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성균관대 10주년 의외로 조용

학교 구성원 모두가 기념하는 행사되야...

검토 완료

김현수(ddackue)등록 2006.11.14 17:01

이날 삼성-성대 10주년을 맞아 600주년 기념관 안에 지난 10년을 돌아보는 홍보판이 전시됐다 ⓒ 김현수

지난 10일 오후5시 30분. 성균관대학교 600주년 기념관에서는 삼성의 재단영입 1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벌어졌다. 이날은 국제관 기공식도 있었는데 학교로서는 두 가지 중요한 행사를 함께 진행한 셈이다.

이날 행사이후 주류언론들은 '당일 일정'과 '삼성의 성균관대 진출이 일궈낸 성공적인 발전상'을 중심으로 보도했다. 또 '학교와 삼성관계자들이 함께해 그 자리를 기념했다'는 언급도 있다.

그러나 당일 행사에 성균관대학교 학생들이 함께 참여하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학교 홍보 동아리 '알리미'소속 학생들 몇명이 보이기는 했으나,10주년을 기념하는 학교답지 않게 교내는 의외로 조용했다. 일부 학교 게시판에는 삼성 이건희 회장 참석과 그에 따른 시위가능성이 언급되는 가운데 여러가지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이었다.

대학이 기업의 이윤창출 수단?

학교 벽에 붙은 '다함께 성균관대 모임' 대자보 ⓒ 김현수

이날 교내에는 눈에 띄는 대자보가 하나 있었다. 제목은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은 삼성재단과의 동행 10년' 이었다.

이 대자보는 '다함께 성균관대 모임'에서 붙인 것으로 삼성의 성균관대 재단 진출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등록금 인상, 콩나물 교실, 도서관 좌석 부족 등을 거론했다. 다시말해 재단 전입급은 늘고 있지만 등록금 인상률은 물가 상승률의 두 세배를 넘어 학생들의 부담이 매우 크고 이에 비해 학생복지는 기대이하라는 것이다.

대자보는 또 학교가 발전할 수 있었던 전략으로 학교 측이 구조조정을 꼽는 것에 대해 "구조조정 결과 기초 학문들에 대한 투자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학문간 불균형이 심화되었다"며 "학생들은 대학 당국이 집중 육성하는 전공으로 배정받기 위해 가혹한 경쟁이 내몰렸다"고 밝혔다.

이어 삼성의 무노조 경영, 변칙증여, 불공정거래, 투기 등을 언급하며 "이러한 삼성과의 동행 10년은 결코 아름다운 것만은 아니다"고 전했다.

올해 성균관대의 등록금 인상률은 재학생의 경우 7.2%, 신입생의 경우 7.6%인 것으로 나타나 작년, 재작년 사립대 평균 인상률인 6.0%, 4.8%보다 높다. 이에 반해 한국은행의 올해 물가상승률은 3%로 예상했다.

또한 성균관대학교는 2001년부터 계열단위로 신입생을 선발해 2학년 전공배정시 경쟁을 유도하고 있고, 경쟁에서 탈락한 학생들은 자신이 원하지 않는 전공을 이수해야 한다. 일부 학과의 경우 학생들이 지원을 하지 않아 미달이 되기도 한다. 또 모든 수업은 상대평가로 바뀌어 소수의 학생이 수강하더라도 반드시 학점은 구분되야 한다.

'다함께 성균관대 모임'의 김모 학생은 "기업의 학교 투자는 반대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대학이 기업의 이윤창출 수단으로 변질 되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시위자제 목소리

이 대자보를 본 학생들은 지난 2000년 운동권 학생들이 삼성퇴진운동을 벌였던 '성태사태'와 올해 고대 '출교사태'를 떠올리며 10주년 행사당일 혹시나 발생할지 모를 시위를 우려하고 있었다. 실제 성균관대학교 온라인 커뮤니티 '성대사랑'에는 이 대자보와 관련해 운동권의 시위 자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번 삼성재단 영입 10주년 행사로 모래알 같았던 동창회도 끈끈하게 결속되어 그 어느 때 보다도 자신감으로 충만되어 있다. 이렇게 분위기 좋을 때 꼭 딴지를 걸어야 겠냐?" (아이디: westpoli)

"지난 번 고대사태 때처럼 명에철학박사 학위수여 같은 논란거리가 없기 때문에 시위의 명분이 약하다. 만약 시위를 벌인다 해도 2000년 성대사태에 대한 반복효과로 인해 운동권은 외면당할 것이다" (아이디: 버드와이저)

학교게시판 '성대사랑'에는 10주년 기념식과 관련한 글이 많이 올라왔다 ⓒ 김현수


또 성대사랑 게시판 글 중에는 '다함께 성균관대 모임'과 고대 운동권이 연대 시위를 벌일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 2000년 성태사태 때 고대생들도 함께했던 기억때문이다.

아이디 베스푸치는 "가장 사고칠 가능성이 높은 성대와 고대의 운동권은 자숙하기 바란다"며 "스스로 무덤을 파는 어리석은 짓을 하지 말라"고 전했다.

그밖에 '다함께 성균관대 모임'의 대자보 내용을 비판하는 내용도 있었다.

"다함께 글 읽어봤는데 콩나물강의실, 등록금인상률, 학점상대평가, 학문 간 불균형투자 이 정도로 근거 들어서 남겨놨던데 예전보다 논리가 많이 약해진 듯 ..글구 고대 철학박사학위를 돈으로 사려고 했다...ㅋㅋ 돈으로 살꺼면 설대 박사학위 사죠..-_-"(아이디 : tabula rasa)

학생참여 아쉬워

이날 600주년기념관에서 기념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학생들은 차분한 모습으로 학교생활을 하는듯 보였고 해가지자 서둘러 학교를 나서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학교에서 만난 학생들은 대체로 행사개최여부는 알고 있었으나 실제로 참여하는 경우는 볼 수 없었다.

익명을 요구한 신방과 모 학우는 "축제를 비롯해 학교 행사에서 학생들의 참여가 전반적으로 없다"며 "이번 10주년을 맞아 학교측에서 학생들과 함께 한 것은 식당에서 무료잔치국수를 제공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독어독문학과 임한솔씨는 "이번 행사에서 학교가 학생들과 함께하지 않은 것은 학생들을 주인으로 생각지 않는 것"이라며 "재단 임원과 학교 교직원들만이 함께 즐기는 그들만의 행사"라고 언급했다.

10주년을 기념하는 광고물. 기념식이 임박했으나 학교는 한산하다 ⓒ 김현수

ⓒ 2007 OhmyNews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