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아시안컵 예선에서 시리아와 1-1로 무승부

아시안컵 본선진출 확정, 그러나 씁쓸한 뒷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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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panic21)등록 2006.10.11 23:09
후반 막판 대기심이 추가시간 4분을 알리는 순간 경기장에 울려퍼진 것은 선수들의 마지막 투혼을 기대하는 함성이었지만, 경기 휘슬이 울리는 순간 관중석에 남은 것은 소극적인 경기 운용에 대한 야유였다.

11일 오후 8시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안컵 B조 예선 5차전 경기에서 대한민국이 시리아와 1-1로 무승부를 기록하며 승점 1점을 추가했다. 이 1점을 통해서 대한민국은 3승2무로 총 승점 11점을 기록하면서 남은 이란전의 결과와 관계없이 아시안컵 본선진출을 확정지었다.


<기선제압에 성공한 대한민국, 그리고 시리아의 역공>

경기전부터 시리아에게서 승점3점을 획득해 아시안컵 본선진출을 확정짓겠다던 핌 베어벡 감독은 시리아전의 필승카드로 이영표-김동진-김상식-송종국-김두현-김정우-김남일-최성국-조재진-설기현의 4-3-3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경기 초반부터 최성국과 설기현의 날카로운 측면돌파와 조재진의 타점 높은 헤딩능력을 바탕으로 경기를 전개시켜 나가던 대한민국은 전반 8분 최성국이 시리아의 왼쪽 측면을 헤집고 올려준 날카로운 크로스를 골에어리어 우측 뒷면으로 뛰어들던 조재진이 원바운드 헤딩슈팅으로 득점에 성공하면서 손쉽게 리드를 잡았다. 최성국의 돌파, 설기현의 공간창출, 그리고 그 공간을 점유하면서 슈팅기회를 잡은 조재진의 공격 3박자가 잘 맞아떨어진 멋진 득점이었다. 경기 초반 득점에 성공한 대한민국은 젊은 선수들로 구성된 시리아를 상대로 다득점을 기대할만큼 상승세를 탔다.

하지만, 이런 상승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전방에 공격수 1명을 남겨둔 채 철저하게 선수비 후역습을 시도하던 시리아는 미드필드 진영에서부터 거친 수비와 몸싸움을 통해서 쉽사리 대한민국에게 주도권을 내어주지 않았다. 그리고 전반 16분, 하프라인 부근에서 한국 골문쪽으로 길게 올라온 패스에 한국 수비진이 주춤한 사이 시리아의 마헤르 알 사이드가 날카롭게 뛰어들었다. 김영광 선수가 뛰어나오면서 골 에어리어 밖에서 가슴으로 공을 걷어내려고 했지만 다시 알 사이드가 공을 잡았고 골 에어리어 우측에서 수비진의 빈 공간으로 가볍게 공을 차 넣으면서 동점을 만들어냈다. 대한민국으로서는 고질적인 약점으로 지적되던 포백이 다시 한번 안타깝게 생각되는 순간이었다.

동점이 된 이후부터 대한민국과 시리아의 공세는 더욱 거세어졌다. 시리아는 전반 20분 챠보가 골키퍼와 1:1 찬스를 만들었지만 김영광의 선방에 막혀서 무위로 돌아갔고, 대한민국은 김두현의 중거리 슈팅이 시리아 골키퍼의 선방에 가로막힌 것과 설기현이 올려준 날카로운 크로스가 조재진의 발을 스치고 지나간 득점 기회가 아쉬움으로 남으면서 결국 1-1로 경기 전반을 마쳤다.


