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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추석 연휴를 지나면서 절실하게 느낀 것이 바로 이것이다.
"무식하면 용감하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나는 사무실에 난을 하나 키운다.
작년에도 두번, 올해도 두번이나 꽃을 피운 고마운 난이다.
무슨 경사가 있으려는 길조라고 생각해야 한다라고 누군가가 이야기 해줬는데
이 난 꽃을 보면서 어떤 좋은 징조가 곧 나타날것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어떻든, 지난 월요일 오후, 사무실에 불을 끄고 퇴근하려다가
하루 이틀도 아니고 긴 추석 연휴동안 아무도 없는 빈 사무실 안에 갇혀 있을
난을 생각하니 괜히 마음이 짠하고 안되었다 싶어 이럴때라도 밖에
햇빛도 쬐고 일광욕이라도 좀 하여라 하는 마음으로 난 화분을
화장실에 가져가 물을 충분히 준 다음, 옥상에 올려 놓고 퇴근했다.
그리고 오늘 출근하자마자, 화분을 다시 사무실로 가져오려고 옥상으로 올라갔다.
아뿔사....
화분 흙은 바짝 말라있었고 상당수의 난 잎들이 누렇게 떠 말라 죽어 있었다.
그떄의 충격은 솔직히 상당히 컸다.
다시 화장실에 가져가서 물을 듬뿍 주면서 나의 무지를 많이 탓 했다.
그리고 난에게 미안한 마음도 같이 담아서 물을 주었다.
그래.. 모르면 그냥 놔두기나 하지...
그걸 쥐뿔도 모르는 놈이 난의 눈높이가 아니고 내 눈높이로 재단을 해서
난을 밖에 놓았으니 이렇게 누렇게 타버렸잖은가?
누렇게 변해버린 난에게 무지하게 죄송하고 미안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누군가의 처지가 내눈으로 보기에 안타깝고 내 기준에 안맞는다고 해서
그것을 내 눈높이대로 판단하는 판사 노릇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가를
새삼 꺠닫게 된 순간이었다.
그래... 이 난은 하루 종일 햇빛도 안들어오는 사무실에서,
그저 천정에 형광등 불빛과 창밖에 밝음만으로도 충분히 파란 잎을 간질할수 있고
햇빛을 안 쬐어도 건강하게 잘 살수 있는 나름대로의 철학과 원칙이 있었는데
그것을 지나가던 내가 - 난 도 아닌것이, 쥐뿔도 모르는것이 - 무심코 돌멩이를 던진거야.
거기에 맞아 죽는 개구리가 있을수도 있음을 간과한 것이었어.
참 허탈하고 허전하고
다시한번 나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럼에도 계속 내 사무실 책상 위에 고고하게 앉아 있는 저 난을
나는 계속 바라볼 것이고, 설령 말라 죽어 누렇다 못해 검게 변해버린다 하더라도
그나름대로 거기 붙어 있을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 생각해서
과거에도 한번도 잘라주지 않았었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를 바라볼것이고
다행인 것은 그나마 그중에도 죽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남은 몇개의 난 잎들이 있으니까
그것을 위안삼아 앞으로도 계속 물도 주고 사랑을 전해줄 것이다.
다만, 예전처럼 내 뜻대로, 내 눈높이로 재단하기 전에
한번 더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그 눈높이로 바라보는 연습을
한번쯤은 더 하며 살도록 노력할 것같다.
이렇게 실수를 반복하며 산다....
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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