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집값이 미쳤다

집 한칸이 아니라, 폭탄을 깔고 앉은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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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순(opencast)등록 2006.11.04 12:54
“에휴, 요샌 전세 거리 없으면 아들 장가보내기도 힘들어요.”

드문드문 흰머리를 이고 앉은 아주머니 두 분이 무거운 한숨을 토해놓으며 푸념하는 소리다. 결혼을 앞둔 아들이 살 집을 구하러 다니는데 도통 집 얻기가 하늘의 별따기란다. 평범한 중국의 쌍춘절 관례를 의도적으로 잘못 전파해 불황타개책으로 삼은 예식업자들 때문에 애먼 신랑신부만 무거운 짐을 진 셈이다. 전세 얻어 줄 돈 없으면 노총각 자식을 달고 살아야 할 판이다.

내가 사는 아파트도 최근 들어 값이 꽤 올랐다. 정부의 부동산 특별대책 발표는 오히려 집값을 끌어올리는 지렛대 역할을 한 셈이다. 아파트 한 채가 전 재산인 나로서는 집값 이 올라도 불안한 마음은 여전하다. 하물며 앞으로 내 집 장만을 꿈꾸는 서민들의 갈 길 없는 마음이야 오죽하겠는가.

하루가 다르게 뛰는 집값에 불안해진 서민들은 대출을 받아서라도 당장 분양을 받으려고 하기 때문에 실수요자와 투기세력이 동시에 몰려들 수밖에 없다. 그러니 수도권 신도시 지역을 발표할 때마다 경찰력을 동원한 삼엄한 경계가 이루어지고, 도시락을 짊어지고라도 분양신청의 긴 대열에 뛰어드는 것이 아닌가. 과거에 먹힌 신도시 정책을 들이대며 주택 공급량을 늘리면 자연스레 집값이 잡힌다는 생각은, 또 오를 것이라는 불안 심리가 팽배한 이 시점에서는 큰 오산인 듯하다.

정부는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원리의 틀을 벗어나, 용광로처럼 후끈 달아오른 지금의 분양열기를 식히는 일이 우선일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단지별 시세담합을 규제하고, 분양원가를 공개하는 법 제도장치를 강화하고, 장기적으로는 단계적인 행정도시의 지방 이양을 통해 국토의 균형 발전을 도모함으로써 과밀한 수도권의 인구가 분산되면, 주택 가격 안정은 물론 지역 간 불균형 해소 및 기형적으로 치닫고 있는 사교육의 해방구가 될 것이다. 지금 아파트 가격을 잡지 못하면 우리 다음 세대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짓게 되는 것이다.

숫자에 불과한 아파트 가격, 우리는 알고 있다. 그 거품이 꺼지는 날, 서민 경제는 파탄에 이른다는 것을. 오늘도 나는 언제 터질지 모를 폭탄을 깔고 앉아 좌불안석이다.





- 근심어린 우리부부의 대화를 엿들었는지, 아들놈 한다는 말,

"엄마, 공부잘해서 저 대학교 장학금으로 공부할테니까, 저 대학시키려고 저금해 둔 돈, 장가갈 때 전셋얻어줘요!"

대.략.난.감 ! 장가를 가긴 가려나부지? 했더니, 휑하니 도망가고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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