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일도 건강할때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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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숙(yjcw)등록 2006.11.27 19:08
며칠전 라운딩 중 곱상하게 생긴 할머니 한분이 긴히 할얘기가 있다며 꼭 사무국장한테만 얘기한다고 나를 찾으셨다.
다른사람이 들으면 괜히 소문나고 안좋을것 같아 특별히 개인적으로 부탁하는 것이니 조용히 알아봐달라는 부탁은 죽기전에 꼭 좋은일 한가지는 하고 싶은게 소원이라며 사후시신기증을 할 수 있는 곳을 알아봐 달라 하셨다.


"어르신 가족들과 상의는 하셨어요?"라는 물음에
"내 한몸뚱이 나혼자 알아서 하는데 뭘..."하시며 말끝을 흐리시는 사연은
어르신은 부양의무자가 없이 국민기초생활수급자가 되어
중풍 발병후 간병해줄 사람이 마땅히 없어 무료전문요양원에 입소 하시게 되었다.

가끔 김할머님의 안부를 물으러 찾아오는 딸은 본인이 낳은 친 딸이지만
아이들한테 못할짓을 해서 벌 받는것 같다며
그냥 정신 있을때 조용히 처리하고 싶다고 부탁 하신다.

젊었을때는 부유한 집안 딸로 태어나 경성에 있는 여학교도 다녔는데
결혼후 하도 시어머님의 시집살이가 심해 딸셋에 아들 하나를 낳고
결혼생활 13년 만에 병이 걸려 병원에 실려가고 친정오빠가 자신의 처지를 딱하게 여겨 다시 그 집안에 들어가 살면 동생하나 잃을 것 같다고 그길로 아이들과 생이별을 했다고 한다.


그후 몇달 찾아오던 남편을 친정오빠가 돌려보내고 결국 7년만에 이혼을 하고 할머님은 상처한 오빠의 친구와 재혼하여 그집 아이들을 돌보고 살았으나, 결국 재혼한 남편마다 세상을 뜨고 나자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되었다고 하신다.
어떡하든 참고 살았어야 하는데 그때는 왜 그리 무모했는지 후회스럽다며 한탄 하시는 김할머님은 지금 생각해보면 살아오면서 아무 잘못도 한건 없는데 어린것들 떼어놓고 엄마 노릇을 못한 죄값으로 늙고 병들어 나라의 신세를 지게 된것 같아 인생이 후회스럽다고 하셨다.

듣고보니 소설 같은 한사람의 인생이 우리 시대 여성들의 애닳은 삶이 영화를 본것 처럼 스치고 지나갔다.
그당시 헤어진 딸둘은 어찌 수소문을 해서 지금은 왕래도 하는데 밑에 어린아이 둘은 새엄마를 친엄마로 알고 산다며 개가 해서 맞이한 아들도 있긴 하지만
43년이나 함께 산 할아버지 살아있을때도 찾아오지 않던 자식이 이제 자신을 찾아 요양원에 올리는 없다고 한탄 하셨다.

세월의 풍파에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길 때문에 어렵게 살아오신 할머니를 위해
내가 도울 수 있는 뭔가가 있다는 것에 자신있게 부탁대로 조용히 알아봐 드린다고 약속을 했다.

그런데, 생명나눔실천본부에 상담을 받아보니 하반신 마비로 오랫동안 근육이 위축된 사람은 시신기증도 어렵고 배우자나 자녀, 형제, 부모, 4촌이네의 친척의 동의가 없으면 그도 안된다고 하였다.

각막기증도 70세가 넘으면 어렵고...

김할머님 뜻대로 정신 있을때 좋은 일 해보고 싶은 희망은
해결 할 수 없는 욕구가 되버리고 결국 "좋은 일도 건강할때 해야겠다"는 공부만 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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