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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영 교수 (수원대학교 도시ㆍ부동산개발학과)
땅값은 어떻게 해서 그 값이 매겨지는 것일까
조선시대에는 상답인 좋은 논이 수확물의 7할내지 8할정도를 소작료로 받았다고 한다. 13대를 존경받는 부자로 내려온 경주 최부자집은 소작인을 배려하여 4할정도만 받았다. 지대는 땅을 빌려서 사용한 임대료이다. 한마지기당 4가마 수확해서 2가마를 소작료로 주었다면 1가마에 15만원 잡아서 30만원이다. 지대는 마지기당 매년 30만원이 된다.
그러면 땅값은? 앞으로 받을 지대를 현재가치로 몽땅 합한 값이 된다. 미래가치를 현재가치로 하자면 이자율을 거꾸로 적용하면 된다. 이자율이 10%라면 첫해는 30만원을 연말에 받을 걸로 보면 현재가치가 27만2천원, 이듬해는 24만8천원, 또 22만5천원... 으로 해서 이를 모두 합하면 300만원에 수렴한다.
즉, 땅값은 지대를 이자율로 나눈 값이 되는 것이다. 조선시대와 같이 변화가 없는 때라면 이와 같이 간단히 계산이 된다.
요즘은 간단하지 않다. 이자율과 지대가 변하기 때문이다. 특히 경제성장에 따라 땅의 사용가치인 지대가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땅값이 오른다는 것은 미래에 받을 지대가 늘어날 것이라는 것을 뜻한다. 때문에 그 3백만원이 3천만원이 될 수도 있고 3억원이 될 수도 있다.
수도권의 땅값이 오르는 것은 앞으로의 토지의 사용가치가 커져서 지대가 상승할 것이라는 예측 때문이다. 그러니까 실현되지 못한 가치임에도 예측에 대한 믿음 때문에 땅값이 형성되는 것이다. 그 허수적 특성에 땅값문제의 본질이 있다.
‘예측과 믿음’이라는 특성 때문에 땅값은 소유자 및 거래능력자라는 소수의 판단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그들의 전망이 설득력을 얻으면 그 전망이 땅값시장을 지배한다. 그들에 의해 오른 땅값은, 하락요인이 있다하더라도 중대한 반전이 있기까지는 그들은 하락을 인정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소위 호가와 실거래가가 차이나는 이유다.
땅값상승의 특징
땅값은 통상적인 수요공급의 법칙이 작동하지 않는다. 일반적인 재화는 공급이 줄면 값이 오르고 공급이 늘면 값이 내린다. 그러나 한정재인 토지는 땅값을 낮추려 공급을 늘리면 추가로 개발되는 곳이 생기는데, 추가개발이 된다고 해서 값이 내려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개발된 인프라로 인해 토지의 사용가치가 높아져서 전체적으로 지가가 상승하는 것이다.
그래서 땅값상승은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 첫째, 경제성장이 지속되고 나라전체의 사회간접자본의 축적이 지속되는 한, 중심성이 강하고 현재 지가가 높은 지역부터 상승요인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상승폭도 크다. 가령 우리나라 땅값 중 최고는 서울 명동인데 그 지위는 수십년간 변동이 없다. 지대의 상승률 증가가 가장 크다고 보기 때문이고 그것이 곧 지가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 집값이 비싼 것도 땅값이 비싸지기 때문이다. 새로운 중심지가 되면서 상업업무용의 지대가 계속 상승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둘째, 땅값은, 상승요인이 발생하면 상승요인이 파생하는 상승력보다 항상 더 큰 상승가를 보이는 한편, 하락요인이 발생하여 하락하기 시작하면 실제가치보다 폭락하는 경향이 있다. ‘미래에 대한 예측’에 의존하므로 그 편향성이 수치화되기 때문이다. 과거부터의 지가지수변동의 통계를 보면 이같은 경향이 입증된다. 경제성장이 눈앞에 보일 땐 땅값이 뛰면서 폭등하고, IMF때는 폭락한다. 땅값은 점진적 변화가 아니라 계단형 변화인 것이다.
