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칠공주’ 아버지 왜 쓰러졌나?

드라마를 통해 본 세계 최고 수준의 사망 질환 ‘급성심근경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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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득렬(papercup)등록 2006.09.16 14:52

나덕칠(김혜선) 나설칠(이태란) 나미칠(최정원) 나종칠(신지수)의 ‘칠’자 돌림의 4자매가 벌이는 파란만장한 인생이야기가 주제인 KBS 2TV 주말드라마 ‘소문난 칠공주’. ⓒ KBS홈페이지



나덕칠(김혜선) 나설칠(이태란) 나미칠(최정원) 나종칠(신지수)의 ‘칠’자 돌림의 4자매가 벌이는 파란만장한 인생이야기가 주제인 KBS 2TV 주말드라마 ‘소문난 칠공주’가 둘째 ‘설칠’의 출생 비밀을 둘러싸고 갈등이 빚어지면서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소문난 칠공주’는 설칠(이태란 분)의 친 아버지가 전쟁에서 ‘양팔(박인환 분)’의 손에 전사한 뒤 키우게 된 자식이라는 출생 비밀이 밝혀지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으면서 극중 고조감을 높여 시청자들을 TV 앞으로 모여 앉게 했다.

‘설칠’은 자신의 친엄마를 찾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집을 나가고, 아버지 양팔은 설칠의 모친을 찾기 위해 옛날 주소지를 찾아 나섰다. 이때 ‘양팔’은 스트레스와 정신적인 충격으로 가슴통증을 호소하며 ‘병원 행’을 암시했다.

칠공주 아버지 나양팔은 직업군인으로 전역을 하고 60세의 나이로 아파트 경비를 하는 투철한 군인정신의 아버지로 나온다. 설칠이 ‘친 엄마가 나를 버렸냐’고 물었을 때 그는 ‘버리지 않았다’고 말할 정도로 속 깊은 우리시대의 아버지상을 보여주었다.

양팔은 설칠의 생모 주소지를 찾기 위해 길을 나서던 도중 ‘흉통’을 느끼며 자신의 가슴을 움켜잡으며 고통스러워하다가 결국 쓰러져서 병원으로 후송됐다. 그의 병명은 ‘심근경색증’이었다.

칠공주 아버지의 심근경색증

‘소문난 칠공주’의 아버지 나양팔(박인환)의 병명인 ‘심근경색’은 우리나라 40대 이상 남성의 사망률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 올린 질병이다. 심혈관계 질환 중 하나인 급성 심근경색증은 치사율이 매우 높아 병원에 도착하기 전 30% 가량의 환자가 사망한다고 보고되었다. 심장 발작 2시간 내에 사망 위험률이 가장 높은 것도 이 질병의 특징이다.

지난 44회분 드라마에서 아버지 ‘나양팔’은 다행히 바로 사망하지 않았다. ‘바이탈(맥박 혈압 체온)’이 안정되고, 심전도변화도 회복되고, 부정맥소견이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는 전직 간호사인 딸 ‘미칠’과 병원 간호사의 대화가 다소 희망적인 암시도 주었다.

그러나 평소 가슴통증이 있는 사람은 하루빨리 진단을 받고 처방을 받는 게 중요하다고 구미 강심내과 서영배원장(의학박사·심장전문의)은 말한다. 진단 후 가슴 통증이 처음 시작될 때나 협심증이 있는 사람에게서 흉통이 계속되면 가능한 빨리 처방받은 ‘니트로글리세린’이란 약물을 혀 밑에 넣어야한다.

드라마 속에서는 약을 먹는 장면이 없었기에 나양팔은 심근경색진단을 받은 적이 없는 최초의 징후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만약 나양팔이 심근경색의 진단을 받고, 약물 처방을 받았다면 연속해서 5분 간격으로 15분 정도 ‘니트로글리세린’을 복용해야한다. 그래도 호전이 없으면 가능한 빨리 심장내과의사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아버지 나양팔의 발명 원인



관상동맥이 100% 막히면서 급성 심근경색증이 유발되어 아버지 나양팔은 갑자기 쓰러진다. ⓒ KBS홈페이지


나양팔의 흉통은 심장 근육을 먹여 살리며 산소와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좁아지면서 50%정도가 막혀히면서 시작된 것이라고 서영배 박사는 설명한다. 이를 ‘협심증’이라고 한다. 또 관상동맥내의 콜레스테롤 ‘죽상반’이 갑자기 파열되면서 혈전(피떡)이 관상동맥을 100% 막히면서 급성 심근경색증이 유발되어 나양팔이 갑자기 쓰러진 것이다. 일반적으로 이렇게 쓰러지면 30%정도는 사망하게 된다고 한다. 때문에 극중 나양팔이 죽는 게 아니냐는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증폭시키기도 했다.

