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알 마드리드, 밸런스란 없다?

미드필더 밸런스 침체, 복귀한 카펠로도 영...

검토 완료

이학민(stylishvib)등록 2006.09.16 17:55
레알 마드리드의 시즌 초반 행보가 여전히 그리 달갑지만은 아닌 상황이다. 여느 때처럼 의욕적인 선수 영입에 모자라 '우승 제조기'라 할 수 있는 세계적인 명장 카펠로를 복귀시켰는데도 아직까지 이렇다 할 환호를 지를 만한 상황을 연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아직 프리메라리가에서의 2R와 챔피언스리그에서의 첫 번째 조별 예선이 그들이 펼친 올 시즌 경기의 전부이지만, '레알(왕가)'이라는 표현이 말해주듯 결코 범상치 않은 기록들을 가지고 있는 마드리드로서는 그리 만족할 만한 경기력이 아니었다는 데에 주목하고 있다.

침체된 미드필더 밸런스

마드리드의 미드필더 라인이 총체적인 위기에 직면했던 것은 이미 지난 2003년 '보디가드' 마켈레레가 떠난 뒤부터 시달려온 문제였다. 지단과 함께 위협적인 미드필더 라인을 구축하던 당시의 마드리드는 강했지만, 그가 첼시로 입단함과 동시에 진통을 겪기 시작한 것이다.

홀딩의 부재는 전체적인 공수의 밸런스 문제를 야기시켰고 '미친개' 그라베센과 우르과이 출신의 파블로 가르시아 등의 미드필더로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지만, 때마다 미진한 결과를 남기며 적대적 라이벌 바르셀로나에게 21세기 최고 영광들을 내주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결코 올 시즌도 그러한 행보를 진행할 것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었다. 이미 몇 차례의 챔피언스리그에서 검증된 능력을 보여 온 중앙 미드필더 디아라를 영입했디. 또 전 유벤투스 소속의 브라질 대표 에메르손마저 영입하며 그들의 미드필더는 최고의 수준까지 올라설 수 있을 것을 기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06/07 챔피언스리그 E조 예선 첫 경기. 홈에서 리옹에게 패하며 그 믿음과 기대가 한풀 꺾인 상황이다.

팬들은 그럼에도 디아라의 고정적인 기용을 원하는 반면, 에메르손이 프리메라리가의 스타일에 완연히 적응하지 못했다고 입을 모은다. 수비 혹은 공격이라는 한 측면에서도 그들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근거를 제시한다. 에메르손은 분명 세리에 A에서는 최고의 수비형 미드필더였지만, 스페인의 수도에 와서는 적어도 '아직까지는' 그러한 명성을 확인시켜줄 만한 능력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다.

카싸노냐, 호빙요냐

공격에서도 빈번하게 언급되고 있는 부분이 있다. 바로 그것은 카싸노와 호빙요의 선택, 혹은 공존에 대한 이야기다. 지단의 은퇴에 대한 공백을 최소화시킬 수 있어야 하며, 동시에 카펠로식 수비 축구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을 만한 '한 방'을 제공해주어야 한다. 바로 그것이 레알 마드리드가 지니고 있는 공격적 딜레마다.

지단은 정확하게는 중앙 미드필더라기보다는 마드리드에서는 '왼쪽 미드필더'에 가까운 좌 중앙에 위치했다. 왼쪽 윙백 로베르토 카를로스의 빈번한 오버래핑을 열어주기 위함도 있고, 공격과 미드필더의 간격 사이에 위치한 라울과의 효과적인 스위치를 병행하기 위함도 있었다. 당시의 미드필더 조합은 기민한 움직임과 확률 높은 패스로서 재미를 보았지만, 그들의 후반기에는 레돈도나 마켈레레와 같은 좋은 미드필더가 없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현재의 마드리드는 포스트 지단에 대한 딜레마를 측면에서 풀고자 한다. 이미 라울이 중앙에서 미드필더로, 셰도우 포워드로 활약하고 있다고 볼 때, 측면에서 보다 쉽게 경기를 풀어줄 만한 윙어가 있다면 적잖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의견이다. 오른쪽의 베컴이 전형적인 윙어 스타일의 선수가 아니라는 점도 왼쪽 측면에는 발 빠른 측면 공격수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그것은 카를로스의 오버래핑에도 이제 한계가 있고, 오히려 수비라인의 오버래핑은 오른쪽의 시싱요에 한해서 만족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이론이라면, 카싸노보단 호빙요가 다소 유리할 것으로 보이지만, 일단 카펠로의 선택은 카싸노다. 그렇기 때문에 지난 시즌 영입된 호빙요에 대한 기대가 큰 마드리드의 팬들의 원성이 생긴 것이다.

구티-디아라가 대안... 그들은 결국 웃게 될까

미드필더의 대안 아닌 대안은 구티-디아라의 조합일 것이다. 간헐적으로 기복을 보여주고 있긴 하지만, 적어도 '검증된 레벨'만큼은 레알 마드리드 미드필더 중에서 구티를 따라잡을 수 있는 선수가 없다. 디아라 역시 에메르손에 비해 그리 나쁘지 않은 시즌 스타트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미드필더 구도가 그들이 강화를 원하는 팀 스피드와 밸런스를 동시에 충족시켜줄 수 있는 좋은 방도임이 틀림없다.

공격라인에선 어차피 장기적인 레이스이기 때문에 리그 초반 카싸노가 승기를 잡고 있다손치더라도 호빙요도 점차적으로 기회를 늘려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군다나 반니스텔루이라는 전형적인 타깃형 공격수가 최전방에 위치한 상황에서 이들 공격수의 재능은 절대적으로 팀에 필요한 것이기에 다양한 실험을 해볼 것이 자명하다.

카펠로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모든 감독이 새로이 팀을 맡게 되었을 때, 공통적으로 필요한 것이 지원과 시간이다. 대대적인 선수 보강과 세계적인 팀답게 수많은 서포터스를 거느리고 있는 것이 지원이라면, 이제 그에게 주어져야 할 것은 시간일 것이다.

이미 챔피언스리그는 물론 프리메라리가의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적응의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몇 시즌 간 확연히 안정적이고 꾸준한 팀 컬러를 보여주지 못했던 마드리드라면 또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시간 초반 좋은 스타트를 끊는 것만큼이나 팀에 맞는 전술과 선수가 하루 빨리 자리 잡아야 하는 것이 마드리드이다. 과거의 영광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인내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지난 시즌 프리메라리가와 챔피언스리그를 석권한 바르셀로나의 모습도 그들에겐 좋은 자극제가 될 수 있다.

'스타 군단'이라는 칭호에 만족하지 않고 세계 최강이 되기 위해서는 결국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과연 시간이 수반되면, 그들은 웃을 수 있을까. 그것 역시 시간만이 알 것이다.
ⓒ 2007 OhmyNews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