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차발전에 얼룩진 인생. 연구만 있고 실용화 멀어

70평생 후회않고 마지막 열정 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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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율(lsyool)등록 2006.08.17 16:26

다단연동식축전장치. 2m의 미풍에도 에너지를 생산한다 ⓒ 이상율

“그렁께, 이 시계 태엽이 내 70평생을 묶었지. 그런디도 아직 마무리를 못하고 있지 않응가”

다단연동식 풍력발전기의 실용화를 위해 좁은 연구실에서 비지땀을 흘리고 있는 여수시 신기동 12-13 여신당 주인 박일천(74)옹. 모시 잠방이를 입기는 했지만 대형 선풍기 하나를 세워둔 좁은 공간에서 흐르는 땀방울을 억제 할 수 없어 맨손으로 훔친다.

그래도 오늘은 보람있는 날이다. 다단연동식 풍차발전기의 에너지 축적 단계를 한 단계 줄인 장축용 축전기를 새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가 개발하여 특허까지 얻은 풍력 발전기는 시계태엽의 원리를 응용하여 미풍에도 날개가 돌아가도록 했으나 생산된 전기를 축전지에 저장하는 것은 어느 풍차발전기와 다를 바 없어 실용화되지 못하고 말았다.

그는 이에 좌절하지 않고 더욱 개선하여 3년 전 특허를 취득한 다단연동식 풍차발전. 기존의 풍차 발전기를 한층 업그레이드하여 하루 24시간 전력을 생산 할 수 있는 축전용(蓄電用) 풍력 발전기 제조에 성공했다.

바람에 의해 날개가 회전하면 날개의 축과 연결된 스프링이 감김으로써 에너지를 축적하는 방식이다. 발전기를 돌리는 힘은 스프링에 축적된 기계에너지에서 나오도록 고안됐다. 60개가 1조로 된 연동축적장치의 에너지가 중앙 사우드에 집약되고 이곳에 부착된 제너럴이 전기를 공급한다.

즉 바람- 풍차-변속기아-연동축전장치-중앙제너널-전력생산의 과정을 거친다. 기존 장치와 다른 점은 미국 표준 초속 5m 보다 낮은 초속 2m의 미풍만 불어도 가동할 수 있는 데다 바람이 불지 않아도 이미 축적된 에너지를 활용해 발전기를 돌릴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기존의 풍력발전은 바람이 멈춘 동안 전력생산이 불가능하고 축전지가 필요하지만 박옹의 발전기는 이 같은 단점을 보완했기에 전천후 발전이 가능하다. 특히 태양광은 우기나 장마철이 되면 발전을 할 수 없지만 이 풍력 발전기는 날씨와 관계가 없다.

실험실에서의 박옹. 70평생을 미래에너지 개발에 투자했다 ⓒ 이상율


최근 들어 새로 개발한 장축용 축적장치는 기본 시스템은 가로형으로 넓은 면적을 차지한 반면 이번 개발한 장축용은 날개의 방향과 같은 가로형 시스템으로 변속 기어가 없이 바로 에너지를 축전 할 수 있고 전력생산만 아닌 에너지를 다양하게 사용 할 수 있도록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것이다.

그가 가지고 있는 특허만도 30여 가지나 된다. 대부분 풍력발전기의 원리에서 인용된 풍차시계, 무동력 세탁기, 나선 파이프 등으로 주변에서 발명가로 통하지만 가난 때문에 제대로 실용화 된 것이 없어 애가 탈뿐이다. 무한한 에너지 풍차발전기 실용화를 위해 남은 여생을 쏟아 붓고 있지만 사회적 구조가 아무런 결실을 보지 못하게 함으로써 부질없다는 생각이 문득 들기도 한다.

그를 발명가로 내몬 것은 시계이다. 50여 년간을 시계 수리공으로 살아왔고 시계 때문에 스프링의 탄성에서 영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해방되기 얼마 전, 그러니까 일제 치하에서 아버지의 도박으로 패가망신하여 상급학교 진학은 엄두도 내지 못하게 되었다. 박옹의 집안 사정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던 당시 초등학교 시절 담임선생이 평소 남다른 손재주가 있는 것을 보고 시계 수리점의 견습공으로 소개를 해준다.

일본과의 교역이 활발했던 여수였지만 시계를 팔거나 수리하는 곳은 단 두 곳뿐이었다. 그 때 시계는 태엽을 감아 움직이게 하는 추가 달린 벽시계 또는 손목시계이었다. 당시 시계들은 사용한지 5∼6년이 지나면 고장이 나서 쓸 수 없어 수리를 해야 했다. 수리한 시계가 오차 없이 잘 가게 하려면 전체를 뜯어 기름 치고 닦고 조이고 하는 분해 수리였다.