<대한민국의 파상적인 공격, 하지만 골결정력 부족>

전반 볼 점유율이 65:35였음에도 불구하고 1-1로 전반을 마친 대한민국은 골에 대한 강한 집념으로 후반 경기에 나섰다. 스타팅 멤버를 그대로 유지한 채 후반전에 나선 대한민국은 전반의 득점 기회를 만들어냈던 최성국과 설기현, 그리고 조재진의 삼각편대를 최대한 활용하려는 듯 이영표와 송종국을 양쪽 날개로 더욱 끌어올리면서 시리아의 측면을 흔들기 위해 집중했다. 시리아는 공격수 알 사이드를 미드필드 진영으로 끌어내리고 챠드를 전방으로 배치하면서 수비에 중점을 두면서 빠른 스피드를 활용해서 순간적인 역습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골결정력이 부족했다. 후반 8분, 전반의 골 장면과 비슷한 결정적인 기회가 왔다. 시리아의 왼쪽 수비를 뚫고 쇄도하던 최성국이 반대편 측면으로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렸고, 쇄도하던 김두현이 수비진을 뿌리치고 헤딩슈팅을 시도했지만 공은 골대를 스치며 옆그물을 때렸다. 김남일의 침투패스에 이은 최성국의 돌파로 만들어 낸 골키퍼와의 1:1 장면에서도 최성국의 슈팅은 허공을 갈랐고, 시리아 수비진의 실수를 틈 탄 조재진의 강력한 중거리 슈팅도 시리아 골키퍼와 수비진들의 밀집수비를 뚫지 못하고 무위로 돌아갔다.

후반 중반 이후 시리아는 대한민국의 수비진을 괴롭히던 챠드 선수를 미드필드 진영으로 끌어내리면서 수비 일변도로 나섰고, 파울과 부상으로 적절히 시간을 끌면서 골문을 걸어잠그는데 집중했다. 송종국과 이영표의 가세로 집중수비를 뚫어보려던 시도는 시리아의 수비진에게 철저하게 차단당했고, 전반 효과를 보았던 측면중심의 공격이 그대로 변함없이 유지되면서 공격진에 꼭지점에 위치한 조재진이 철저하게 집중견제를 받으면서 대한민국은 더이상 골기회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결국 후반전의 정규시간이 끝나고 추가 시간 4분여동안 대한민국은 추가골을 노리기보다는 수비진영과 미드필드 진영에서 공을 돌리면서 승점 1점을 지키는데 집중했고 경기는 1-1 무승부로 끝났다. 하지만 종료 2분여를 남겨둔 시점에서는 관중석에서 야유가 들려올 정도로 소극적인 경기를 펼친 것은 지난 월드컵 토고전과 같이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을만한 부분으로 생각된다. 무승부만 해도 아시안컵 본선 진출이 확정되지만 경기전 승리를 다짐하던 핌 베어백 감독의 인터뷰를 감안한다면 후반전 선수교체가 없었던 것과 함께 다소 아쉬움이 남는 경기였다.


<오늘 경기에서의 아쉬움, 그리고 앞으로의 과제>

전반전이 양팀의 힘싸움이 치열했었다고 한다면, 후반전은 한국의 일방적인 공세가 이어지던 시간이었다. 그런 점에서 후반 중반 이후 시리아가 사실상 역습의 기회를 포기하면서 최전방에 위치한 공격수를 미드필드 진영으로 끌어내렸던 시점 이후부터는 미드필더들의 적극적인 공격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김남일과 김정우는 두명 모두 미드필드 진영을 지키면서 양쪽 측면으로 패스를 열어주는 역할에만 집중했다. 또 한명의 미드필더이자 위력적인 중거리 슈팅능력을 가지고 있는 김두현이 있었지만 이상하다 싶을만큼 중거리 슈팅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서 결국 대한민국의 공격진이 시리아의 밀집 수비진을 뚫는데 제대로 된 미드필더들의 지원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또 하나의 아쉬움이자 당면 과제는 역시 포백 수비진의 안정화이다. 지난 이영표와 송종국이 가세하면서 지난 가나와의 평가전에 비해서 포백 수비가 안정화 된 것은 사실이지만 역시 한 순간의 침투패스에 무너지는 모습이 여러번 연출되었다. 또한 김영광 골키퍼와 김상식 선수간의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백패스로 위기를 맞이하는 장면도 있었다. 김상식과 김동진으로 구성된 중앙수비진의 패싱 능력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포백라인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두 선수 모두가 소속팀에서는 중앙수비수가 아닌 다른 포지션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베어백 감독의 포백 구상과 안정화는 아시안컵 본선이 열리는 내년까지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

내년 7월 말레이시아,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등 4개국에서 공동개최되는 아시안컵은 1996년 이후 4회연속 본선진출을 이룬 대회이자, 지난 60년 이후 47년만에 대한민국이 우승을 노리는 대회이기도 하다. 아시안컵 본선에서 상대해야 할 팀들이 절대 만만한 팀들이 아니라는 점에서 오늘 시리아와의 경기에서 보여준 약점들은 이란과의 최종전, 그리고 동계훈련을 통해 보완해야만 진정 우승을 노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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