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홈피」 보여주기 위한 것인가, 사생활 침해인가?”

내 비밀 일기에 누군가가 리플을 달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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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보미(bomi0211)등록 2006.11.23 10:16
처음 ‘미니홈피’를 시작했을 때에는 방문자 수와 방명록 수에 욕심을 갖게 된다. 마치 인기도 테스트인 것처럼 말이다. 누구라도 와서 내 사진을 보고 그 증거로 ‘방명록’ 한 줄이라도 남겨 주기를 바란다. 매일같이 사진을 찍고 ‘사진첩’에 업데이트를 하는 것으로 하루를 마감한다.

어느 순간 ‘다이어리’ 쓰기가 붐이 일어나면서 ‘사진첩’에 밀렸던 ‘다이어리’ 메뉴가 하나 둘 열리기 시작했다. ‘다이어리’는 ‘미니홈피’에서 유일하게 다른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이 없어도 되는 메뉴이다. 사진을 찍고 업데이트 하는 번거로움 없이 글로써 일상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다이어리’는 어릴 적, 누가 볼까봐 꼭꼭 숨기고 썼던 일기의 내용 보다 더 당당하고 대담하다.

자신을 맘껏 보여 주기 위해 ‘사진첩’도 ‘다이어리’도 모두 전체공개이다. 적어도 ‘미니홈피’를 처음 시작했을 당시에는 그렇다.

하지만 내가 모르는 누군가가 나의 ‘미니홈피’를 방문하는 순간 나의 일상은 모두 탄로나 버린다. 과거에 인연이 있었던 사람이라면 더 신경이 쓰이기 마련이다. 태어난 년도와 이름만 알면 누구든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이 ‘미니홈피’의 이점이다. 이러한 점 때문에 ‘미니홈피’를 운영하지만, 때로는 사생활이 침해 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도 있다. 꼭꼭 숨겨놓은 비밀일기를 실수로 ‘전체공개’로 해놓았을 때, 매우 당황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비공개’로 해놓지 못한 자신을 탓하기 보다는 [싸이월드]를 탓하게 된다. ‘일기는 혼자만 보고 쓰는 메뉴인데, 당연히 비공개로 돼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공개 설정을 할 수 있도록 만든 기능 자체가 원망스러운 것이다.

그 때부터 하나씩 ‘비공개’로 메뉴가 늘어난다. ‘전체공개’였을 때에는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들이 많았다. 내가 관심이 없어도 다른 사람들이 좋아할까봐, 혹은 ‘얘가 이런 멋진 생각을 하고 있구나.’ 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한 컨텐츠가 대부분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비공개’로 내가 보고 싶은 것만 올리고, 내가 좋아하는 것만 스크랩 해온다.

이렇듯 ‘미니홈피’는 가까운 친구, 그리고 모르는 사람들에게 까지 나의 하루 일과나 심리상태 등을 보여 줄 수 있는 공간이었다. 하지만 최근에 ‘미니홈피’의 기획의도인 [사이좋은 사람들]과는 거리가 멀어지고 있는 듯하다. 방명록에 ‘비밀이야’기능이 생기고 ‘비공개’폴더가 늘면서 점점 ‘나만의 공간’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 당당하지 못한 모습으로 비춰 질 수도 있다. 하지만 숨기려는 것은 아니다. 단지 자신에게 더 솔직해 질수 있는 방법을 만든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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