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진실은 어디 있단 말인가?

[서평] 애비 워티스의 <진실만을 말할 것을 맹세합니까?>

검토 완료

김선희(waldenpond)등록 2006.09.18 17:07
아침에 일어나 컴퓨터를 켜면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이 인터넷 뉴스. 보고 싶어 보는 것이 아니라 눈앞에서 봐달라고 들이미니 어쩔 수 없이 보게 되는 경우가 많다. 책의 표지가 화려해지고, 광고가 도발적으로 변해가는 것도, 사실 숨쉴 틈 없이 돌아가는 정보화 사회에서 살아남으려는 몸부림이라 할 수도 있겠다.

정보화 시대. 정보로 넘쳐나는 세상이니 조금이라도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뉴스란 것은 점점 더 자극적인 제목을 달고 네티즌의 눈을 현혹한다. 거기에 제대로(?) 엮여 들어갔다간 하루를 정말 제대로(?) 망치게 될 수도 있다. 정보와 쓰레기를 분리수거하는 것은 철저하게 소비자의 몫이다. (하지만 어떻게?)

이 책 <진실만을 말할 것을 맹세합니까?>의 줄거리는 대충 이렇다. 아침 교내방송시간. '모두 일어나 경건한 마음으로 조용히 국가를 경청'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주인공 필립 맬로이는 국가를 입 밖으로 따라 불렀다. 그것도 3일 동안 내내. 조용히 하라는 선생님의 경고를 주인공은 듣지 않았다.

이렇게 교내방송 시간에 조용히 해야 한다는 규칙과, 애국심의 표현이라는 자유의 가치가 충돌한다.(사실 주인공의 행동이 '애국심의 발로'였는지는 책을 끝까지 읽어보아야 알 수 있다.) '학교에 교육을 받으러 왔으니, 교실에서 소란을 피워서는 안 된다는 규칙은 지켜져야 한다'는 교감은 결국 뉘우치지 않는 주인공에게 정학처분을 내린다.

그리고 이 소식은 언론을 타고 온 세상에 널리 퍼진다. 뉴스는 간단하다. "모 고등학교 10학년의 필립 맬로이가 조회시간에 국가를 불렀다는 이유로 정학처분을 받다" (사실, 9학년인데 10학년으로 잘못 알려졌다. 이것 역시 사소한 실수라고 치부해버려도 좋을까?)

필립 맬로이의 부모는 국가를 부르지 못하게 하는 것은 기도를 하지 못하게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반발한다. 라디오 방송의 토크쇼 진행자는 이 문제를 널리 알리며 담당교사에게 항의 편지를 쓰라고 청취자를 부추긴다. 애국심으로 무장한 사람들의 항의편지가 사방에서 날아오고, 학교 측은 어쩔 줄 몰라한다. 그러자 학교는 학교의 문제가 아닌, 단순히 담당교사의 잘못으로 인한 오판이었다며 서둘러 선생을 해고해 상황을 종결시키려 한다.

"그날 실제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아무도 관심이 없어요."

교사의 푸념은 허공에서 그저 힘없이 사라진다.

한편, '애국심을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 때문에 학교에서 쫓겨난 소년'의 이야기를 공론화 한, 테드 그리픈은 교육위원회 임원선거에 당선된다.

과연 필립 맬로이는 어떤 아이일까? 식구들과 해산물 전문점에 가서 햄버거를 주문해 아빠를 화나게 하는 아이? 달리기를 좋아한다. 재능도 있다. 그래서 육상부에 들어가려고 했다. 그런데 영어에서 D학점을 받아 문제가 생긴다. 최저 기준점수를 채우지 못했기 때문에 육상부에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이다. 필립에게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인 셈이다. 성적과 육상부에 들어가는 것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으리라고 생각했었으니까.

사실 필립 맬로이는 D학점을 받은 것은 이것 때문이었다. '잭 런던의 소설 <야성의 절규>에서 개는 무엇을 상징하는가?' 에 대한 선생의 질문에 필립은 '개에 대한 이야기를 이렇게나 장황하게 늘어놓다니 정말 한심한 책이다'라고 썼다. 필립은 선생이 자신을 싫어한다고 그래서 꼬투리를 잡으려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필립은 신문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자신의 일이 대서특필된 것을 알지 못한다.

"난 배달을 하지, 읽지는 않아."

필립은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고, 그곳에서 다시 국가를 불러보라는 제안을 받는다. 그때, 필립의 입에서 나온 말은? 그건 읽는 이의 몫이다. 나는 스포일러가 되기 싫으니.

톰 크루즈가 변호사로 분한 영화가 있었다. 그때, 자신의 의뢰인, 피의자에게 힘주어 강조하던 톰 크루즈의 대사. "다시 한번 말하는데 당신이 살인을 했는지 안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난 당신을 위해 돈을 받고 변호할 뿐이니까" 도대체 진실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인터넷 서점에 나와 있는 작가의 소개다.

애비 워티스 (Avi Wortis) - 1937년에 태어났다. 어렸을 때 학습장애를 앓아 작은 사립학교에서 읽기와 쓰기를 집중적으로 배웠다. 그 후 가정교사에게서 글을 쓰는 혹독한 훈련을 받았다. 대학을 졸업한 후 도서관에서 25년간 사서로 일하면서 희곡을 쓰다가 1980년대 중반 자신의 아이들을 위해 동화를 쓰기 시작했다. 2003년 <크리스핀의 모험(원제 : CRISPIN-Cross of Lead)>으로 뉴베리상을 수상했다.
ⓒ 2007 OhmyNews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