택지개발 후 지가상승의 이유
택지개발사업은 무엇인가? 건교부장관이 토지를 수용하여 주택용지를 공급한다는 사업이다. 단기간에 주택정책의 목표수준을 달성할 수 있는 방식으로 효율성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왔다. 우리처럼 도시화가 빨리 진행된 나라에서 이와 같은 정책은 많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시대요구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젠 시절이 바뀌었다.
택지개발후 토지를 개발전 토지와 비교하면 3가지가 다르다.
첫째, 개발허가 리스크의 극복이다. 관청에서 허가 안해주면 개발 못한다. 개발전 토지에게는 고비용의 리스크가 극복된 것이다.
둘째, 업존닝이 된 것이다. 보전이나, 생산용도의 토지가 도시지역으로 바뀌고 그것도 땅값비싼 주거지역으로 바뀌었다. 엄청난 혜택이다.
셋째, 기반시설이 정비되고 주변에 인구와 활동이 집중하므로 토지의 사용가치가 커진다. 농사용의 사용가치와 대비하면 지대에 엄청난 차이가 있다.
적어도 수도권은 3가지 조건을 충족시키는데 문제가 없으므로, 개발후의 지가는 개발전에 비할 바 없이 올라간다. 택지개발 시행자가 공시지가보다 높게 쳐서 현시가대로 토지를 매수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사업성이 있는 것이다.
그러면 누가 이득을 취하는가?
토지공사, 건설사, 그리고 분양받은 자, 그리고 주변토지소유자의 넷이다. 하나하나 보자.
1) 토지공사들은 공기업이므로 이에 대한 이득을 취한다 해도 그 크기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폭리가 있다 하더라도 공기업의 성격상 다른 차원의 조정과 통제를 통해 공익에의 기여가 가능하다.
2) 건설사는 분양가가 자율화되지 않으면 폭리가 어렵다. 분양가자율화가 되면, 변수가 되는 것은 사업기간이다. 이 부분은 나중에 자세히 보자.
3) 분양받은 자는 위의 3가지조건의 반사이익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을 기대한다. 판교로또라는 말은 그래서 나온 것이다. 분양가가 가까운 장래에 형성될 시장가격과 이자비용부담보다 낮다고 판단되면 과열된다. 입지조건만 충족되면 더 오른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러니까 보전이란 이름으로 지켜오던 공공의 몫이, 개발이란 과정을 거치면서 그 이득이 사유화되는 것이 현재의 택지개발 시스템이다. 로또판인 것이다.
4) 주변토지소유자의 혜택 또한 크다. 그 불로혜택에 대한 공공개입이 필요하지만 아직 불비하다. 이 문제는 별도로 해결해야 하므로 일단 제외하자.
사업기간동안 시장가치는 대폭 상승
위의 2)를 다시 보자. 건설사의 분양가 자율시에는, 건설사의 사업기간이 길어지게 되는데, 건설사는 분양가책정을 분양시점의 시장가격을 기준으로 하게 된다. 건설사가 분양하는 금액이 작으면 3)의 분양받은 개인의 몫이 커진다. 시장가격은 위에서 언급한 택지개발후 3개 혜택을 평가하기 때문이다.
즉, 분양가를 낮추면 분양받는 자의 몫이 커지므로 제로섬게임이 된다. 사업기간동안 시장가치는 대폭 상승하므로 덩치도 커진다. 제로섬게임에서 밀리면 밀리는 쪽이 손해이므로 ‘건설사’와 ‘분양받는 자’ 양자의 충돌은 불가피하다.
이 경우 민간이 독자적으로 개발하는 토지라면 분양가가 자율화되더라도 분양받는 자가 불만을 가질 수 없지만 택지개발이라는 토지공용수용의 방식을 취하는 공공적인 방식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공공이 개입하여 임의의 토지를 수용방식으로 매수한 후, 개인들에게 토지의 소유권을 매각하는 것이므로 이는 공공정책의 결과로 볼 수 있는 것이고 그 분양가에 대해서도 당연히 공공개입이 이루어지는 것이 자연스럽다. 자율로 하는 게 이상한 것이다.
그러므로 분양가문제의 본질은 공공주도의 제로섬게임에서 공공이 적정선의 분양가를 제시하여 개입하지 않고 민간건설사가 분양가를 자율적으로 정하게 한 제도에 문제점이 있다고 할 것이다.
