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내 전공 다 영어로 할까 말까?

영어 강의의 딜레마

검토 완료

이태호(revopics)등록 2006.11.03 17:24
지난 달 26일 손석희 교수가 진행하는 MBC 100분 토론에서는 대학 내 전공 수업을 영어로 하는 것에 대해 열띤 논쟁을 벌였다. 현재 고려대 연세대 성균관대 서울시립대등 일부 학교에서는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KAIST의 경우 내년에 입학하는 모든 신입생을 대상으로 영어로 수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와 같은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는 것에 대해 견해가 팽팽히 갈리고 있다. 외국 유수의 학생들을 유치하는데 유리하며, 점차 국제화 되는 현실에 충실한 인재를 배출하는데 기여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한편 전공과목을 영어로 수업할 경우 수업 전달력이 떨어지고 우리 고유의 학문의 정체성을 잃게 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대다수의 학생들은 영어로 수업할 경우 전달력이 떨어진다는 의견이다. 대학생 이현채(26,연세대 재학)씨는 “해외에서 영어로 강의 해본 경험이 있는 교수들의 경우는 모르지만, 대다수 교수들이 영어 강의를 할 경우 의사 전달이 안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특히 문법이나 독해 위주로 일선 중․고등학교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고, 수능시험만을 위한 영어교육이 존재하는 현실에서 영어로 무리라고 말한다. 조동준 (25,고려대 재학)씨는 “언론학부의 경우 수업을 영어로 진행한다.”면서 “언론계 채용이 국어 작문 및 논술로 이루어지고, 영어로 수업을 하면서 수업 전달력이 떨어진 것도 사실이다.”고 말했다.

반면 기업에서는 이러한 대학 내 영어로 수업하는 강의가 확대되는 추세에 환영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영어로 수업을 진행할 경우, 어떠한 사업 아이템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고, 그 역량을 학교에서 키워줄 수 있을 것이다. 바람직한 현상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업체에서는 영어 프레젠테이션 면접을 도입하는 등 영어 능력이 있는 신입사원을 모집하기 위해 노력중이다.

특히 경영학이나 공학등 현재 강의 교재 대부분을 영어 원서로 진행하는 수업의 경우 영어 수업이 효율적이라는 견해도 있다. 정승채(22,서울시립대)씨는 “영어 교재로 수업을 하면서, 다시 우리말로 필기하고 시험 때는 주요 개념을 영어로 외우는 것이 불필요하다.”면서 “영어 수업을 완벽하게 이해할 경우 일석 이조의 효과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특히 교육부에서는 대학 내 영어로 진행하는 수업 비율에 따라 재정 지원을 차등적으로 지급하고 있다. 현재 교육부에서 상당액의 재정지원을 받는 국내 대학들의 영어강의는 늘어날 전망이다. 또한 영어 강의를 확대할 경우 한국어 능력 때문에 국내 대학 지원을 꺼리는 외국 학생들을 유치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긴다.

이 날 토론에서 고려대학교 언어학과 김성도 교수는 “공학이나 경영학등 영어로 수업할 경우 효율적인 강의에 한하여 영어 강의를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현재 고려대의 경우 법학 국어국문학등의 강의는 100% 우리말로 수업하고 있는 추세다. 김 교수는 효과적인 영어 전달을 위해 수준 높은 원어민 교수를 영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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