백산맥 아래에 사셨는데 그 분 집 앞에는 소백산에서 흘러내리는 큰 내가 있었다. 시원한 산바람을 맞으며 여러 지인들과 어울려 밤늦도록 얘기꽃을 피우다 그 분 집에서 하룻밤을 지냈다.
너무 바쁜 분이라, 그 날 낮에도 어딘가 갔다 온 그분은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서울에서 내려간 우리들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영주의 이곳저곳을 안내하면서 그 지역에 연관된 재미난 역사적 일화들을 들려주었다.
강성적 분위기보다는 포용의 자세로 이끌어 가기를
그분의 교육 전반에 관한 생각에 대해 이 자리에서 이러쿵저러쿵하는 것은 좀 그렇다 싶다. <조선> <중앙>에 실린 기사와 인터뷰 내용이 그분의 참 생각과 교육 철학,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각에 큰 문제가 있는 듯이 보일까봐 그냥 가벼운 얘기를 전할뿐이다.
내가 알고 이해하는 한, 그 분과 같은 학교 선생님이 계시다면 자식을 기꺼이 맡겨도 될 성싶다. 그 분은 특정한 골격으로 짜인 판에 아이들을 집어넣어 가치를 주입하는 교육 따위를 할 분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오히려 오직 대학 입시 위주의 시험에 매달려 자유롭게 독서하고 사고하지 못하게 하는 교육 현실을 타파하기 위해서, 그저 잘못된 교육 구조를 부수는 데 일조를 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는 분으로 여겨진다.
물론 그런 와중에 한국 교육 전반에 대한 이해에서 남과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그분은 평등 위주의 가치 교육을 목적으로 하지만 자유란 가치를 소홀하게 내팽개치는 것만도 아니다. 전체적인 큰 틀 자체는 평등 위주의 교육관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그분의 평소 소신인 교육 철학이요 지론으로 이해한다. 이 틀을 깨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교육의 전반적인 문제에 관한 논의도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그분의 생각일 것이다.
장 위원장에게 개인적으로 하고픈 얘기가 있다. '강하면 부러지지만, 부드러우면 구부러질 지 언정 부러지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일을 처리하는 데 있어 지나치게 강성적 분위기로 이끌어 가기보다는 자신의 주특기대로 차분하고 여유 있게, 포용을 가진 마음 자세로 느긋하게 대화하는 방식으로 이끌어 가주기를 바란다.
특유의 정겨운 웃음이 얼굴에서 가시지 않으면서 말이다. 이런 것도 기우이겠지만 말이다. 늦었지만, 전교조 위원장으로 선출된 것을 축하하며, 한국의 교육발전을 위한 장혜옥 ‘누님’의 건투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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