택지개발제도의 근본문제 - ‘수용후 매각’은 헌법정신에 어긋나
정작 택지개발에 따른 분양가문제의 근원적인 부분은 좀더 깊은데 있다. 투기를 막자고 공영개발 한다는 게 오히려 분양후 투기를 조장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수용후 매각’이라는 사업의 방식에 본질적인 결함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공용수용에 의한 택지개발후 토지소유권을 제3자에게 매각하는 것이 공용수용의 헌법정신에 합치하느냐의 문제와 직결된다.
헌법 제23조 3항은,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ㆍ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여야 한다’ 고 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조항의 ‘공공필요’의 정의에 대해 개별법에서 규정하는 바가 없다는 것이다. 가장 가까운 법인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에도 ‘공공필요’에 대해서는 정의하지 않은 채 해당사업만 명기하고 있다.
토지공법학 분야에서 ‘공공필요’에 대해 통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의미를 인용하면:
토지의 공용수용을 위한 공공성이 인정될 수 없는 공익사업의 4가지유형은,
1) 순순한 수익목적 내지 영리목적을 위한 경우
2) 한정된 특정소수인의 이익을 위한 경우
3) 사람의 사회경제문화 생활상 직접적인 필요성이 극히 적은 경우
4) 공익사업의 목적에 충실하지 않은 경우
그러니까, 가령 도로용지나 학교용지 등의 공공시설용지는 수용후 국가 및 공공의 소유가 되고 민간에게는 이용가치로만 존재토록 하는 것인데 비해 공용수용하여 택지개발한 후 분양하는 것은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공공필요와는 거리가 있다. 즉, ‘불특정다수에게 매각’ 하는 것은 공용수용의 목적에 합치된다고 볼 수 없는 것이다.
위 문제를 보다 본질적으로 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수용한 토지는 매각하지 아니하고 주택을 보급하는 방식이 헌법정신에 맞다. ‘소유권’을 ‘분양’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할 ‘거처’를 ‘보급’하는 것이고, ‘보급’은 토지임대를 통해서 하자는 것이다. 그것을 통칭하여 토지임대정책이라 한다. 선진국 도시계획은 이 문제를 어떻게 헤쳐 갔을까? 대표적인 영국을 보자.
하워드의 전원도시가 보여주는 토지임대정책
하워드는 19세기말부터 20세기초까지 활약한 영국 현대도시계획의 기념비적 존재다. 그는 산업혁명에 의한 급속한 도시화의 문제점을 시정하고자 전원도시를 제창하고 실현했다.
이전의 도시와 다른 점은 계획의 실현을 위한 사업방식에 있었다. 그는 민간회사를 설립해서 도시경영을 할 것을 제안하면서 우선 초기자금은 주주로부터 모은다. 그것을 이용해서 토지를 구입하고 조성한 다음, 다시 빌려준다. 토지를 매각하면 한꺼번에 큰 수입을 올릴 수 있으나, 일단 매각되면 제어하기가 어렵다. 이에 비해 토지를 빌려주는 경우 최초의 지대수입은 별로 많지 않지만, 도시가 성장하면서 지대가 올라가게 되어 장기적으로 투자자와 지역사회에 부가 축적된다는 것이다. 이 점이 중요하다.
하워드의 전원도시의 모든 토지소유권은 준공공기관이 영구적으로 소유하게 됨에 따라 도시 내의 토지는 개인은 물론 공업지이건 상업지이건 다른 기업용도이건 장기임대 성격의 양도하는 형식을 취한다. 이러한 어려움 때문에 초기 자본형성이 더뎠고 부지확보에도 지장을 초래하였지만 개발공사 (공공재정과 토지취득권을 가진)가 설립되어 해결되었다.
하워드의 이상(理想)은 50년이 지나 1946년 신도시법의 제정에 영향을 주었고 영국의 신도시정책의 뼈대를 이루었다. 세계경쟁력1, 2위를 다투는 스웨덴, 싱가포르가 이를 자기네 토지정책의 근간으로 삼고 있다.
싱가포르와 스웨덴도 토지임대정책을 채택하고 있다
그러니까 우리의 문제도 발상의 전환을 통해 문제해결이 가능한 것이다. 그것은, 집을 마련해주기 위해 택지를 개발하는 것은 좋은데 분양의 개념이 아니라 임대(지대)로 가자는 것이다. 소유보다 사용을 중시하고 불로소득을 공공으로 환원하는 확실한 방법이다.
