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한 교사’는 있고 ‘욕 한 학생’은 없다?

편협한 시각을 보여준 미디어, 어린 학생만을 위한 관용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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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민(stylishvib)등록 2006.09.25 18:33
지난 23일, 서울 대공원으로 소풍을 갔던 서울의 모 초등학교의 6학년 학생이 친구들과 게임을 하며, 여자 담임교사의 지시를 묵살했고, 이에 격분한 ‘술 취한’ 동료 남자 교사가 그 학생을 심하게 때려, 불구속 입건되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후 어느 한 언론이라고 볼 것 없이 일제히 이 ‘폭력 사건’에 대한 보도를 앞 다투어 내보냈다. 그리고 대부분의 기사에는 술 취한 교사의 무차별적인 폭력만을 대두시켰다. 해당 사건의 초등학생이 여 교사를 향해 욕을 했다는 언급이 포함되어 있긴 했지만, 교사의 지시를 묵살하고 실로 ‘개념 없이’ 행동한 것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언론이 외면했다.

모 방송국 뉴스는 더욱 더 편협한 시각으로 보도를 했다. 학생을 때린 교사의 모습을 본 목격자의 인터뷰를 인용하여, 학생의 잘못에 대한 감싸기에 급급했다. 더군다나 사건의 전말이 ‘교사가 학생들이 가지고 논 장난감이 위험하다며 압수하자, 학생이 욕을 했다는 것이 폭행의 이유’라고 보도했다.

덧붙여 해당 학생의 학부모 인터뷰까지 곁들여 그야말로 ‘우리 교육의 패단’으로서 비춰지는 사건으로 비유했다. 이 기사만 본다면, 당연히 학생은 피해자일 뿐, ‘못된 교육자’의 어긋한 교육 방법에 대해 비판을 가할 만한 일일 것이다.

교사의 폭력이 현 사회에서 연출되었다는 것 자체가 놀랄 만한 화두가 되어버린지 오래다. 더군다나 술까지 마셨다고 하니, 해당 교사는 사회적으로 ‘완전한 매장’을 경험하게 될지도 모르는 성격의 가해를 한 것이다.

분명, 교육이라는 측면에서 보건대, 폭력은 어떠한 의미에서든 정당성을 갖기 힘들다. 학생이 욕을 한다면, 같이 욕을 하는 것이 교육이 아니고, 학생의 잘못을 물리적인 힘으로서 느끼게 해주는 것 또한 교육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폭력을 가한 교사는 분명 사회적인 책임을 지어야 하는 입장에 놓이게 된 것이다. 그것을 지적해준 보도는 충분히 당위성이 있는 행동이었다고 봐야겠다.

그런데 과연 우리 언론은 선생님에게 욕을 하는 학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 것일까.

맞은 학생의 부모는 마음까지 시리게 아팠겠지만,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그 학생들로부터 욕을 들었을 때의 가슴의 어땠을까. 동전의 양면처럼 모든 사건은 서로 다른 얼굴을 하고 있는 사연이 있다. 그 사연을 올바로 보도하는 것이 미디어의 과제인데, 학생의 잘못은 비단 실수로만 치부한다는 것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렇다고 당장 초등학교 6학년밖에 안 되는 학생을 비난하거나, 비판의 잣대로서 어른들의 논쟁에 가담시키자는 것은 아니다. 배울 것이 있기 때문에 학생이 아니던가.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배움의 과제에는 용서도 있고, 반성도 있는 것이다. 그 것을 가르쳐 주는 것이 우리 어른들의 몫이고, 그것을 보도하는 것이 미디어의 입장이 아니겠는가.

하다못해 자라나는 학생들이 자주 보는 TV나 자주 접하는 인터넷을 통한 뉴스가 단편적인 사건 보도에만 집착한다면, 학생들조차 피해의식에 사로잡힐 수 있다. ‘이해할 수 없는 교사들의 폭력’으로 하여금 교사에 대한 적대심을 부추기는 꼴이다. 사건을 전할 때는 확실한 인과관계를 제시했어야 옳았다. 그리고 인과관계를 제시했다손 치더라도 어느 한 쪽의 잘못만을 편협하게 극대화시켜서도 안 될 일이다.

술 취해 학생을 폭행한 교사 또한 그 학생과 학생의 부모님, 그리고 그것을 지켜보았을 다른 학생들을 향해 사과의 뜻을 전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맞은 학생도 자기 자신의 행동에 대한 반성과 자각을 할 필요성이 있다. 우리 언론을 그저, 가십거리에 지나지 않을 만한 사건으로 치부하여 이러한 중대한 사건조차도 단편적인 시각으로서 보도를 해서는 안 되는 일 아니겠는가.

때로는 잘잘못을 명확히 따져보고, 학생들의 잘못을 용서를 해주되, 어떤 것이 잘못인지를 확실하게 교육해줄 의무가 있다. 그리고 그것을 미디어가 올바른 보도로 앞장서야 한다고 단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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