시계 수리는 하루도 쉴 새 없이 이어졌고 시계수리를 하던 중 시계태엽에서 스프링의 탄성(彈性)을 배우게 되고 이에 영감을 얻어 미국 뉴욕에서 개최된 제5회 미국 뉴욕 산업박람회(1981년)에 풍차 시계를 출품해 금상을 수상했다. 같은 해 국내 신기술제품 정밀기계 부분에서 풍차 시계로 금상을 차지했고 정부로부터 산업포장훈장까지 받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20여 년 전인 82년 바람을 이용해 시계의 태엽을 감아 시계추를 움직이게 하는 '시계탑 시계의 회전장캄라'라는 특허를 획득했고, 86년 산자부에 사업자금 지원 신청을 하여 11억8천만 원의 승인을 받았다. 그때는 박옹의 일생 중 가장 황금기였다.

그러나 사업자금 지원은 은행측의 담보물 제공 요구에 무산되었고 실용화 연구는 그 이상의 진전을 가질 수가 없었다. 명예와 실리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없는 현실을 직시하게 된 것이다. 번듯한 모델하나 없는 연구가에게 사회는 냉정할 뿐이다.

풍차시계. 제5회 미국 뉴욕 산업박람회에서 금상을 수상 ⓒ 이상율


하지만 그를 더욱 분노하게 한 것은 당시 풍력에너지의 세계적 전문가로 인정받던 미국의 “다니엘” 박사가 한국의 풍력에너지 개발 여건을 검토한 결과 불가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그 소식을 듣고 화가 난 박옹은 그 길로 풍력에너지 장치 개발에 몰두하게 된 것이다.

20평 남짓한 연구실 겸 시계포에는 개발부국(開發富國)이라는 휘호가 걸려있고 미래 에너지 연구소라는 간판이 붙어있다. 그 연구실 한편에는 다단연동 발전장치의 시스템이 설치되어있다. 약 1kw 정도의 전력을 생산 할 수 있는 간이시설이지만 전천후 풍차 발전 시설의 원리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여느 풍차와 다른 모습은 흔한 프로 팰라 형이 아닌 나선형 날개이다. 미풍에도 잘 돌아가는 장점이 있다. 견학을 오는 사람들에게는 선풍기를 이용하여 바람을 일으켜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최근 들어 대체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사업가들이 한둘 찾아오고 있지만 대부분이 특허권의 양도 아니면 합작투자방식으로 대부분 발명가의 지적 자산에 대해서는 거의 무시하는 조건을 제시하는 바람에 무산되기 일쑤다. 그런가 하면 섬 지방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지방자치 단체를 찾아 환경 친화적이고 무한한 에너지를 생산 할 수 있는 풍차발전기 시설을 권유했지만 기존 시설을 두지 못해 번번이 퇴짜다. 하지만 무안군에서 고유가 시대의 대안 에너지로 6백 평 기준의 비닐하우스에 설치를 협의하고 있어 한 가닥 위안이 되고 있을 뿐이다.

방패연 모형. 공격명령만 있는 방패연 일부 모습 ⓒ 이상율


이를 더욱 연구하고 실용화하기 위해서는 자본이 필요하다. 이 바람에 박옹은 외도를 시작했다. 모형거북선을 비롯하여 거북선 시계와 풍차시계, 자동조정이 가능한 빙패 연등을 만들고 있다. 거북선 시계는 거북선 모형과 지구본을 접목하여 만든 시계이다. 방패연은 임란 때 전투에서 명령을 전하기 위하여 사용했던 것을 31개 종류의 방패연을 재현한 것이다.

산 능선 공격명령을 나타내는 머리 연을 비롯하여 된 방구쟁이연(달이 뜨면 공격), 청 외당가리연(동쪽 공격) 등 각종 공격 형태를 명령하는 연들이다. 각종 명령이 있는 문양과 색채가 있는 얇은 천에 다섯 개의 살대를 결합하여 만든 것이다. 살대는 원형파이프와 같은 모형을 채택하였으며 부착된 살대에 바람이 주입됨으로써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뒤틀 거리지 않고 곧장 떠오르도록 된 것이다. 나사 2개만 조이면 쉽게 조립 할 수 있어 아동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산 역사 공부를 시킬 수 있게 했는데 이는 부족한 연구비를 보충하려는 궁여지책이다.

또한 다단연동식 풍차발전기의 원리를 설명하는 실험용 시스템을 만들어 간간이 학교 등지에 납품하기도 한다. 아동들에게 청정에너지와 과학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하자는데 있지만 판매는 부진하다. 그래도 가끔 찾는 학교 때문에 내 연구를 알아주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다는 박옹은 ”훈장은 무슨 훈장 훈장이 밥 먹여 주는감. 누구 하나 선뜻 나서주는 사람이 없고 나라 돈 하나 쓸 수 없는 게 한이여. 그래서 울화를 키우지“ 라면서도 연구는 계속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그러나 그의 표정에는 서운하고 쓸쓸한 표정이 배어나온다.

이제 70을 훌쩍 넘긴 박옹의 “환경오염과 지하 에너지 고갈에도 불구하고 변함없는 무공해 에너지, 바람을 이용한 새로운 에너지 산업이야말로 전 인류의 꿈이요 사명이자 결국 나의 꿈이기 때문에 돈을 많이 못 벌어도 나의 기술이 인류문명을 위해 쓰인다면 여한이 없다”는 말이 그의 70평생을 쉬지 않고 뛰게 하는 원천이다.

장축용 축전장치. 다단연동식 축전 장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했다 ⓒ 이상율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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