협심증이나 급성 심근경색증은 예방 가능한 병이나 한번 발생하면 치료가 쉽지 않다. 때문에 칠공주 아버지 나양팔도 언제 다시 쓰러질지 모른다. 하지만 이 질병의 위험요인들은 잘 알려져 있어 예방만 잘 하면 건강회복이 그리 어렵지는 않다고 한다.

심혈관계질환(협심증·심근경색증 등)의 4대 위험요인인 ①고콜레스테롤혈증 ②고혈압 ③흡연 ④당뇨병을 조심하거나 치료를 먼저 하면 된다. 이들 위험요인을 2가지 이상 가지고 있으면 심혈관계 질환이 발생할 위험이 전혀 없는 사람에 비해 급격히 증가하기 때문이다.

아버지 나양팔의 흉통이 주는 교훈

협심증과 달리 심근경색은 관상동맥이 100%막혀서 피가 통하지 않아 심장의 근육이 썩게 되는 것이다. 대부분의 심근경색 환자들은 ‘가슴이 조이는 듯하다, 터질 것 같다, 짓눌린 듯하다, 칼로 가슴을 도려내는 듯하다, 쥐어뜯는 기분이 들기도 하다’ 는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나양팔이 흉통을 호소하며 가슴을 움켜잡는 것은 드라마 속이기는 하지만 참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곧 죽을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가슴중앙 부위로 괴로운 통증이 온다는 것은 현실에서도 곧 쓰러진다는 증상이기 때문이다. ‘흉통’후 잠시 좋아 졌다고 하더라도 이때는 주저 말고 심장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야 살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

여성들의 경우는 위와 같은 전형적인 증상이 드물다고 한다. 그러나 극심한 피로, 불면증, 숨 가쁨, 소화불량, 불안 등을 경험하는 경우는 심근경색의 전조증상이 될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심장병 환자 수는 남성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사망률은 여성이 더 높은 이유는 한국여성들은 가슴이 답답하면 ‘화병’, 속이 불편하면 ‘위장병’으로 속단하는 경향이 많아 심장병 진단이 늦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일반적인 종합검사로는 심근경색 알 수 없어

가슴에 통증이 느껴지고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이 의심되면, 최대한 빠른 시간에 심장내과 전문의를 찾아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의 진단은 단순 심전도를 포함한 일반적인 종합검사에서는 찾기가 힘들다.

실제로, 몇 개월 전 심근경색증으로 사망한 개그맨 김형곤씨도, 사망 1주일 전 서울의 모 종합병원에서 일반적인 종합검사를 받았다. 하지만 이상소견은 발견되지 않았다. 운동부하 심전도(트레드밀)검사, 심장 초음파검사 혹은 부하 심장초음파검사, 심장핵의학검사 등으로 진단하며, 최종진단은 심장을 먹여 살리는 혈관인 ‘관상동맥 촬영술’로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생활습관 개선과 운동만이 최선의 예방책



심혈관계질환의 4대 위험요인인 ①고콜레스테롤혈증 ②고혈압 ③흡연 ④당뇨병을 조심해야 한다고 서영배박사는 말한다. ⓒ 전득렬


무엇보다 심근경색은 예방 가능한 병이란 것이 중요하다. 예방에 신경을 쓴다면 세계 최고수준의 사망률도 낮출 수 있다. 앞서 말한 4대 위험요인을 개선하려는 ‘의지’만 있다면 쉽게 심근경색을 예방할 수 있다.

콜레스테롤을 정상으로 유지하기 위해 동물성 지방의 섭취를 낮추고 땀이 나고 숨이 차는 유산소 운동을 주4회 이상, 하루 30분 이상해야 반드시 해야 한다. 이것으로도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콜레스테롤 저하제로 치료해야 한다. 또 고혈압을 140/90mmHg이하로 적극적으로 조절해야 하다.

반드시 자신의 의지로 금연해야 하며 당뇨병 해결을 위한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을 병행해야 한다. 이것으로도 부족하면 약물치료를 해야 한다. 이외에도 복부비만, 운동 부족, 관상동맥의 가족력 등이 있을 땐 적극적인 생활습관의 개선을 시행해야 한다.

의학의 발달로 약물 치료도 가능하고, 좁아진 관상동맥을 넓히고, 필요하면 ‘스탠트’라고 하는 금속 그물망을 삽입하여 재협착을 예방하는 '관상동맥 중재술'을 시행한다. 이들 치료법은 완치에 가까운 성적을 내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식생활습관을 개선하고 꾸준한 운동을 해야 소문난 칠공주의 아버지 나양팔처럼 갑자기 쓰러지지 않을 것이다.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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