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라는 것은..

인하대 총학생회 투표 첫날을 바라보며

검토 완료

윤은호(이솝003)등록 2006.11.29 11:23

인하대 9호관에 설치된 투표소에서 한 학생이 투표지를 투표함에 넣고 있습니다. ⓒ Ellif de Arsle


11월 28일(화) 아침부터 인하대학교에서는 또다시 투표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번에는 학교 총학생회와 졸업준비위원회의 회장과 부회장을 선출함과 동시에,
총여학생회 설립위원회 설치 여부를 묻는 선거투표입니다.
올해에도 총학생회와 졸업준비위원회 쪽에서는 단독 후보가 나왔고,
몇 년 째 선거는 단일 후보에 대한 찬성과 반대만을 학생들에게 묻고 있습니다.

5호관 투표소에 게제된 28일 3시 현재 투표상황 ⓒ Ellif de Arsle


하지만 선거가 그리 쉽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학교도 그렇지만, 우리 학교는 40%로 유효투표 기준을 낮추었음에도 불구하고
40%의 투표를 얻어 내는 것 자체가 그리 쉽지 않습니다.
실제로 두 주 전에 있었던 인하대학교 문과대학 학생회 선거에서는
이틀 동안 선거를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투표율이 40%에 이르지 못하여 선거가 무산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5호관 투표소에서 선거원들이 선거홍보를 하고 있습니다. ⓒ Ellif de Arsle


그 상황을 그대로 보여 주듯이,
첫날인 오늘(28일)도 많은 사람들이 투표를 하기는 했지만,
한시간 연장투표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전체 유권자중 2375명,
14.47%의 투표율로 첫날의 투표가 마감되었습니다.
다행히 선거는 사흘간 진행되지만,
이 사흘간에 만약 40%의 투표율을 넘어 투표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선거가 아예 무산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한명의 유권자의 표라도 더 잡아보려는 듯,
각 투표소에 배치된 선거운동원 여러분들은
투표참여를 격려하는 노래를 부르면서, 때로는 퍼포먼스까지 무릅쓰면서
한 명의 표라도 더 얻어내려고 노력해 봅니다.

이번 선거에서는 도서관에도 투표소를 설치했습니다. ⓒ Ellif de Arsle


학교 열 몇 곳에 설치된 투표소를 모두 둘러보면서 들었던 생각은.
‘왜 많은 사람들이 선거에 참여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었습니다.
물론 거기에는 여러 가지 해답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학생회가 표방하는 정치나, 학생회 자체에 관심이 없어졌을 수도 있겠고,
단지 바빠서, 시간이 없어서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실재로 취재 중에 만난 분들 중에서는,
오늘이 아닌 다른 날에, 시간을 내어 투표를 하기로 한 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학교 안의 민주주의적인 의식이 많이 옅어졌다는 것과,
학생들의 정치적 참여도가 떨어졌다는 사실입니다.

5호관 투표소에 설치된 기표소에서 학생들이 투표를 하고 있습니다. ⓒ 윤은호


대학교에서 선거는 연례행사입니다. 각 단체장의 임기가 1년으로 규정되어 있기에,
매년 11월이면 새로운 대표를 선출하기 위해 총학생회뿐만이 아니라
대의원회, 동아리연합회 등의 중앙단체, 그리고 각 대학, 각 학과의 학생회까지
모두 선거로 각 단체의 장을 선출합니다.
하지만, 결국 다수의 후보자들이 출마해서 자신의 의사를 밝힌 이후에,
투표를 통해 가장 적절한 대표자를 선출했던 지난 시절의 선거로과는 달리,
이제는 한 후보들만이 출마하고, 이에 대해 찬반투표로 ‘단순하게’ 대표자를 선출하는
현재의 선거는 무언가 예전과 다른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후문가에도 투표소는 설치되었습니다만, 지나다니는 사람들 중에서 투표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드물었습니다. ⓒ Ellif de Arsle


내일도 투표는 진행될 것입니다.
선거원 여러분들과 투표 진행원 및 참관인 여러분들은
오늘과 같이 또다시 투표소를 설치하고, 투표를 기다릴 것이고,
또 투표현황을 써서 게시하고, 투표의 마감까지 단 한표라도 더 얻기 위해
몸부림을 쳐서라도 투표를 권할 것입니다.
결국 실패할지도 모르는 선거임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수고를 감당하기로 결정하고,
고생도 마다하지 않은 이번 선거를 준비한 모든 분들.
참 격려해주고 싶습니다.

투표소에 놓여있는 세 종류의 투표지입니다. ⓒ Ellif de Arsle


9호관에 설치된 한 투표소에서 몇명의 학생들이 투표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 Ellif de Arsle


후문가에서 몇명의 선거운동원이 선거유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Ellif de Arsle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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