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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내가 난에게 자꾸만 빠져들고 있는 것 같다...
어제 아침에 출근해보니 난 꽃이 네 송이가 피기 시작했다.
창가에 있던 그 화분을 들어 테이블에 올려 놓는데
난의 진한 향기가 마치 아름다운 여인의 향수 냄새처럼
아니 그 이상으로 내 가슴을 후벼 파고 들어왔다.
휴우~ 이렇게 진한 향을 품고 있다니.....
이젠 이 난을 바라보고 난 향을 느끼며 난을 마냥 좋다라고만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당당하고 당당함을 초월해 도도하고
도도함을 건너뛰어 거만 내지는 세상을 자기 마음대로 뒤흔드는
강렬한 힘 그랴서 더 두렵고 부러운 어떤 감정을 느낀다.
세상에... 일반적으로 꽃을 피우고 지는 것은 한 철에 한 번이다.
봄에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면 진해의 군항제를 비롯해서 여의도 등등
벚꽃길을 떠올린다. 그리고 그것으로 끝이다. 또한 진달래 철쭉이
서로 먼저 피기라도 경쟁하듯 지나가면 빨간 장미가 담장을 뒤덮는다.
물론 그 것도 한 철이 지나면 끝이다. 즉, 벚꽃이나 장미가 한해에
두번 꽃을 피운다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그것이 자연의 법칙이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함은 일년에 한철 피는 꽃을 대상으로
오래가지 않음을 직설적으로 표현한 것이지만 그것을 우리가 비유적으로
활용할 뿐이다.
그런데 이 난은 어찌 된 종족인지... 심하게 표현하면 지멋대로다.
그저 주인인 나는 -가만 있자. 이 난의 입장에서 보면 내가 주인이 아니라
그저 때 맞춰 물주는 머슴으로 보이나? - 일주일에 한번 물에 흠뻑 빠지게
물을 주는 일밖에 한 일이 없고 저 창밖 숲에 서 있는 나무들을 가져 와
내 앞에 놓고 보지 못하니까 이정도 푸르름이라도 보자고 자주 봐주는 것이
전부일텐데. 이렇게 나와 설정된 관계에서 어떤 조건이 맞았길래
지난 6월에 피었다가 진 난에서 다시 꽃이 피어났는지 모르겠다.
더구나 이번에 그 향이 정말로 진동을 한다. 가만히 있으면 코끝에 묻어나는
난의 그윽하고 깊은 향이라니 !!! (지금도 금방 내 코속에 파고 든다. 흐음~)
나는 그저 이 난이 꽃을 피워주면 고마워 코를 킁킁거리며 흡족해하기만
하면 되는 것인지는 몰라도 아무리 생각해도 이 난이 너무나 도도하고
오만 방자하다. 세상에나... 창밖에 햇살을 직접 쬐어 본적도 없고 아무리
좋게 분석하고 쪼개어 봐도 맹물 밖에 먹은게 없는데 이렇게 진한 향기를
내 뿜는 것도 괘씸하고 그것도 모자라 저 마디에 맺힌 꿀덩어리는 도대체
어떻게 해석하라는 말인가...
나쁜 난 시키..... 미워!! 내가 널 안 닮고 싶어 죽겠단 마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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