이 개념으로 택지개발 사업을 할 경우, 임대하면 사업비는 어떻게 건져야 하나? 이것은 보상할 때 은행에 채권을 발행하면 된다. 은행권은 수익률이 낮더라도 장기적으로 안정된 채권을 선호한다. 매수토지를 담보로 채권을 발행하면 채권 이자에 대한 부담만 남고, 지대를 받아 이자를 갚으면 된다. 하워드시절보다 훨씬 금융기법이 발달했다. 초기재원은 그다지 많지 않아도 좋다.
토지공사나 주택공사는 기반시설 등 불도저작업을 하고 난 다음 토지를 건설사에 매각하지 않고 건설업체로 하여금 아파트를 짓게 한 뒤, 소비자에게 주택을 보급하는데 이때는 두가지 방식이 가능하다.
하나는 토지임대 건물분양 방식이고, 또 하나는 전세분양방식이다. 어느 쪽도 토지의 소유는 공공측이 된다.
전자인 토지임대 건물분양 방식은 토지임대료(지대)는 공공 혹은 토지공사가 매년 징수한다. 균일가가 아닌 경제성장률을 반영하는 지대시장제로 운영하여 매년 갱신한다.
전세분양방식의 장점
후자인 전세방식은 우리에게 익숙한 방식이다. 매2년마다 전세금을 올리는 통상적인 전세방식을 채택하면 된다. 전세금은 ‘건물값’과 ‘지대의 자본금’ 두가지로 구성된다. 건물값은 감가상각으로 하락하므로 인상요인은 ‘지대의 자본금’에 있다.
즉, 시간이 지나면 지대가 상승하는데 지대상승에 따른 증가분의 자본금만큼 상향하면 된다. 수급물량이 많기 때문에 시장에 맡겨도 입주자의 인상부담은 높지 않다. 2년후 전세금인상분은 지대상승률이 물가상승과 비례한다는 범위내에서 현재까지의 인상 수준보다 낮게 조정될 수 있다.
입주자는 목돈을 보전하면서 초장기 전세가 가능하다. 이것이 핵심이다. 초장기의 안정된 거주가 가능하다는 것.
위 두가지 방식 모두 언제든지 전매가 가능하다. 지대는 입주자에게 승계된다. 이때 지대는 매입전 토지가격이 기준이 된다. 조성비는 건축비와 더불어 가공비용이므로 지대에서 제외한다. 따라서 초기지대는 매우 낮다. ‘건물값’은 높게 잡더라도 ‘지대의 자본금’은 낮게 책정한다.
토지개발이익의 사유화를 막고 공익화로 전환하는 방식
즉, 지대는 초기조건은 낮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이용가치가 크므로 가격형성이 된다. 아파트는 미미하지만 단독건물용지나 상업용지는 시간이 지날수록 지대가격차이가 엄청나서 지대제도로 하면 회수폭도 크다.
토지공사나 주택공사의 비용발생은 토지매입비와 개발비용 두가지이다. 전세분양방식으로 할 경우 ‘개발비용’은 초기에 ‘건물값’에서 일시에 회수가 가능하다. 채권을 발행한 ‘토지매입비’는 ‘지대의 자본금’에서 채권의 상당부분을 갚을 수 있다. 나머지 부분은 ‘지대의 자본금’ 상승분으로 갚아갈 수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채권 이자는 고정된 반면 경제성장이 지속되는 한 지대는 계속 상승한다. 지대상승과 전세금상승으로 언젠가 원금까지 갚게 된다.
그 상승분은 사유화가 아닌 공익 차원에서 회수되는 것이다. 세금을 대체하여 기반시설정비의 재원으로 쓰일 수 있다. 정부와 공사는 분양하고 손터는 것보다 훨씬 많은 공익을 쌓을 수 있다.
지방정부의 토지비축와 그에 의한 재원확보는 원칙적으로 이 방식으로 가능하다. 채권발행뿐 아니라 새로운 투자금융시스템을 강구하여 초기재원과 안정된 수익률창출을 도모하는 노력은 당연히 필요할 것이다.
본질문제에 대한 본격적인 정책연구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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